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조종례 하라" 발표에 벌써부터 ‘줌 접속 끊김·튕김 현상
인프라 구축·사전 조사도 안해, 민원에 흔들리는 교육부에 실망

교육부의 쌍방향 수업 확대 방침에 교사들은 현장을 모르는 발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몰락'을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이 교사들 사이에서 "내맘이 바로 이렇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쌍방향 수업이든 온라인 수업이든 교사들은 매일 최선을 다해 수업하고 있다. 학부모 불만과 여론 등 오직 민원에만 흔들리는 교육부의 모습이 매우 실망스럽다.”

“KFC에서 파는 비스켓이 맛있다고 케이에프씨에서 제빵사업을 하라고 하면 정상이냐? 거기다가 갑자기 레시피나 재료 제공도 안하고 안 만들던 매뉴를 개발해서 주라고 하면 줄 수 있나? 소비자 반응에 민감한 프렌차이즈 업체도 이렇게는 안 할 거다.”

"교육부는 쌍방향이 무슨 도깨비 방망인 줄 아냐."

오는 21일부터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역 학교들이 등교 수업을 재개하는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원격수업 기간에 실시간 조·종례 도입, 1주일에 1회 이상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방침을 정해 현장의 혼란과 우려,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시도교육감협의회 간담회 주요 협의 및 결정사항’에 따르면 우선 원격수업 기간 동안 교사는 ‘줌(Zoom)’이나 SNS로 매일 출결과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등 실시간 조·종례를 운영해야 한다. 

원격수업 기간에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을 하거나 콘텐츠 활용 수업 중 실시간 채팅을 활용한 피드백 수업을 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1차시 당 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교 50분간 수업시간을 지켜달라고 일선 학교에 당부했다. 

또 원격수업을 1주일 내내 지속할 경우 교사는 1주일에 한 번 이상 전화나 개별 SNS 등을 통해 학생·학부모와 상담하도록 했다.

줌이 왜 튕겼을까를 분석한 유튜브 캡처

실시간 조·종례에 튕기고 버벅인 줌..."1학기나 2학기나 학교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불만


하지만 이 같은 발표 하루 뒤인 16일부터 현장에서는 ‘줌 접속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16, 17일 오전 교사들의 SNS에는 화상회의 솔루션 접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줌에 접속해보니 호스트인 교사가 튕겨 나가거나 아예 접속조차 되지 않는 등 1교시부터 접속량 폭증으로 각종 끊김, 딜레이 현상이 발생해 쌍방향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 네트워크나 화상회의 솔루션 등 인프라 구축부터 해 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교육부는 원격수업을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교실 내 무선인터넷(와이파이) 환경을 구축하고 노후 기자재 약 20만대를 신속히 교체하겠다고 밝혔으나 1학기나 9월 현재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이에 따라 교사들이 웹캠이나 마이크, 구글 프리미엄 등에 사비로 가입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사비를 들여 진행하던 모든 쌍방향 수업을 앞으로는 하지 말자”며 “교육부가 교사를 이렇게 일 하지 않는 그룹으로 보는데 그동안 애써온 것이 억울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북교사노조는 '원격수업 준비를 위한 교사들의 사비 내역' 설문조사를 지난 17일부터 시행 중이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육부 발표에 따라 쌍방향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하니 학교에 개인 노트북을 들고와 외국 사기업인 줌으로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학교에 와이파이가 구비되지 않아 개인 핸드폰으로 핫스팟을 잡아 인터넷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며 “원격수업 준비를 위한 교사들의 사비 내역을 조사해 교육부에 공문 형식으로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교수‧학습활동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할 수 있게 통합한 원스톱 시스템에 대한 요구도 크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줌, 구글 미트, MS팀즈, 온더라이브 등 수많은 플랫폼이 중구난방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나이스처럼 모든 교사가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닌데 무엇을 이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일단 쌍방향 수업을 늘리고 보겠다는 일방적인 발표 자체가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10일 김해 신안초등학교와 창원 내서중학교를 방문해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인 ‘아이톡톡’을 활용한 원격수업을 참관하고 시범운영 현황을 점검했다.​(사진=경남교육청)​<br>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10일 김해 신안초등학교와 창원 내서중학교를 방문해 경남형 미래교육지원시스템인 ‘아이톡톡’을 활용한 원격수업을 참관하고 시범운영 현황을 점검했다.​(사진=경남교육청)​

현장 의견 수렴 한 번 없이 '국민적 요구와 진단'이라니...‘코로나19보다 무서운 병, 교육부19’


현재 부산, 경남 등에서 통합 플랫폼을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전 학교 보급은 빨라도 내년 후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청원 등 민원을 국민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에 업고 제대로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억지식으로 밀어 붙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재원 서울 마장중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은 “원격수업에 대한 불만은 온통 '어째서 실시간화상회의 방식의 수업을 하지 않느냐?'로 몰리고 있다. 정말 그렇게 몰리고 있는지, 언론과 교육 관료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호하다“면서 ”이런 논란에서 수업의 당사자인 학생과 교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교사 의견 조사, 학생들의 기기사용 실태 조사, 학생 쌍방향 원격수업 선호도 조사 등을 먼저 해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빠졌다는 지적이다.  

강원도의 한 초등교사도 “교육부 보도자료에 국민청원 결과를 예시로 들며 '국민적 요구와 진단'이라는 제목을 붙여 배포했다”며 “청원이 근거가 있다고 판단할 본격적인 조사를 하던가 연구를 하고 나서 정책을 제시해야지 청원문 자체를 국민의 요구라고 하는 게 말이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의 한 고교 교사 역시 “이번 일 외에도 맘카페 및 '뉴스공문'으로 2주 전에 알려주는 등 교육부의 코로나19 대응은 그동안 실망 그 자체였다. 애매한 것은 학교 재량으로 미루는 등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오지 않았냐”며 “이러니 코로나19가 아니라 교육부19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교사들의 마음을 대변한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병, 교육부19’라는 유튜브 영상도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 이야기를 다룬 영화 ‘몰락’의 장면을 패러디한 이 영상을 본 교사들은 “눈물나게 공감된다”, “교육부가 꼭 봤으면 좋겠다”, “히틀러에게 감정 이입이 된 건 처음”, “ 내마음이 꼭 지금 이렇다” 등의 후기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