[칼럼] ‘다시 학교’에 공감하는 이유
[칼럼] ‘다시 학교’에 공감하는 이유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1.2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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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사진=EBS 캡처)
(사진=EBS 캡처)

[에듀인뉴스]  지금 방송중인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다시학교’는 교육 곳곳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지금까지 10부 중에 6부가 방송되었고 아직 4부가 남아있지만 SNS 곳곳에서 교사들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공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년 내내 다수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교육청의 공신력을 믿고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가 수용했던 학력정책이 학습과학에 어긋나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던 까닭이다. 더구나 모범적 교육국가로 당연시했고 환호했던 핀란드나 유럽의 교육과 학교는 한국에서 지나치게 과대평가했으며 우리의 생각과 달랐다는 점도 사실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과학과 이성의 역사에서 갈릴레이, 브루너, 케플러는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공인되었고 그 이후 1500년 동안 진리라고 수용했던 “태양이 지구를 돌거나 인간은 신의 섭리에 의해 예정된 삶을 사는 존재”라는 크리스트교 세계관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과학과 합리로 증명했다. 

그들의 발견은 르네상스 초기부터 흔들리던 중세적 세계관을 정치적으로, 과학적으로, 사상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했다. 교황과 황제, 귀족, 종교지도자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명징한 사실과 진실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과학과 합리를 무기로 갖춘 시민이 주체이자 주도하는 솟구치는 근대적 세계관의 태양을 가릴 수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신문과 방송 및 교육청이 주도해 한국의 교육문제를 다뤘지만 ‘다시학교’는 독보적이다. 

다수가 미래교육이라고 선망(羨望)하고 찬미에 급급하며 몰려갔던 한국교육의 신사조(新思潮)에 대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진짜 행복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창의성을 기를 수 있을까?”, “글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글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소박하지만 절박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또 교육청이 적극 추진하였던 교육정책에 대해 사실적으로 진위를 따졌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 교육과정’, ‘수업’, ‘평가’를 특정한 방식으로 전환하면 소외받았던 학생과 학부모 이를 안타까워하는 교사들의 목마름을 즉시 채울 수 있는 듯이 정책으로 강제하고 정당화하며 소문을 내고 잔치를 벌였는데 물음표를 찍었기 때문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학습과학을 무시한 교육정책이 마치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 ‘침대는 과학이다’ 같은 광고들이 실재와는 무관하며, 상품시장에서 흥행과 이윤을 위해 난무하듯이 장밋빛 구호로 포장하여 교사와 학교에 봇물 터지듯이 밀려들었는데 ‘마지노선’이자 ‘바리케이드’를 자처하였기 때문이다. 

‘다시 학교’는 그런 광고들을 하나하나 검증한다. “여자가 남자하기 나름이라니, 여자도 남자처럼 독립적인 주체야.” “침대는 잠자는 도구이지 과학이 아니야”라고 교육 실험과 전문가 의견을 뒷받침해 그 의미를 바로잡는다.

플라톤이 ‘동굴의 비유’에서 뒤를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그림자이지 실체가 아니야!”라고 말하듯이 오컴이 “꼬인 실타래를 가장 확실하게 풀려면 단순하게 면도칼로 자르면 된다.”고 역설하듯이 실증과 과학을 통해 비교하며 반증한다.     

(사진=EBS 캡처)

‘다시학교’는 의도적으로 왜곡한 ‘역량’의 개념도 복원한다. 지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인데 역량은 그에 속한 유형으로 ‘절차적 지식’과 ‘조건적 지식’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즉 지식은 ‘사실적 지식(구체적 지식)’, ‘개념적 지식(추상적 지식)’, ‘조건적 지식’, ‘절차적 지식’으로 구성되는데 역량은 ‘조건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을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특히 역량을 마치 지식과 대립하거나 지식보다 앞서거나 능가하는 새로운 지적 도구라는 상징조작적 왜곡을 비판적으로 논증했다.

‘경직된 학생 중심형 학습의 아우라’가 끼친 허구적인 신화도 지나치지 않는다. 학생 중심은 “학생이 학습에서 방관자로 남아있거나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학생의 활동으로만 학습과정을 구성해야 하며, 그 방식이 기술적으로 더욱 고도화된 미래의 학습법이라는 거짓관념을  깨뜨렸다. 

즉 학교가 초·중·고 학생들에게 기르게 하는 역량은 모든 교과에 적용되는 ‘일반역량’이기보다 교과마다 다른 ‘교과특수역량’이며 ‘지식일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며, 교과마다 그에 이르는 특수한 학습법이 있고, 교사의 강의식이나 학생의 활동학습이 적절하게 구사되어야 학습효과가 커진다고 실증했다. 

갈릴레이가 신성모독이라고 종교재판을 받았지만 “그래도 지구는 태양을 돈다(But the earth turns round).”는 문명사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역사적 기억을 상기시키도록 했다. 그 외에도 교육청의 장학사와 관료들이 일부 교사들이 ‘미래’와 ‘최신’이라고만 말하며 다수의 교사들을 끌고 가거나 교사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교육적 풍토를 성찰하게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소비사회에서 ‘디즈니랜드효과’를 우려한다. 그는 세계적인 유원지 디즈니랜드를 만든 취지를 “지배자가 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디즈니랜드를 허구적 공간으로 믿게 만들고 그 울타리 밖에 있는 공간을 허구가 아닌 진정한 실체로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사회적인 인간들에게 디즈니랜드를 화려하게 미디어로 치장된 가상의 공간으로 느끼게 하고 디즈니랜드 바깥의 공간이 허구인데도 실재처럼 느끼게 하려는 정치공학이라고 말한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교육부와 교육청의 장학사 등 교육 관료와 교장, 교감 등 학교 관리자, 전교조, 교총, 교사노조, 실천교육교사모임,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같은 교육단체에게 한국교육을 위해 간곡하게 촉구한다. 

“그 동안의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교육정책에 대해 “장밋빛으로 치장된 허구적 천동설을 따를 것인가, 상식과 합리가 뒷받침하는 지동설을 따를 것인가?” “우상화된 종교적 신앙을 고수할 것인가, 학습과학을 따를 것인가?” “지식인으로 역사의 법칙을 따를 것인가, 당대의 곡학아세를 따를 것인가?” “세계를 해석하는데 그치는 철학을 따를 것인가, 삶과 역사를 전진시키는 철학을 따를 것인가?”에 대해 성찰해주시라.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박제원 전주 완산고 교사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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