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제도, 교육정책, 교육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아~! 뭐야, 왜 던져?”
“아닌데? 안 던졌는데?”
“던졌잖아~!”
“응, 아니야.”
“던졌잖아~!”
“응, 아니야.”

5학년 쌍둥이 형제 동준(가명), 동찬(가명)이의 목소리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동찬이가 컵스택 장난감으로 다른 친구와 놀고 있는데, 동준이가 컵스택을 계속 장난으로 건드려 방해가 돼 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동준이가 손난로를 던져 목 아래쪽에 맞았다는 것.

동찬이의 설명은 그러했다. 이에 동준이는, 자기는 던지려고 한 게 아니라 땅에 떨어진 손난로를 주어 들어 올리다가 손에서 빠져나가서 동찬이 쪽으로 갔다는 것. 

동준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고, 동찬이도 컵스택에 집중하고 있어 던지는 모습까진 못 본 것 같다. 동준이 입장에선,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뭐라고 하니, 억울해서 그런 반응이 나온 모양이다.

“일단 동준이가 동찬이한테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동찬이 생각은 어때?” 물으니, 동찬이도 동준이가 일부러 한 건 아닌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동준이가 일부러 한 건 아니지만, 동준이가 동찬이 몸에 맞게 한 건 비록 실수더라도 잘못한 거 에요. 동준이가 동찬이한테 사과해야 할 것 같은데, 어때요? 동찬이는 동준이가 사과하면 받아줄 수 있나요?”

동찬이는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동준이가 말이 없다. 여린 아이다. 이내 눈물이 맺힌다. 곧 수업을 시작해야 해서, 동준이가 어떻게 해야할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이번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다시 얘기해보자 했다. 

수업이 시작하고 아이에게서 이내 좀 전과 같은 우울한 모습은 사라졌다. 수업에 잘 참여했고, 웃으며 이야기했으며, 밝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쉬는 시간이 왔다. 아이를 불렀다. 어떻게 할 건지 물었다. 

“사과할 생각이 있나요?” 
아이는 다시 대답이 없다. 다시 눈물이 고일랑 말랑한다.

“혹시 무언가 억울한 게 있다거나 다른 생각이 있으면 얘기해 주세요, 괜찮아요.”
역시 대답이 없다.

“동준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얘기해 주세요. 선생님 잠깐 기다려 줄게요.”

아이를 내 옆 의자에 앉히고 잠시 기다렸다. 기다려도 대답이 없다. 어떻게 할지 다시 물어도 마찬가지다.

“동준이가 아직 정리가 안 된 것 같아요. 다음 중에서 대답해 주면 좋겠어요. 지금 동준이가 어떤 마음일지. 1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번, 사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사과하는게 어색해서 못하고 있다. 3번, 다른 생각이 있다. 4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중에서 한 번 골라 줄 수 있을까요?”

아이는 고민한다. 한 번 더 정리해서 얘기해줬다. 어쨌든 선생님은 해결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끝까지 동준이와 이야기할 거라 했다. 아이는 머뭇거리더니 조그맣게 2번이라고 대답한다. 그렇구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사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구나. 그래도 이렇게 대답해줘서 고맙다. 

“조금 어색하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요? 그냥 별 거 아니에요. ‘동찬아, 내가 아까 실수로 손난로로 맞춰서 미안해.’ 딱 이 말만 하면 돼요. 그 말 하고서 그냥 쿨하게 다시 놀면 돼.”

아이는 또 머뭇거린다. 고새 쉬는 시간이 갔다. 동준이에게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다음 쉬는 시간에 어떻게 할 건지 얘기해 달라 했다. 또 한 번의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왔다. 

점심을 먹고 올라와 잠시 책상에서 숨을 돌렸다. 그런데 어랏? 동준이는 이미 동찬이와 얘기하며 놀고 있다. 그래, 사실 아이들은 꼭 이렇게 사과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다 풀려서 또 사이좋게 지내지. 아주 잠깐, ‘아, 사과시키는 거 그냥 그만 둘까?’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렇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 아이는 다음에 또 비슷한 상황에서 자기가 잘못했을 때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할 것이다. 굳이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사과하지 않아도, 다시 충분히 사이좋게 지내고 없었던 일처럼 할 수 있는 걸? 아이는 아마 그런 식으로 자신의 잘못을 회피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크게 한 번 부딪치고, 상처주며 상처받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경험을 쌓아가는 건, 그리하여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건,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이는 착하고 순수하지만, 아직 미숙하다. 배워야 하고, 해내야 한다. 

이미 동찬이와 잘 놀고 있는 동준이를 다시 불렀다. 

“동준이,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봤나요?”
“저, 그냥 사과할게요.”

이번엔 아까와는 다르게, 물어보자마자 대답한다. 그래, 어쩌면 이제 지겹고 귀찮겠지. 내 노는 시간, 이렇게 뺏길 수 없다 생각하겠지.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다. 사과하는 게 내 노는 시간 뺏겨 가면서까지 안 할 건 아니라는 걸,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거 사실 별거 아니구나, 알 수 있다면야. 아이는 사과를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무겁게 생각해서 문제였다. 

동찬이를 불렀다.
“동찬아, 내가 손난로 실수로 맞혀서 미안해.”
“나도 너가 실수로 그런건데 오해해서 미안해.”

아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휙 돌아가서 놀기 바빴다. 

이제는 종업식 때까지 전면 원격수업이라, 이렇게 다투고 사과할 일도 없겠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