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가 교육 바꾼다" Vs "채점관 양성, 평가 신뢰성 등 문제 많아"
사교육걱정 1,2차 토론 '의문점' 쏟아져...5월2일 3차 토론 예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 3층 대회의실에서 'IB 추진 어디까지 왔고 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사진제공=사걱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 3층 대회의실에서 'IB 추진 어디까지 왔고 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사진제공=사걱세)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IB는 교육혁신의 가장 좋은 모델"(우종수), "평가 신뢰성 문제 있어"(전경원).

대구교육청과 제주교육청이 IBO와 IB 한글화 협약을 맺은 다음 날인 지난 18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IB는 한국의 낡은 평가 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두 번째 토론회 'IB 추진 어디까지 왔고 과제는 무엇인가?'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신동진 사걱세 책임연구원과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윤준 대구교육청 장학사가 발제를, 우종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과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이 토론했다.

신동진 책임연구원은 ▲일부 학교의 일부 학생들만이 IB 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문제 ▲대학입시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의 문제 ▲내신평가와 외부평가의 불일치로 인한 이수여부의 확정문제 ▲채점 및 평가방식 등의 세부내용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사교육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했다.

IBO와 IB 한글화 협약을 맺은 대구교육청 윤준 장학사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을 중심으로 IB 학교를 운영해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며 “IB 연수를 통해 교사의 미래교육 실천역량 강화를 위해 실무자로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발제자간 생각 차가 컸다.

토론 역시 찬반으로 의견이 갈렸다.

우종수 이사장은 “국제적 신뢰를 받은 IB가 우리나라 교육혁신의 가장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전경원 소장은 현재 대입제도와의 연계, 채점관 양성의 어려움, 평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걱세 관계자는 "5월2일 예정된 3차 토론회에서 IB가 정책으로서 갖는 타당성 및 실현 가능성, 현실 정착 가능성을 살펴겠다"며 "과연 'IB'가 대한민국의 낡은 평가체제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얼마나 합당한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두 차례 사걱세 토론회에서 오간 IB 도입에 대한 우려와 답변을 이혜정 소장을 통해 정리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IB는 한국의 낡은 평가 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IB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성배 기자)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열린 'IB는 한국의 낡은 평가 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IB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성배 기자)

▲IB도입은 비싸고 근사한 외제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 같다.

한국어 IB 도입은 외제 자동차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외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한국에서 기르기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것이다. IB 한국어화는 단순한 시험 번역뿐 아니라 교원 연수, 채점관 양성, 지적 정직성을 포함한 엄정한 시험 문화까지 전반적 패러다임과 교사와 학생의 역량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IB 점수를 어떻게 국내 대학 입학 점수로 환산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IB 점수를 대입점수로 환산할 필요 없다. 옥스퍼드나 캠브리지도 IB를 자국의 대입시험인 A Level 점수로 환산하지 않는다. 그냥 A Level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과목과 점수가 따로 있고, IB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과목과 점수가 전공별로 따로 제시되어 있다. 미국도 IB 점수를 환산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한다. IB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점수이다.

▲디플로마를 이수하지 못한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가?

디플로마를 이수하지 못하더라도 국내 고교 이수 요건을 완수하면 고교 졸업장이 나온다. 디플로마는 고교 3년 기간 동안 2년 동안만 해당하기 때문에 디플로마를 얻었다고 해서 고교 졸업장이 나오는 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플로마 이수율은 약 80% 정도 되는데, 이쿠코 츠보야 일본 국가교육재생실행위원회 위원에 의하면, 일본은 디플로마 이수율이 약 93% 정도라고 한다.

▲문제를 보니 매우 어렵다. 7점 만점 중 5점 정도는 혼자 해도 되지만, 그 이상 고득점을 받으려면 사교육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 아닌가?

5점까지는 개념을 숙지하면 얻을 수 있는 수준의 점수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 숙지가 미흡한 경우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7점의 경우는 개념 숙지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탁월한 통찰과 비판·창의적 사고가 요구된다.

그런데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사마다 교재도 다르기 때문에 학원에서 일괄 내신반을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 ‘중간고사·기말고사 내신대비 집중반’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책 읽고 토론하는 사교육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IB 교육에 도움이 되겠지만, 즉시 족집게로 효과가 나타나는 종류의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IB가 사교육 근절책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IB유형의 교육이 보편화한다면 사교육 지형변화는 불가피하다.

▲일본의 IB DP(고등학교) 도입학교 중 공립학교가 없다?

문부과학성 자료에 의하면, 2018년 현재 전체 인증교가 61개교인데 실제로는 초 28, 중 17, 고 42개교로 총 87개교다. 초중고가 한 재단인 경우 1개교로 카운트돼 학교급별로 카운트하면 늘어난다. 61개교 중 일본이 2013년 IB 공교육 도입 결정 당시 일본의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등 이미 영어 IB 학교가 27개교 있었고, 이후 증가한 학교 중 28개교가 1조 학교 즉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아닌 공교육 정규학교이다.

다만 아직은 초기 인증과정에서 공적 공청회나 예산 승인 등의 절차가 없는 사립이 국공립보다 인증을 빨리 마쳐 숫자가 더 많은 상태이나 국공립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2018년 현재 일본어 DP(고등학교 과정)를 운영하는 공교육 학교는 13개교라고 밝히고 있다. 이 중에서 국공립은 6개교다. 2018년 현재 인증후보학교까지 포함하면 134개교가 이미 IB식으로 수업을 바꾸고 있다.

▲IB가 그렇게 훌륭하면 왜 국가 전체에 도입한 나라는 없는가?

세계의 모든 국가는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투자해 국가교육과정과 대입 시스템을 운용한다. 그런데 그러한 막대한 자금력과 공권력에 의해 운영되는 국가교육과정과 대입시스템이 국가마다 모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개 민간 비영리 단체가 만든 교육과정과 대입이 50여년에 걸쳐 153개국 6000여개교에 확대되었다면, 왜 국가 전체에 도입한 나라가 없는지를 살필 것이 아니라 왜 이것이 각국의 국가교육과정과 대입을 뛰어넘는 특장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내신을 중앙 채점센터에서 조정한다는 것은 곧 교사의 평가권을 통제하는 것 아닌가? 평가 공정성 담보 과정에서 교사의 평가권이 제약받는 것은 결국 교사들의 교권 약화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

IB에 평가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교사별 평가권이 주어졌다고 해서 IB 학교에서 기존 공교육처럼 100% 객관식 시험문제를 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논서술 평가, 구두평가, 프로젝트, 에세이 등의 평가 형태는 안내된다.

그러나 이처럼 객관식이 아닌 평가일 경우 학부모나 학생의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IB에서는 개별 교사가 임의로 부풀리기를 하거나 혹은 터무니없이 박하게 채점하는 경우를 없애기 위해 내신 평가 질관리를 한다. 즉 내신과제 채점 결과를 무작위로 추출해 중앙 채점센터에서 검토한 후 부풀리기가 발견되면 그 학교 내신 전체를 다 깎는 방식으로 내신 점수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의 평가권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나 학생의 불신을 사전에 시스템적으로 차단해 교사의 평가권을 궁극적으로 보호하는 기제다. 교사는 문제 출제 및 채점에서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항의받을 것을 걱정할 일이 없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권이 오히려 보호된다.

▲지금 하는 업무도 벅찬데, IB가 도입되면 교사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지금 하는 일을 그대로 하고 이에 더해 IB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하는 교육을 IB로 대체하는 것이다. IB 교사들도 업무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업무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교육관련이 아닌 행정 잡무 때문에 정작 교육에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면 IB 후보학교가 되었더라도 인증이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

▲조선의 과거 시험문제가 바칼로레아식이어서 좋았다면 왜 조선은 멸망했는가?

조선 과거시험 문제 형식은 생각하는 힘을 묻는 것이긴 했으나 구한말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해 콘텐츠 혁신의 타이밍을 놓쳤다. IB가 1968년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나 우리나라 1970~80년대에 들어왔어도 그리 소용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1970~80년대는 추격형 경제모델 체제였기 때문에 선진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경제발전이 가능한 산업구조였다.

이제 선진 지식을 따라 하기만 해도 되는 제조적 지식이 필요한 산업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작금의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에 성공했던 교육으로 더 이상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IB는 외부평가 70%, 내부평가는 30%에 불과해 교사의 평가 자율권을 IB에 넘기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나?

우리 정시는 수능만 100%이고, 수능최저 없는 수시는 내신과 비교과 100%에 해당한다. IB의 대입 총점에서 외부평가(수능)는 50~70%이고 내부평가(내신)는 30~50%이기 때문에(과목에 따라 내신 반영 비율은 다소 차이가 있음) 내신과 수능 한쪽만을 100%로 반영하지 않는다. 이때 IB에서는 내부평가(내신)와 외부평가(수능)가 다른 공부가 아니라 같은 종류의 공부다.

내부평가를 조정하는 중앙의 채점관이나 외부평가를 교차 채점하는 채점관 모두 현직 교사 중에서 차출한다. 과목별로 채점관 풀이 구축되어 있으며 현직교사들끼리 해마다 당해년도 시험 직후 학생들의 실제 답안지를 일부 온라인으로 먼저 채점해 보면서 표준화 과정을 새로 거치는데, 채점관들이 모두 현직 교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교사들 간의 집단지성으로 평가 질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어 IB 도입으로 한국 교사 중에서도 채점관이 양성될 예정인데, 이는 IB라는 조직에 교사의 평가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위한 최소한의 질관리를 국내외 교사들의 집단지성체제로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IB 시범학교 졸업생이 대입에서 유리하게 될 경우, 이것이 또 다른 대입트랙이나 특혜학교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나?

한국어 IB로 2023년 11월에 첫 대입시험을 치를 예정이고 최초의 수험생은 150명 정도를 예상한다. 이후 증가할 수 있지만, 대입에서 또 다른 트랙이 될 만큼의 확대는 아직 예상하기에 이르다. 다만 공립 시범학교가 또 다른 특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운영이 필요하다.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되 지원자가 많을 경우 시험으로 선발하지 않고, 시범학교에서의 성공 모델이 인근 다른 공립학교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에서 적절한 지원과 안배가 필요하다.

▲논서술 평가의 도입에 따른 국민적 혼란으로 논술형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지 않을까?

기존 논술 전형은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사교육 의존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IB는 전과목 논술이기 때문에 모든 교과 모든 수업 시간에 논술을 한다. IB 학교에서는 그런 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교원의 역량강화는 물론이거니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일이 첨삭지도해줄 수 있는 시간적 환경적 여건도 수반되어야 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책 읽고 토론하는 활동들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전과목 논술평가의 특성상 단기간 족집게 집중 코스나 단순반복 문제풀이 학습지와 학원 같은 것이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이 보편화한다면 기존 사교육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혁신학교 등에서 평가 혁신을 위한 대안적 활동을 하는데 외국 평가제도를 수입함으로 국내 혁신교육 성과를 잠식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있는데?

IB는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완성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략으로서도 유용하다. 지난 10여년 간 많은 혁신학교 교사가 각고의 노력을 해왔지만, 대입이라는 장벽과 검증되지 않은 학력 논란에 계속 시달려 왔다. IB는 검증된 자체 대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혁신학교의 이상은 유지하면서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실제로 제주도교육청은 IB 학교를 혁신학교의 한 종류로 보고 있다.

▲평가는 수업방식 및 교육과정과 일체형으로 움직이는바, 외국의 평가제도를 도입함으로 인해 자국 교육과정이 외국 평가 기구에 의해 식민화되는 것은 아닌가?

현재 우리 교육에서 학생 개개의 생각을 기르기보다 정해진 교과서와 교사의 생각을 주입하고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방식의 수업은 우리 문화 전통적인 교육방식이 아닌, 일제 식민지와 미군정을 거치면서 도입된 방식이다.

우리 문학작품을 분석하게 하는 시험이나 우리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묻는 시험 문제 등 IB의 수업과 시험문제를 직접 들여다보면, 외국 교육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비판적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오히려 속박에서 해방해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IB는 기존 식민화된 교육을 벗어나서 지금까지 박탈되어 있던 교사의 교육권(교과서, 진도, 평가, 내용, 방법의 선택권), 학생의 학습권(교과서 생각이나 저자의 생각이 아닌 내 생각을 키울 수 있는)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