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상위권, 삶 만족도 최하위권, 한국교육 목표는 성적 경쟁
교육 구조적 문제 해결 위해 대학서열화 철폐 통한 노동시장 개혁을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이 26일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가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개혁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사진=KEDI)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상위권이다. 그런데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교육의 목표가 아동의 잠재력이 아닌 성적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반상진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은 26일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가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개혁 토론회’ 발제에 나서 공부와 관련한 책 표지들을 화면에 띄우고 “대한민국은 공부에 미친 나라다. 이를 지향해 얻은 게 무엇이냐. 학업 성취도는 높지만 삶의 만족도 높지 않은 구도에 살았다. 또 학습 효율성 점수는 세계 중하위권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띄운 화면에는 책 '10대, 꿈을 위해 공부에 미쳐라', '20대, 공부에 미쳐라',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40대 공부 다시 시작하라', '공부하다 죽어라', '공부란 무엇인가', '엘리트 독식사회', '세습 중산층 사회' 등의 표지가 정리돼 있었다.

PISA2018 학생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읽기 2~7위, 수학 1~4위, 과학 3~5위에 이른다. 그러나 2015년 같은 보고서에 의하면 삶의 만족도가 OECD 28개국 중 27위, OECD 48개국 중 47위로 최하위권을 머물고 있다.

또 시사IN의 지난해 기사에 따르면 총 학습시간을 반영할 과학 성취 점수 즉 학습 효율성 점수는 중하위권 수준이다.

이는 한국 학생이 공부시간은 길지만 성취도는 낮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입시에 매몰된 학교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상진 원장은 “지난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한국정부 아동 인권협약 이행 국가보고서 심의 의견에 따르면 한국 교육의 목표가 아동의 잠재력이 아닌 성적 경쟁이라고 진단했다”며 “성취도는 높지만 삶의 만족도 높지 않는 구도에 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라는 도전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우리 교육은 학벌중심문화, 학교(대학)서열구조 문제로 좌절의 교육, 교육불평등, 교육격차, 교육양극화를 가져왔고 이는 교육정의·공정·평등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교육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대학 서열화 철폐를 통한 노동시장 개혁을 촉구했다.

반 원장은 “교육이 가진 근본적 문제의 원인은 노동시장에 있다”며 “교육 혁신만으로는 안 된다. 노동시장과 연계해야 하지만 정부 역할에 한계가 있다. 대학 개혁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6월 휴먼·디지털·그린을 핵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반 원장이 주목한 것은 ‘휴먼 뉴딜’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 개혁을 주문했다.

반상진 원장은 “2019 KEDI 여론조사 결과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에 대한 국민의 전망은 큰 변화 없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타파하는 것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한국교육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성장형 포용교육체제..."학령인구 감소 현상 교육 기회요인으로 보고 교육투자 확대해야"


이러한 문제들을 넘어서면 어떤 교육 체제를 도입해야 할까. 반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공유성장형 포용교육체제’이다. 

그는 “특히 학령인구 감소 현상을 교육 기회요인으로 보고 교육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김대중 정부도 IMF라는 국가 위기 속에서도 교육 투자를 확대했다”며 “인구감소를 이유로 교육 투자를 줄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성적 중심 학력관을 학교 간 네트워크 및 협력 등 자원공유 교육체제로 전환해 이를 바탕으로 대학과 연구기관의 R&D 역량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반상진 원장은 “미래에 부응하는,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이라는 표현을 가장 싫어한다”며 “교육은 삶이라 주체이지 객체가 될 수 없다. 공유성장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한만중 서울시교육청 비서실장은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형 뉴딜 계획에 교육 부문은 온라인 학습 체제 구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며 “기존 대면 교육을 비대면 교육이나 혼용 교육으로 바꾸는 것을 혁신으로 규정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제자는 국가책임 공유성장형 포용교육체제 구축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법적 장치 마련,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 제정, 새로운 인재상과 학력관, 사배자 지역균형 선발 의무화와 확대 등을 제시했다”며 “과제 하나하나가 별도 논의와 추진 전략을 마련해야할 것들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와 21대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경원 전 참교육연구소장은 특히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구감소에 따라 교육재정을  줄이려는 기재부 논리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가장 열악한 교육 여건과 환경을 제공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 역량을 두고 있는 나라”라며 “어떻게 지원하면 교사 역량을 극대화해 세계 최고의 교육 강국을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째서 최고 인재들을 모시고도 정책적 판단과 결단을 못 내리냐”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김대중 정부 당시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내외로 과감하게 줄였다”며 “지난 20년간 모든 정부와 정부의 기재부는 단 한 차례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표가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앞섰거나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일을 그르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교사들의 주당 수업시수를 초등 16시간, 중학교 14시간, 고교 12시간미만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대대적인 교원 확충과 교육여건 개선이 필요한 이유”라며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교육재정을 왜 늘리냐는 인식으로는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될 수 없다. 기재부 관료들부터 상황 인식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교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수업하다가 피로를 호소하며 결국은 순직한 교사도 발생했다”며 “탁월한 교육환경에서 최고의 인재를 배출해야만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지리적 환경임을 분명 인식해야 한다. 교육에 최대한 많은 것을 투자할 때 미래를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