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컷구나"...자부심과 대견함이 솟아 오르다

이광수 부산 금성고 3학년 학생
이광수 부산 금성고 3학년 학생

[에듀인뉴스] 저는 어려서부터 투표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겼을 때 무척 설레고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떨리고 무섭기도 했는데, 내가 한 투표가 연습 없이 바로 현실에 반영된다는 사실 때문일 것입니다. 나의 투표 행동으로 인해 혹시 잘못된 무효표가 된다거나 내가 뽑은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한다면 죄책감이 들 것 같기 때문이었지요.

학교에선 그다지 선거에 대해 특별히 지식을 전해 준 것은 없었지만 투표장에 가서 무작정 ‘찍기’를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조금 살펴보고 투표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거 며칠 전부터 우리 지역의 후보자들을 검색해 보면서 학력, 공약, 마음가짐, 전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고려해 가며 누구를 뽑을지 신중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고1때 사회 선생님께서 투표할 때는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인지 살펴봐야 하고, 무조건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선심이나 쓰는 사람인지 살펴보라고 하셨던 이야기가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후보자들 중 전과가 있는 사람은 아닌지도 중요하게 살펴봤습니다. 전과가 있다는 것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인데, 그런 사람을 우리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나의 권리를 대신해줄 사람으로 뽑을 수 없기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투표를 할 때 장난스럽게 하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표는 아버지가 함께 가자고 권유하셔서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투표용지를 받기 전까지는 계속 긴장되었고 받고 나서도 떨렸는데 막상 용지를 받고는 투표용지의 길이를 보고 살짝 멘붕이 왔습니다.

정당 수를 보니 정말 당황스럽기까지 했지만, 처음 하는 투표라는 생각에 신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을 벗어날까 봐 조심스럽게 도장을 찍었고, 잉크가 번질까 봐 도장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 후 투표용지를 접어 투표함에 넣었습니다.

막상 투표를 하고 나니 생각보다 별것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살짝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선거권,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해야 하는 투표를 해봤다는 생각에 ‘내가 좀 컸구나’ 하는 자부심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에 함께 간 아버지께도 그런 소감을 말씀드렸고, 투표장에 갈 때부터 당일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 해본 투표였지만 선거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투표 날까지 보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열 명 중 세 명이 넘는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투표는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처음 참여해본 선거라서 관심이 가고 개표 결과까지 지켜보는 등 마지막 과정까지 무관심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 선거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나의 권리를 맡길 사람을 뽑는 일에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참여하지도 않은 선거라면 그 사람이 일을 잘못한다고 해도 불평할 자격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반장선거만 해봐도 그런 경험은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투표가 얼마나 책임감 있게 선택해야 하는 일인지 투표의 전과정을 살펴보며 깨달았습니다.

처음으로 18세에게 투표할 기회를 주는 일이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으며, ‘어린애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아야 18세에게 투표권을 준 것이 경솔하지 않았다고 증명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이번 선거를 앞두고 비록 학교에서 선거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해주진 못했지만, 앞으로는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고,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태어나 처음 해본 투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