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법은 갈등 해결 도구인가, 정치적 면피 수단인가 
[취재노트] 법은 갈등 해결 도구인가, 정치적 면피 수단인가 
  • 한치원 기자
  • 승인 2020.11.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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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보장법, 학교보건법 논쟁에 붙여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법은 정치적 면피 수단인가, 아니면 갈등 해결을 위한 도구인가.  

지난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최한 ‘기초학력보장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기초학력보장법안은 정치적 면피 수단”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지난 28일 ‘학교현장의 갈등 유형과 관리전략’을 주제로 열린 한국교원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교육계 갈등해결 방안으로 법이나 조례 등을 활용한 문제점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법을 갈등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법을 통해 정치적 면피를 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은 현재 교육계 갈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최근 현장에서는 학교보건법 제4조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위생관리자를 ‘교직원’에서 '직원'으로 개정해 현장에서 논란이 되어 온 학교시설환경위생관리 체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발의된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이 ‘입법 과잉’으로 오히려 현장 갈등을 부추긴다는 의견과 입법을 통해 현재의 행정직과 보건교사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반드시 필요한 입법이라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

기초학력보장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기초학력은 법 제정이 아니라 교사들의 기초학력 증진 열정에 대한 지원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교사들이 기초학력 증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의 충돌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가 법이 개정되거나 새로 제정된다고 좁혀질까.     

그렇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이미 있다. 2008년 제정된 학교폭력예방법과 2015년 제정된 인성교육법이 대표적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교육권 침해로 교원의 지도력이 오히려 약화돼 교육적 해결 노력 없이 업무 매뉴얼대로만 처리하려는 현상, 변호사만 배불리는(?) 법이 되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인성교육진흥법 역시 교육과정 반영과 교원 연수 의무화 등으로 인성교육 본질은 외면한 채 행정적 업무 추진에 매몰되는 현상이 현장에서는 발생되고 있다.

그렇다고 법은 필요가 없는 걸까. 기초학력과 관련해 살펴보면 ▲교사에게 학생 보충지도 권한이 없는 점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필요 ▲진단이나 평가 결과에 대한 교육부‧시도교육청 보고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등은 법이든 조례든 정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법 제정을 한다고 뚝딱 해결되지도, 위원회를 만들거나 전담기구를 만든다고 접점이 쉽게 좁혀지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2015)인 것은 그만큼 불신과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기초학력이던 기본학력이던 아이들의 학력 격차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 이견이 없음에도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오죽하면 토론회에서 ‘법 제정은 정치적 면피’라는 말이 나올까 싶지만, 갈등의 골이 더 깊어져 정치적 면피마저 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두려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학계는 이 문제에 대해 '이론'이 아닌 '현실'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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