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활동 어렵지만, '토론과 설득'이라는 의원 역할 배우는 중
교장공모제 반대 "교장은 전체 바라보고 이끄는 리더십 갖춰야"
자사고·외고 당연히 존재해야 "학부모 요구 외면은 독재"
"노동 인권교육 필요하지만 윤리, 사회적 책임 함께 가르쳐야"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의회 의원실에서 여명 의원을 만났다. 사진=지성배기자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의회 의원실에서 여명 의원을 만났다. (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장공모제 반대, 서울시교육청의 전교조 해직교사 불법 채용 의혹 제보, 서울시교육청 직원 자녀의 고교 진학 현황 요청,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 지도자료 수정 요구…

10개월 차 신참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7월1일 처음 의정활동을 시작한 자유한국당 소속 여명(사진·28) 서울시의원이다.

서울시의회 구성은 민주당 102명, 한국당은 6명이다. 그 중에서도 교육위원회는 한국당은 여 의원 1명 뿐이다. 여 의원은 민원을 경청하고 시정 요구를 하느라 밤낮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교장공모제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제도가 아니다. 전교조 소속 교사의 출세 통로일 뿐이다.”

교장공모제를 바라보는 여 위원의 시선은 분명했다. 그는 “교장공모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교장공모제만이 선이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가져오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자사고 재지정평가를 놓고 갈등을 겪은 서울시교육청을 향해서는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남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두 자녀 모두 외고를 보낸 조희연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내 자식 공부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당연하다. 학부모가 원하는 데 정부·지자체가 나서서 폐지하는 것은 독재이자 사회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시교육청의 노동인권 지도자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분쟁 해결 사례로 택시노조 예를 들며 분신자살을 사례로 실었다. 생명 존중을 가르쳐야 할 시기에 매우 부적절한 편집이다.”

그는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함께 노동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제작하는 자료는 검토에 직접 참여하기로 했다. 편향되거나 극단적 사례는 빼도록 설득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정체돼 있는 교육계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며, 사회에 꼭 필요한 마이스터고 등을 활성화하는 생산적 일에 몰두할 계획을 밝힌 여명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여명 의원과의 일문일답.

여명 서울시 교육위원회 위원은 교장 공모제반대, 서울시교육청의 전교조 해직 교사 불법 채용 의혹 제보, 서울시교육청 직원 자녀의 고교진학 현황 요청,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 지도자료 수정 요구 등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사진=지성배기자
여명 서울시 교육위원회 위원은 교장공모제 반대, 서울시교육청의 전교조 해직 교사 불법 채용 의혹 제보, 서울시교육청 직원 자녀의 고교 진학 현황 요청, 서울시교육청 노동인권 지도자료 수정 요구 등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사진=지성배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서울시의원이자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수당의 일원으로 의정활동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나.

"야당 의원의 무기는 입과 글이라고 우상호 전 민주당 대표가 말한 적 있다. 나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의정업무를 보고 있고 정권을 되찾아 수권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처음에는 논평을 많이 썼지만 예산심의를 하며 설득과 토론의 묘미를 알게 됐다. 서울시 교육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편향적이거나 당색으로만 상임위 업무를 보지 않고 토론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예산심의 때 토론을 통해 내 의견도 많이 반영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런 게 의원의 역할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이 배우는 자세로 하고 있다."

▲의정활동은 처음이고 젊다. 밖에서 보던 것과 어떻게 다른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해보고 싶어 들어왔다. 막상 해보니 질의하는 게 어렵더라. 담당 공무원만큼 알 수도 없고 정보도 부족한 상황에서 빈틈을 찾아 질의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많은 민원 중에서 진짜 민원을 선별하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도입과 교장공모제는 유사...공모제만 절대 선 아냐

▲교장공모제 문제를 지속해 지적하고 있다. 여 의원이 생각하는 제도의 순기능과 문제점은 무엇인가.

"제도의 취지처럼 현재보다 조금 더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순기능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순기능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민주당의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인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의원이 한마디씩 하다 보니 의사결정도 느렸다. 갑자기 급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을 고집하면 편법을 쓸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한 학교에서 교장공모제 시행을 놓고 찬반 투표 조작까지 하지 않았나. 우리나라에 완벽히 맞는 제도는 아닌 것 같다."

"교장 공모제로 당선되는 전교조 출신 교장이 많더라. 전교조 출신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교장은 회계 책임자이자 학교 경영자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교장공모제로 교장이 된 어떤 교장은 '학교라는 곳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부분일 수 있다. 어두운 사회가 존재하는 교육현실 시정보다 예산을 끌어오고 시설을 고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말을 하더라. 전체를 바라보고 이끌어야 하는 리더십이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교장공모제 확대를 요구하는 교사들은 현행 '마일리지 승진제'가 교장에게 절대 권력을 준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 승진제도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은가.

"교장의 권한이 크고 권위적이기 때문에 민주적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주장을 한다. 그 대안으로 교장공모제를 들여왔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학생인권조례와 비슷하다고 본다. 교사가 너무 권위적이라는 지적에 학생인권보호 차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도입됐다. 사실 교사가 권위를 내새우는 시대는 지났다. 학생인권조례의 역할도 있긴 했지만, 지금 폐지돼도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똑같이 교장공모제는 마일리지 승진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됐고 도입됐지만 교장의 권위의식이 이전과 비교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교장공모제 취지는 이해하는데 그것만이 선이고, 민주적 의사 결정을 가져올 유일한 수단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교장공모제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인가, 보완을 요구하는 것인가. 그 이유와 함께 말해달라.

"교장이 되는 방법의 다양화에는 공감한다.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문제가 있으면 그 제도의 철회 요구를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장공모제를 전교조가 출세 통로로 활용하는 것과 그로 인해 생기는 자질 부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을 극복할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보완으로 부족하면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장공모제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지난달 13일, 서울시교육청에 직원 자녀들의 고교 진학 현황 자료 제출을 공식 요구했다. 자료 요청 이유가 있다면.

"조희연 교육감도 두 아들 모두 외고에 보냈고, 박영선 장관, 유시민 전 장관 모두 그렇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1년 경비가 억대에 이르는 미국 유학을 보내고 있다. 정권 실세와 조 교육감의 위선이 드러난 것이다. 도덕적인 척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내 아이를 공부시켜 좋은 대학 보내려는 것인데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 폐지는 남의 자식 사다리 차버리는 것 아니냐. 그래서 교육청 고위공무원들이 자사고·외고 폐지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보고자 요청했다. 본청 직원들의 자료가 왔는데 국제학교, 외고, 특목고, 자사고 등에 진학한 사례가 있더라. 좀 더 정확한 결과를 내기 위해 보완요청을 한 상황이다."

자사고 재지정평가에 ‘학부모의 민주적의사 참여 점수’, 상식적인가 

▲서울권 자사고와 서울시교육청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뤘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평가지표가 작년에 갑자기 많이 바뀌었다. 작년 교육감 선거 이후 진보 교육감이 대거 입성한 이후다. 그래서 평가지표를 분석해봤다. 자사고의 지정 목적을 평가하는 것과는 무관해 보이는 항목이 많더라. 예를 들면 ‘학부모의 민주적의사 참여 점수’와 같은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학교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을 하더라. 그 ‘당연히’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상식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취소하려고 평가지표 바꾼 것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 않나. 지난 5년을 평가하는 데 작년에 바뀐 평가지표에 응하라는 게 말이 되나. 그러면서 자사고를 폐지하려고 평가지표를 바꾼 것은 아니라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학생은 자사고와 일반고에 동시 지원할 수 있고, 자사고는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학생 지원을 받게 됐다. 자사고 정책이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자사고와 외고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사고·외고 폐지한다고 하니 학생들이 과학고와 영재고로 몰린다고 하지 않나. 자기 자식 공부시키고자 하는 욕심은 부모로서 당연하다. 학부모가 원하는 데 국가가 나서서 폐지하는 것은 그야말로 독재이자 사회주의다."

"우리나라 교육계가 많이 왜곡됐다. 대학 진학이 필요 없는 아이들도 대학에 많이 간다. 내 동생도 그런 경우다. 인문계고 나와서 전문대학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어 방황하다 결국 경찰공무원 시험을 보고 경찰이 됐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고등학교가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해 보급한 노동인권 지도자료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편향되었다고 생각하나.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이 만든 자료는 혁명, 파업, 쟁의 등 용어에 집중돼 아이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고 판단한다. 기업 대상 파업권은 기업과 협상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는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노사 간 협력하는 좋은 사례도 많은데 극단적 사례들을 끌어온다. 자료에는 노조가 세상에서 억울한 집단이고 인권을 위해 투쟁한 집단으로만 그리고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분쟁 해결 사례로 택시노조를 들며 분신자살을 예로 가져왔다. 생명 존중 윤리를 가르쳐도 모자란데, 분신자살을 2019년 대한민국 분쟁 협상 사례라고 제시하는 것을 제대로 된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

노동윤리, 사회적 책임 가르쳐야...말도 없이 그만두고 임금만 챙기는 폐해 없어야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제작하는 중학교용 지도자료는 여 의원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고, 자료검토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어떤 부분에 집중해 검토할 계획인가.

"노동인권자료에 노조의 폐해를 함께 포함해야 한다. 아이들이 양쪽을 동등하게 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노동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가르치도록 하는 검토의견을 낼 계획이다. 자영업 현장에서 젊은 아이들을 알바로 못 쓰겠단다. 일주일 정도 나오다가 힘들면 그만두겠다는 말도 없이 잠수탄 후 일주일치 임금을 요구한다. 지급하지 않으면 바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벌금나오게 한단다. 이는 노동윤리의식 없는 노동인권교육의 폐해다. 분신자살과 같은 극단적 사례는 담지 않도록 하겠다."

▲서울시교육청의 전교조 해직교사 불법 채용 논란이 일어난 자료 제공이 여명 의원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사로 전교조는 동아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제소했으며, 며칠 전 전교조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이 나왔는데.

"서울시의회 전문위원실 검토까지 받아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한 자료에 기반해 쓴 사실보도를 전교조가 모든 언론사에 전화해 언중위 고발 운운해 언론사들이 이틀 만에 기사를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이것이 시민의 알 권리 침해이자 ‘시의원의 감사권’이라는 의정활동 방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마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술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내용만은 사실로 믿고 있다. 참여연대, 세이브더칠드런 등에 기부한 사람을 교육청 채용 과정에서 공적 가치 실현으로 평가해 선발하는 것은 그 대상이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라도 잘못됐다. 다시 자료를 모아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끝까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교육계는 정체, 교육계에 변화의 가속도 주고 싶어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어떤 활동에 주력할 예정인가. 목표가 있다면.

"진보 교육감들이 경쟁은 나쁜 것이고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가르친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자신의 경쟁력을 빨리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험 없애고, 평가 없애고, 경쟁은 나쁜 것이라는 배움을 받은 아이들이 학교 문을 떠나는 20세부터 경쟁 사회로 내동댕이쳐진다. 경쟁사회라는 것을 솔직하게 가르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교육계는 정체돼 있다. 교육계에 변화의 가속도를 주고 싶다. 아이들의 재능을 계발하는 마이스터고 등을 활성화해 바로 취업 현장으로 가도록 하는 교육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생산적인 일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