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 전국 최초 배포
학생 눈높이, 멀티미디어 활용 신선 vs 편향 교육 도구

자료=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박용광 기자] 최저임금과 빅맥 지수(맥도날드 햄버거 빅맥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상대적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할 수 있게 한 지수)를 비교했을 때 최저임금이 훨씬 낮다면, 최저임금을 올려야할까? 올린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고등학교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를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 개발해 관내 고등학교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많은 노동 관련 지도자료들이 나왔으나, 주로 노동법 중심이어서 학교에서 직접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자료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말했다. 

노동인권 지도자료는 일반고용과 특성화고용 등 2종으로 발간됐다. 각종 멀티미디어 활용은 신선하다는 평가지만 편향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쇼미더인권’이란 단원에선 노동인권에 대한 생각을 랩으로 지어 발표하도록 했다. 1970년대 근로자의 인권을 위해 분신한 전태일 열사와 가상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게 하는 단원도 있다. ‘실업탈출게임’ 장은 실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탈출카드와 상황카드를 쓰면서 학생들이 보드게임을 해볼 수 있게끔 짜여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변론서를 작성해보는 단원 등도 있다.

전태일 관련 교육안. (자료=서울시교육청)
전태일 관련 교육안. (자료=서울시교육청)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라' 단원은 학생들이 단체교섭권의 의미와 중요성을 배운 뒤 노동자와 사용자 입장에서 전략을 짜 모의협상을 해보도록 구성돼있다. 노사가 합의에 이른 때뿐 아니라 협상이 결렬된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제시됐다. 파업에 대해선 따로 한 단원을 할애했다. 하지만 기업의 긍정적 역할은 설명하지 않고, 단체교섭권에 대한 설명은 단원에 일부 들어 있는 정도다. 

직장 내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며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단체행동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내용 위주로 가르치는 건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교육청은 관심이 있는 교사들에게 신청을 받아 오는 4~5월 중 지도자료 활용 방법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동인권 지도자료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안에 중학생용 노동인권 지도 자료를 만들고, 내년엔 초등학생용 자료를 만들어 관내 학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 자료는 의무적으로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참고 자료로 쓰도록 만들었다"고 말했으나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의 한 고교 사회 교사는 "지도안, 성취목표, 읽기자료, 학습지 활동지까지 다 있어 수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료를 외면하는 교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기존 교과서와 같이 가르치면 형평성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참고 교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