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기획] "업무는 급하지만, 수업과 생활지도는 중요하다"
[신학기 기획] "업무는 급하지만, 수업과 생활지도는 중요하다"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20 13:4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담에 미치는 영향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 경기 성남서초등교 교사

[에듀인뉴스-실천교육교사모임 공동기획: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고 싶고, 학생들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만, 학교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에듀인뉴스>는 신학기를 맞아 교육이 흔들리는 원인을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 따른 각종 법령의 등장, 교사 패싱 교육정책 등 현안을 집중 조명하고 교사의 삶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10부작 신학기 기획을 마련했다.

서울 한 지역의 교육경비 보조사업 신청서. 교사들은 행정 기관의 서식에 맞춰 신청서와 계획서를 작성해 정해진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한다. 사진=지성배 기자
서울 한 지역의 교육경비 보조사업 신청서. 교사들은 행정 기관의 서식에 맞춰 신청서와 계획서를 작성해 정해진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한다. (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2배.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미국에서는 1998년부터 2008년 사이에 교사로 임용된 초기 5년 동안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2배로 증가(Rollins, 2008)했다. 영국에서는 신규교사 임용과 이들의 교직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Troman & Woods, 2000), OECD 2013년 교수학습 국제 조사에서 중학교 교사 10만5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대답한 교사의 비율이 20.1%로 한국이 가장 높았다.

한국의 교사들이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12월 마인드프리즘이 실시한 직장인 마음건강 캠페인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들은 일반 직장인보다 우울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으며 그 까닭은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교권침해 등을 교사 개인이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몰아가는 학교장과 교감의 반응에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2017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와 서울성모병원이 교원의 우울을 조사한 결과 40%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 때문인가? 교사들에게 감정노동은 이윤창출이 아니라 ‘교육활동’(황수아 & 최한올, 2014)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상호작용하면서 겪게 되는 정서적 교감. 그 자체가 우울증의 원인인가? 아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감정 노동과 직무 관련 주요 결과 변인으로 학자들은 직무 스트레스에 주목하고 있다. 교사들은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학생들과 상호작용 해야 한다. 반면 학교 관리자를 포함한 비 수업 교사들은 이들과의 상호작용이 훨씬 덜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업과 생활지도의 직접적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많은 학생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고, 따라서 순간적인 의사결정을 반복해야 한다. 이것은 교사의 정체성 혹은 교사의 역할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개입하는 중요한 요인이 있다. 무엇일까?약 20여 년 전이었다. 수업 중에 교실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 받지 않았을까? 수업 중이기 때문이다.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교실 앞문이 벌컥 열리고 교감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교육청 자료집계 마감 시간이 12시까지라고 장학사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내가 업무 담당자이니 지금 당장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렇다. 업무는 급하다. 하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수업과 생활지도지 업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과 지금의 학교는 달라졌을까? 달라졌다. 혁신학교가 널리 퍼지고, 수업과 생활지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수업 중에 교실로 전화를 하거나 메신저로 연락하는 일은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업무는 줄지 않았다. 왜 줄지 않을까?

업무경감을 위한 각종 사업이나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업무 경감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자,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생기는 업무는 있어도, 사라지는 업무는 없다.

무슨 이야기일까? 우리나라 학교교육에서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수요자’다. 이를 다른 말로 풀어보면 학생과 학부모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하는 학교야 말로 좋은 학교다. 따라서 모든 학교는 ‘교육과정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 아닌가?

심리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고 치자.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과 끝낸 후에 반드시 검사를 실시한다. 이유는 하나다.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사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타당성과 신뢰성. 평가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교육의 효과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평가일 테니까.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우리는 교육활동의 효과를 무엇으로 확인하고 있을까? 딱 하나. 만족도 조사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항상 일치하는가? 아니다. 학생이 좋아하는 것과 학부모가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 학교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대부분 학부모다.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이 아니라 학부모가 민원을 내기 때문이다. 누가 손을 들어주는가? 학교장이다. 학부모가 학교장의 결정을 좌우하는 것이다.

수백, 수천에 이르는 학부모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 위해서 학교장은 전년도에 시행한 업무를 지우지 않는다.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가 자신들의 학교 경영 성과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학부모 만족도가 학교교육의 성과를 가리키는가? 교육의 주체가 교사, 학생, 학부모라는데 정말로 학부모 만족도만으로 학교교육활동을 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둘째, 협조해야 할 기관이 너무 많다. 

통일부, 기재부, 행안부, 국토부 등 각종 국가 기관에서 내려 보내는 협조 공문에 학교는 협조하느라 바쁘다. 이들이 교사와 학생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여는 연수와 행사는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얼마 전에는 경제교육을 위해 강사를 파견해 준다는 공문도 있었다. 온 기관이 나서서 교사와 학생을 위한 연수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연수나 교육을 신청하기 위해 신청서 한 장 작성해서 보내는 일이 뭐 그리 대수인가? 그렇다. 별일 아니다. 하지만 학교로 협조 공문을 보내는 기관이 10개, 20개, 100개가 된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닌가? 왜 교사들은 이들에게 협조해야할까? 정말 이들에게 협조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일까?

셋째, 업무를 가장 잘 아는 것은 교장과 교감이 아니다.

그럼 누굴까? 교사다. 학교를 누구보다 꿰뚫고 있어야 하는 사람이 누구여야 할까? 바로 학교장과 교감이다. 학교 시설은 물론,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여야 한다. 교사들이 하는 일에 누구보다 전문가여야 한다. 무엇 때문인가? 그들의 경력과 자리가 전문성을 나타낸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선생님 업무 때문에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부장교사 하느라 힘들죠?”

“선생님들 고생하시는데 해드릴 것도 없고 죄송해요.”

선생님 업무 때문에 힘들어서 어떻게 해요? 부장교사 하느라 힘들죠? 선생님들 고생하시는데 해드릴 것도 없고 죄송해요. 이런 말 정말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교사를 걱정해 주는 구나 싶었다. 생각해보자. 교무부장도, 연구부장도, 방과후부장도, 생활인권부장도 전부 교사다. 이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더하여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장과 교감보다 자기 업무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늘 학교장과 교감이 이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누가 전문가인가?

가장 경력이 많은 사람. 가장 전문적인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들이 학교폭력업무, 방과 후 학교 업무, 돌봄 교실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가장 힘든 업무를 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법 어디에 교사가 업무를 하라고 명시하고 있는가?

학교 교육을 정상화 하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늘 한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누굴까? 바로 최 일선 현장에서 아이들을 매일 마주하는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바쁘다. 매일 아이들과 마주하고, 이들의 말과 행동에 주목하며, 지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따라서 갖가지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많은 교사들이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들어보아야 한다.

현장 중심 교육, 현장 중심 정책이라면 당연히 최일선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학교를 혁신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라. 여전히 혼란과 혼돈 속으로 학교를 밀어 넣고 있지는 않은지를.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br>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

 

■ 연재 예정 순서=1. 교육법으로 알아보는 마일리지승진제/ 2. 극한직업: '학폭' 담당 교사의 삶/ 3. 현장교사 없는 교육과정: 이대로 표류해야하나/ 4.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5.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가/ 6. 상상을 더하는 학교 공동체 & 학교 교육과정/ 7.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담에 미치는 영향/ 8.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늘의 교육/ 9.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인가/ 10. 흔들리는 입시-어디로 가야 하나/ 11. 좌담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설진성 2019-04-24 13:14:25
그 교감님도 우습군요. 그렇게 급하면 본인이 올려야지. 수업에 책임 있는 교사를 수업 못하게 막는 것은 교육법 위반 아닙니까? 공교육이 살려면 교육과정 운영과 행정의 이원화가 되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