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기획] “내 수업에서 그런 얘기 꺼내지도 말아라”
[신학기 기획] “내 수업에서 그런 얘기 꺼내지도 말아라”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9.04.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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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가

설진성 서울휘봉초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에듀인뉴스-실천교육교사모임 공동기획: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고 싶고, 학생들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만, 학교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에듀인뉴스>는 신학기를 맞아 교육이 흔들리는 원인을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 따른 각종 법령의 등장, 교사 패싱 교육정책 등 현안을 집중 조명하고 교사의 삶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10부작 신학기 기획을 마련했다.

[그림 1] 5학년 학생들은 서울특별시동대문구청 민원게시판에 '1석2조 발전 자전거' 설치 제안을 올려 구청의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주체적인 생활정치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진=설진성 교사 제공)
[그림 1] 5학년 학생들은 서울특별시동대문구청 민원게시판에 '1석2조 발전 자전거' 설치 제안을 올려 구청의 친절한 답변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주체적인 생활정치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진=설진성 교사 제공)

나는 올해 초등 사회교과 전담교사를 맡았다. 그리고 근무지가 있는 서울시 동대문구청(이하 구청)에 복지 민원 글을 올렸다. 각 반의 학생들에게는 구청 구민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토론해 각각 의제를 선택하고 해결안을 도출하도록 했다.  또 각 반별로 도출한 해결안을 구청 게시판에 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그림 1 참조). 

이러한 형태의 교육은 정치적 중립을 위배한 것인가? 대부분 독자들은 아니라는 답변을 할 것 같다. 오히려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수업의 현장에 적극 반영하는 교사가 살아 있는 사회 수업을 이끈다고 말해주면 고맙겠다.

국가수준교육과정에서 사회교과의 성취기준도 그러하거니와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에서도 교육은 학생들을 자주적 생활능력을 가진 민주적 시민으로 양성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교실, 학교, 그리고 학교를 둘러싼 지역사회 안에서는 끊임없이 문제점이 발생하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투쟁한다. 학급회장 후보는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가? 슬리퍼는 실내화가 될 수 없는가? 두발과 화장을 규제해야 하는가? 학생의 인권과 학교의 공익이 갈등할 때 어떤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가? 과거에 정치와 경제가 결탁해 부정이 판치던 모습이 지금은 사라졌는가? 촛불집회가 정당한지 아닌지 나에게 물었던 아이에게 어떻게 답해 주어야 할까? 

“내 수업에서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라” 해야 하는가, 아니면 엇갈리는 의견들을 개방적으로 말할 수 있는 토론 마당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가? 도대체 정치 현안에 대해 교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회피하는 것이 중립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면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정치 현안에 대해 찬성이던, 반대하던, 아니면 결정 유보던 학생들이 개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학생들이 결정한 의견을 지지해 주는 것이 중립적인가?

지금까지 교사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현실 정치에 대해 외면해야 하고 심지어는 정치를 혐오하는 태도로 바라보는 것이 어느 정도 교사의 미덕인 것처럼 오인되는 학교 풍토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심지어는 앞 문단의 질문처럼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일들에 대해 비민주적 주장이라고 할지라도 교사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양비론(兩非論) 입장에서 바라보아야만 한다는 오해를 하곤 한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특별권력관계가 부인되고 새롭게 민주적 권력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교사의 낮은 정치적 성숙도로 말미암아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또 학생들의 삶과 밀접한 수많은 현실정치의 주제 속에서 민주시민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하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은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강요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낮은 사회민감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낮은 사회민감성을 유발하는 근원에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배제의 논리’로 보는 관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정치라고 하는 것은 교사를 포함해 사회적 삶을 사는 인류 모두에게 제거할 수 없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 것은 논리 모순에 빠지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나는 오히려 개방적으로 정치 현안을 토의하는 길이 학생들의 민주시민성을 키우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정부구조와 자본시장 경제 구조를 외우는 것만으로는 민주시민을 양성하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겠다. 

국어과의 언어이해, 해석 그리고 표현능력, 수학과의 수 해석 및 활용 능력, 과학과의 자연과학적 합리성, 예술과의 감수성과 표현능력 등은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양은 공교육 안에서 마땅히 책임져야 할 기본교육이 분명하다. 

학교교육이 교양교육을 달성하면 민주시민을 키우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은 삼권분립을 교과서로 배우는 것만으로도 학교에서 ‘학생회’와 ‘학부모회’를 법적 기구로 만드는 구조변혁에 삼권분립의 정신이 근본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성찰할 수 있을까? 

민주시민성은 교양교육을 뛰어넘는 정치적 맥락성과 상황성을 우리 교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생활정치이던 제도정치이던 정치적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현안에 대해, 교사의 일방적인 관점을 강요하지 않고, 그 논쟁성이 살아 작동해 학생 스스로 입장에 근거해 실천할 수 있도록 마당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런 교육이 부족할 때,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날 것이고, 국회의 대의민주정과 광장의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가 판을 치지 않겠는가?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내용을 가르칠 때 끊임없이 민주시민성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뉴욕 월가(Wall street)의 수학천재들이 파생상품의 신용을 설계할 때 민주적 시민성을 보였다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한 시민성이 없었다면 촛불혁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런 시민으로 학생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교사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이슈들을 교실로 끌어올 수 있는 정치적 민감성이 필요하다. 

개방적인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되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정치를 혐오하는 태도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핑계로 교사를 배제하게 되면 중립적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상, 다양성이 결여된 전제주의나 국가주의적 관점을 주입하는 장으로 학교를 변질시키는 것이다. 만약 역사교과서가 국정화 되었더라면 우리 교사와 학생들은 정치적 중립을 핑계로 박근혜 정권이 만들어 놓은 우파적 시각을 강요받게 되었을 것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교사의 정치 배제 의미하지 않는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사는 사회 이슈들을 끊임없이 수업 현장에 가지고 들어올 만큼 정치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고 참여하여야 한다. 교육현장 안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교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교사에게 정치적 기본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좀 쉽게 이해해 보기 위해 종교와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공교롭게도 정치와 종교는 둘 다 신념을 바탕으로 내적 논리를 형성하는데, 각각 정치는 ‘사회적 정의’이고 종교는 ‘신의 섭리’를 내적 논리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종교적 중립성에 대해 교육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보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도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교육기본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학교가 종교교육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금지사항이 헌법의 기본권을 가진 교사 개인이 종교를 가질 수 없다는 종교 배제로 연결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교사가 특정 종교를 믿기 때문에 종교적 중립 원칙을 위배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특정 종교를 믿도록 강요하리라고 예측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를 교사로부터 제한하면서 획득할 수 있는 공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적용해 교사에게 종교 배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특정 정당에 가입하고 지지하는 의견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정치적 중립 원칙을 위배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가입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즉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당 가입의 자유’를 교사로부터 제한하면서 획득할 수 있는 공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을 적용하여 교사에게 정치 배제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하여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금지시킨 법률들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교사들에게 원천 봉쇄된 정치적 기본권에는 정당가입권, 정당 후원, 선거운동권, 정치적 단체행동이 있고 이를 국가공무원법과 선거법, 교원노조법 등에서 금지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교사가 정당에 후원금을 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단순히 SNS 상에서 ‘좋아요’ 눌렀다고 해서 징계를 받거나 교직에서 쫓겨난 사례도 있다. 

또 몇 번의 위헌소송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사의 정치기본권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희망의 새싹이 움트고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2명의 재판관이 새로 임명되었다. 2014년 헌재의 판결에서는 9명 중 무려 4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제출할 만큼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정치기본권연대’에서는 2018년 2월에 새롭게 위헌 심판을 청구해 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둘째, 국제노동기구(ILO)는 우리 정부에게 지속적으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OECD 국가들 대부분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ILO가 협약 위반에 대하여 정부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셋째, 비록 개헌안이 국회에 상정되지는 못하였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안에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2017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공무원은 지방직을 포함하여 무려 100만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이 정당에 참여해 당비를 납부하고 정당 여론을 형성한다면 정당의 민주성이 한 차원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교육정책에서 배제되었던 교사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정당에 참여해 교육정책을 수립하는데 참여하면 교육의 공공성을 더 높일 수 있다. 4.19 혁명을 거치며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정권의 부정한 간섭을 막고자 도입한 ‘정치적 중립성’은 이제 ‘정치 배제’가 아니라 ‘개방적 정치 참여’로 해석되어야 하고, 교사가 정치적 민주성을 발휘해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도록 정치기본권을 부여하여야 한다. 

물론 이러한 변혁의 부수적 효과는 사회 일반에 많은 영향을 주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효과는 학교교육의 본질적 변화이다. 정치적 이방인에 머물러 있던 교사들이 사회적 민감성을 가지고 자신의 수업에서 개방적 중립성을 지켜가며 학생들의 민주시민성을 신장할 수 있게 된다. 

또 정치적 기본권을 가진 교사는 학교가 지식을 주입하는 입시학원으로 변질되는 것을 탈피해여 학생들이 삶에 결부되는 교과내용을 학습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예리한 시선을 길러 사회를 해석하고 비평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성을 배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학교를 탈바꿈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설진성 서울휘봉초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

■ 연재 예정 순서=1. 교육법으로 알아보는 마일리지승진제/ 2. 극한직업: '학폭' 담당 교사의 삶/ 3. 현장교사 없는 교육과정: 이대로 표류해야하나/ 4.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5.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가/ 6. 상상을 더하는 학교 공동체 & 학교 교육과정/ 7.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담에 미치는 영향/ 8.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늘의 교육/ 9.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인가/ 10. 흔들리는 입시-어디로 가야 하나/ 11. 좌담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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