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의 동티모르 교육] 입을 연 아이들, 떠들 수 있는 수업
[김인규의 동티모르 교육] 입을 연 아이들, 떠들 수 있는 수업
  • 김인규 동티모르 베코라 기술고 교사
  • 승인 2020.02.2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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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서로' 배워가는 동티모르 학생들

[에듀인뉴스] 선생님과 학생들은 교실과 교실 밖에서 하루하루 추억을 쌓아가며 1년을 보내게 된다. 이 추억을 소중히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교단일기를 기록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동티모르로 교육 봉사를 떠난 김인규 베코라 기술고등학교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교단 일기를 시작한다. 천해의 자연 속에서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땅 동티모르에서 만난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학교 생활을 들여다 보자.

동티모르에서 교육봉사중인 김인규 교사와 아이들. 김 교사는 섬모양이 악어를 닮아 '악어 섬'이라는 애칭을 지니고 있다는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티모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순수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끼는 교사이다. 학생들이 가방도  교과서도 없는 열악한 동티모르 교육환경이지만, 학생들이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재밌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동티모르에서 교육봉사 중인 김인규 교사와 아이들. 김 교사는 섬모양이 악어를 닮아 '악어 섬'이라는 애칭을 지니고 있다는 동티모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티모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순수한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행복감을 느끼는 교사이다. 학생들이 가방도 교과서도 없는 열악한 동티모르 교육환경이지만, 학생들이 '배움'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재밌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교실이 너무 시끄러워요!”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겠다.

어릴 적부터 나는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도 말하고 싶고 떠들고 싶은데, 선생님만 말하는 교실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수업 시간에 옆 친구랑 잠깐 이야기라도 하려고 하면, 선생님은 “왜 떠드느니!”라고 혼내곤 했다. 아마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조용히 좀 해라”, “너 왜 이렇게 시끄럽니?”라는 말들일 것이다.

교실 앞에서 40~50분을 혼자 떠들고, 나가는 선생님이 때론 밉기도 했다. 매일같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 1시간 가까이 선생님 말을 듣는 것은, 거의 고문에 가까웠다. ‘나도 선생님이랑 같이 떠들면 안 되나?’, ‘교실은 시끄러우면 안 되나?’라는 생각을 학창시절에 많이 했다.

동티모르 아이들은 수다 떠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학생 한 명이 말을 하기 시작하면, 교실은 금방 소란스러워진다. 처음에는 왁자지껄 떠드는 분위기에 적응을 못 해 “Nonok(조용히 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조용히 시키기도 어렵다.

생각을 바꿨다. ‘이렇게 수업 시간에 떠들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인데,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말을 많이 하게 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교실에서 아이들이 많이 떠들 수 있는 수업이란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다.

먼저, 학생들에게 직접 교실 앞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 이번 시간은 프로그래밍 반복문 for문을 배워볼 차례이다. 교사인 내가 먼저 학생들에게 오늘 배운 내용을 설명해준다. for문 반복문은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고, 테툼어로 설명해야 해서 이해시키는 게 쉽지 않다.

테툼어로 설명이 부족할때, 반학생이 대표로 나와 자신이 수업시간에 이해한 바를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테툼어로 설명이 부족할때, 반학생이 대표로 나와 자신이 수업시간에 이해한 바를 친구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나의 설명이 끝나니 대부분 이해를 못 하는 분위기다. “선생님 대신 친구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학생 있나요?”라고 물어보았다. Fidelia(피데리아)가 손을 들었다. Fidelia 학생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고, 코딩도 잘하는 똑똑한 학생이다. 다행이도 Fidelia가 이해를 잘했다.

내가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는, 종종 Fidelia가 다른 학생들에게 설명해준다. 교실 앞에 나와, 같은 또래 친구인 Fidelia가 설명하니,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친구들은 즉각적으로 Fidelia에게 질문한다. 친구끼리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니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둘째, 이해를 잘 못 한 학생을 불러 다시 설명하게 한다. 내가 “Comprende ona?”(이해했어요?라고 물어보니 “Diak”(Yes or Good)이라고 모두 목청껏 소리친다. 근데, 과연 진짜 이해를 했을까? 정말 의구심이 든다.

반 학생 중 한 명인 Bazil(바질)에게 “정말 이해했어?”라고 물어보니 “네, 선생님 이해했어요”라고 대답한다. “앞으로 나와서 친구들에게 네가 이해한 것을 다시 설명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실제로 막상 교실 앞에서 설명하라고 하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명할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앞으로 나와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

설명하다 버벅거리거나, 잘못 설명하면 반 친구들이 금방 도와준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반 친구들은 Bazil이 설명을 잘하는지 집중하여 듣는다. 결국, 다른 친구들의 도움으로 Bazil이 멋지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2~3명 정도 학생들을 더 불러서, 친구들에게 자신이 이해한 것을 설명하게 시켰다.

마지막으로, 짝꿍끼리 배운 내용에 대해 1:1로 토론을 해보는 시간이다.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서로 배운 내용에 관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세요. 만약 짝꿍끼리도 잘 모르면,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도록 하세요.”

학생들이 옆 짝궁끼리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서, 서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때, 자유롭게 교실을 이동하며 '서로'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격려한다.(사진=김인규 교사)
학생들이 옆 짝궁끼리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서, 서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때, 자유롭게 교실을 이동하며 '서로'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격려한다.(사진=김인규 교사)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하지만, 금방 교실이 시끄러워진다. 시끄러울수록 학생들이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실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친구들끼리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친구가 잘 설명하지 못하면, 짝꿍이 도와주면서 설명을 한다. 모르는 친구를 서로 도와줄 수 있도록 격려했다.

“Ajuda malu.”(서로 도와주세요)

혼자 생각할 때는 뭔가를 알고 있다고 느끼지만, 막상 말로 표현하려고 하면 어렵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서로 도와가며 서로 모르는 부분을 메워줄 수 있다.

동티모르는 학급당 인원 수가 많아, 교실이 금방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끼리 협력하면 '서로'를 통해 배우는 '함께' 하는 수업이 될 수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동티모르는 학급당 인원 수가 많아, 교실이 금방 소란스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끼리 협력하면 '서로'를 통해 배우는 '함께' 하는 수업이 될 수 있다.(사진=김인규 교사)

이 수업은 어떤 효과가 있을까?

처음에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을 이해해야지’라고 생각하다가 다음으로는 ‘배운 내용을 어떻게 친구들에게 설명하지?’라고 생각하며 듣는다. 이 생각의 전환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알 수 있다’와 ‘설명할 수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블룸(Bloom)의 교육목표 분류법에 의하면, ‘알 수 있다’라는 목표보다, ‘설명할 수 있다’라는 목표가 좀 더 상위의 고등 정신영역 능력을 요구한다.

친구들의 내용을 들으면서, 자신이 이해한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조직화’하기 시작한다. 또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하며,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해진다. 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내가 배운 것을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아이들은 떠들면서 내 교실을 만든다

우리는 교실에서 늘 ‘혼자’만 하는 공부에 익숙하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노트에 늘 받아 적기만 하였다. 교실에서는 알게 모르게 우리는 늘 조용한 ‘침묵’만을 강요당했다.

교실에서 시끄럽게 굴면 늘 혼나기 일쑤였다. 교실은 함께 하는 공간이라 배웠지만, 수업 시간에 우리는 늘 함께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서로 떠들면서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친구와 ‘함께’ 공부하는 수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동티모르 학생들은 ‘혼자’가 아닌 ‘서로’를 통해 배우는 수업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김인규 동티모르 베코라 기술고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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