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기획] 극한직업 '학폭' 교사의 삶..."행정사인가, 경찰관인가"
[신학기 기획] 극한직업 '학폭' 교사의 삶..."행정사인가, 경찰관인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3.16 07: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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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법 이후 교육적 조치, 통하지 않게 돼
'낙인효과'만 나타나는 '학생부 기재' 필요한가
수백 페이지 법률과 매뉴얼 숙지 필요 "수업과 담임 업무는 언제 하나"
"학교폭력 문제 실상 알려 개선작업 이뤄지길"

[에듀인뉴스-실천교육교사모임 공동기획: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고 싶고, 학생들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만, 학교 현장은 그러지 못하다. <에듀인뉴스>는 신학기를 맞아 교육이 흔들리는 원인을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 따른 각종 법령의 등장, 교사를 패싱하는 교육정책 등 현안을 집중 조명하고 교사의 삶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10부작 신학기 기획을 마련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학교폭력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언론에서 등장하는 사례처럼 아주 심각한 학교폭력도 있지만, 사소한 다툼이 대부분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말싸움까지 학폭위에서 학교폭력 정식 사안으로 다뤄져 아이들이 징계를 받고, 이것이 행정심판, 행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진다. 과연 이런 과정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까?

<장면 1> 한 아이가 친구의 뒤통수를 치고 도망간다. 맞은 아이가 따라가서 잡고 팔뚝이나 엉덩이를 때린다. 그러고 다시 도망을 간다. 서로 따라가서 잡고 때리며 웃고 논다. 한 아이가 “선생님 학교 폭력이에요!”라고 주의를 끈다. 교사가 주의를 주고 말리면, “우리끼리 장난으로 그러는데 왜 화내느냐”고 오히려 대든다.

<장면 2> 여학생 A와 B가 이야기를 나눈다. A는 C에게 기분 상한 일이 있어서 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B는 A와 관계를 유지할지, C와 관계를 유지할지 고민에 빠진다. A는 그저 C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했을 뿐이다. B는 학급 내에서 인기가 좋은 A와 더 친하게 지낼 생각이다. C는 눈치를 채고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며 담임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학폭법으로는 학폭위를 열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사법적으로 해결 가능할까.

<장면 3> 자녀가 선도위나 학폭위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 법은 허술해 보이고, 게다가 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교사와 학부모 위원들이 내린 결정이라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우습다. 변호사를 수임하고 졸업 시까지 소송을 진행한다. 장기간의 소송 중에 졸업식을 넘겼고, 결국 조치 취소 판결을 받는다. 학교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장면 4> 한 학생이 자살했다. 그 학부모는 누군가의 괴롭힘 때문에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학폭위에서 가해학생 처벌을 요청했다.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학폭위 준비로 인해 학교는 마비되었고, 학폭위 회의 진행에 10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수사관들도 밝히기 어려운 진실을 교사가 어떻게 밝힌단 말인가.

<장면 5> 학우를 유인해 괴롭히다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신문과 방송에서는 선정적인 보도를 계속 내보낸다. 학교에서 내릴 수 있는 최대한의 처분은 중학생까지는 강제 전학, 일반 고등학생의 경우 퇴학이다. 이 절차를 위해 학교는 사안 조사부터 시작하여 상당한 행정력을 쏟아야 한다.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 수습을 위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피해학생과 학부모는 가해학생과 학교를 원망한다. 가해학생과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 사안의 엄격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수업이 어렵게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부분은 간혹 학교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신문에서 심층 기사로만 다뤄질 뿐,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과 ‘학생인권조례’가 본격 시행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하면서 학폭은 하나의 법조 시장을 형성했다.

학내 생활지도는 훨씬 더 어려워졌다. 교육적으로 풀어가던 해법의 상당수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선배 교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온갖 업무가 신규 교사나 기간제 교사, 막내 교사에게 집중된다. 만약 학교폭력을 담당하는 교사의 경력 비율을 조사·발표한다면 국민적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신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의 상당수가 생활지도부에 배치된다. 신규 2년차나 기간제 교사에게 생활지도부장을 맡기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교사들은 이런 상황에 당황하고 무력해지기 마련이다. 경력 교사들이 예전에 사용했던 방법인 카리스마나 엄벌, 위협 등도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법률과 조례, 그 빛과 그림자

학교는 특별 권력기관으로서 일반적인 법률의 적용을 직접 받지 않는 곳이었다. 학생들을 개선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여겨,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성인보다 훨씬 약한 조치를 받았다. 교사의 지도 방법 역시 일반적인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 학교와 학생에 관한 일은 법률적 판단이 아닌, 교육적 판단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특권의 부작용이 수십 년간 누적되어 개선 필요성에 국민적 공감이 형성되었고, 결국 체벌 금지를 비롯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흐름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발생했다. 교육기관의 특성과 학생들의 발달상황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부족했던 것이다.

문제 발생 이후 사법적 처벌 외 생활교육의 가능성을 차단해버렸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다뤄져야 할 사안조차도 사법적 처리가 이뤄지게 됐다.

이는 이전에 학급 차원에서 소화할 수 없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지만 담임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교육적인 방법으로 합의되고 해결되던 문제들마저도 학폭위에서 다루게 됨으로써 그 과정에서 회복이 어려운 더 큰 상처를 입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 인권의식이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많은 문제의 소지들이 방치되기도 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왔던 여러 조치에서 손을 떼게 된 것이다. 지도 과정에서 학생이 기분 나빠할 말을 하면 언어폭력으로 인한 아동학대가 되고 소지품 검사도 함부로 할 수 없어 도난 사건 해결은커녕 담배 등 청소년 유해물품 단속마저도 포기하게 된다. 학생의 일탈을 막으려고 나섰다가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교사는 민원을 받은 교육청의 감사와 징계는 물론 고소·고발의 대상이 되어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교사를 모욕하거나 폭행하는 등 일탈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해서도 지도가 어렵게 되었다. 교권 침해 사건이 생기면 학교 측은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고 조용히 무마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학생들이 교사를 성희롱, 성추행하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나며 스마트폰으로 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하여 전교생이 공유해서 보는 사건도 많지만 이런 일이 밝혀져도 학생은 기껏 특별 교육 정도의 처분만 받게 된다.

반면 피해교사의 교권은 보호받기 어렵다. 질병 휴가와 정신과 치료 지원, 전보 등 교권 보호를 위한 조치는커녕 교직에 대한 의욕과 자존감만 크게 손상되고 만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업무 폭증

학폭위의 조치는 가해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학교생활기록부는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 입시 및 학생부 종합전형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특성화고 출신 학생을 채용하는 회사에서 지원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관련 사항 기재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행정력이 소모될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가 깊어진다.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는 웬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게 되어 있다.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런 위헌적 조치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에 정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건장한 고등학생이 성인을 폭행하더라도 합의만 되면 훈방되며, 소년보호재판 후 소년원으로 송치된다 해도 전과 기록은 남지 않는다. 휴대폰 수십 대를 훔쳐 파는 절도죄를 저질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친구에게 욕한 일로 피해학생 부모가 요구해 학폭위가 열리고 서면 사과 조치라도 받게 되면, 그 일이 고스란히 학교생활기록부에 남는다.

이러한 사건 한 번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아래에 나열해 보았다. 물론 여기 빠진 것들도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개념은 상당히 넓기 때문에, 웬만한 다툼은 모두 ‘학교폭력 사안’으로 처리해야만 한다. 학교폭력을 은폐, 축소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성인들끼리 싸움이 나더라도 경찰서에 가면 일단 서로 화해하고 합의하도록 경찰이 중재를 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의 교사는 학생들을 쌍방가해로 학폭위에 회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사 역시 중징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학폭위 진행에 필요한 절차

• 신고대장 작성 • 가피해 진술서 작성 • 보호자 확인서 가정으로 보낸 후 수합 • 전담기구 위원 일정 확인하여 개최 가능 여부 확인

• 전담기구를 위한 사안 조사서 작성 • 전담기구 기안 회의 개최 기안 • 전담기구 회의록 작성 • 전담기구 결과 보고 기안

• 학폭 위원 참여 가능 여부 확인 • 학교폭력 관련 학생 보호자 내교 통지서 작성 • 학폭위 개최 기안

• 내교 통지서 발송(내용증명 시 3부 준비) • 학폭 위원들에게 하루 전 참석 여부 확인 및 관련 학생 담임에게 학부모 연락 부탁

• 회의록 작성 • 관련 학생용 결과 보고서 작성 • 학폭위 회의 결과 내부 기안 • 관련 학생용 결과 통지서 발송(내용증명 시 3부 준비)

• 학폭위 결과 보고 교육청용 서류 작성 • 학폭위 교육청 보고 외부 기안 • 나이스에 학교폭력 관련 정보 입력

• 이의 없으면 학부모 특별교육 안내 • 학생 특별교육 실시 • 종업 시 삭제 필요한 서류 분류

• 학생 졸업 시 교육청의 가피해 학생 배치를 위한 공문에 답 작성 • 자치 위원 구성, 학부모 상담, 가피해 학생 조사, 사후 지도

교사가 이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법률과 매뉴얼을 숙지해야 하며, 재심 청구나 행정 소송을 받게 되면 일은 훨씬 더 늘어난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행정 절차를 더욱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법률 다툼에서는 교육적 합목적성보다는 행정 절차상의 하자 여부가 판결의 주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수업과 담임 업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후 재발 방지와 상처 회복을 위한 교육 활동은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학생과 교사에게 진정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학교폭력 사안에 관계된 사람 모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반성과 성찰을 통한 회복과 재발 방지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생활기록부에 한줄 적히는 것을 막고자 가해학생의 학부모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그에 대응하여 자기 자식이 피해 받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학생 부모도 그 이상의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학교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형국이다. 여기서 이익을 보는 것은 변호사와 법조 브로커뿐이며, 이외는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학교는 만신창이가 된다. 진정 초점이 되어야 하는 고의적, 집단적, 지속적 괴롭힘을 다루기에는 힘이 빠진다.

이런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는 몇 년을 버티기 힘들다. 학급 담임을 하며 생활지도와 교수학습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이를 넘어서 경찰, 형사, 검사, 변호사 노릇까지 해야 한다. 행정적으로도 누락이 없도록 행정사처럼 일을 해야 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를 하다 보니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능률이 떨어지니 교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교사의 의욕 또한 상실된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학교폭력 문제는 더욱 커진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 상당수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뇌졸증, 디스크 등을 앓는다. 질병휴가나 휴직으로 교단을 떠나기도 한다. 학교폭력 업무 진행 과정에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거나, 조사를 강압적으로 했다거나, 조사 과정에서 화를 냈다거나 소지품 검사를 했다는 등 인권조례 위반을 이유로 소송 위협을 받고 감사 처분을 받기도 한다. 학교는 헌신적인 교사 몇 명으로 버티다가 이들이 무너지거나 전보를 가면 학교폭력 문제는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학폭법이 강화된 2012년 이후, 눈에 띄는 물리적인 집단 폭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학폭법은 학교를 총체적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가 열렸다. 학폭위의 교육지원청 이관이나 학폭위 이전에 학교장 종결, 생기부 기재 축소 등등 그래도 개선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학교폭력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조속히 개선되길 기원하는 교사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왕건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 특별위원,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 대표저자.
왕건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 특별위원, '학교폭력으로부터 학교를 구하라' 대표저자

■ 연재 예정 순서=1. 교육법으로 알아보는 마일리지승진제/ 2. 극한직업: '학폭' 담당 교사의 삶/ 3. 현장교사 없는 교육과정: 이대로 표류해야하나/ 4.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5.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가/ 6. 상상을 더하는 학교 공동체 & 학교 교육과정/ 7.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담에 미치는 영향/ 8.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늘의 교육/ 9.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인가/ 10. 흔들리는 입시-어디로 가야 하나/ 11. 좌담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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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2019-03-22 15:03:14
좋은 연재 감사드립니다.

ddd 2019-03-20 20:47:50
꼭 필요한 글입니다.

김영어 2019-03-16 10:11:16
생각만해도 숨이 턱 막히는 주제죠. 연재되는 글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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