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6일 교육부 발표 보다 앞서 오전·오후 등교 학사 운영 사례 공문 시행

충남교육청이 6일 시행한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 공문 중 오전/오후 등교 수업 방안 예시 캡처.
충남교육청이 6일 시행한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 공문 중 오전/오후 등교 수업 방안 예시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부가 추진하는 오전·오후 등교 형태의 윤곽이 드러났다. 현장은 초등 1, 2학년 등교를 위한 것으로 학교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충남교육청은 6일 ‘추석 연휴 특별 방역기간 이후 학사운영 방안’ 제목의 공문을 학교 현장에 내렸다.

공문에는 오는 8일 교육부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고 12일 교육청이 안내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1~2학년/ 3~4학년/ 5~6학년별 등교 방안 예시를 적시했다.

공문에 따르면 1~2학년은 월·화·수와 목·금으로 나누어 오전에 등교 수업을 진행한다.

3~4학년은 월·화·수 오후 등교수업, 목·금 원격수업이며 5~6학년은 반대로 월·화수·는 원격수업, 목·금은 오후 등교수업이다.

이로써 교육부가 추진한 동시간대 학교 밀집도를 1/3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내용을 조금이나마 빨리 현장에 안내해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부 발표보다 먼저 공문을 시행하게 됐다”며 “16일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만큼 일주일이라도 운영해보고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학습 안전망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5일 오전 충남 금산중앙초등학교를 방문, 1학년 교실에서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2020.10.5<br>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학습 안전망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5일 오전 충남 금산중앙초등학교를 방문, 1학년 교실에서 인공지능(AI) 수학 시스템 도입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2020.10.5.(사진=교육부)

“초등 1, 2학년 돌봄은 어떡하라고?” "전형적 탑다운 방식 정책 시행" "돌봄, 급식, 방역 다 엉클어진다" 


충남교육청이 안내한 학교 밀집도 1/3을 유지하기 위한 오전 오후 등교 수업 예시는 이미 교육부가 만들어 전국 교육청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교육부보다 먼저 충남교육청이 관련 내용을 시행, 유은혜 장관과 김지철 교육감의 사전 교감만 있고 현장과의 교감은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 5일 유은혜 장관이 충남지역 학교를 방문하며 김지철 교육감을 만난 이후 시행된 공문이라 교육부와 충남교육청 간의 사전 교감으로 충남교육청에서 먼저 공문을 시행된 것 아니냐는 것.(관련기사 참조)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사전에 해당 방안을 교육청들과 공유한 것으로 안다”며 “교육부장관과 교육감과의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문에 담긴 학사운영 사례에 대해 현장은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공문을 확인한 서울 A초교 교장은 “해당 예시대로라면 학교는 오후에 있을 각종 회의, 학사 운영 논의, 학부모 연수, 학교 설명회 등을 할 수 없게 된다”며 “학교의 오후 일정은 올스톱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은 제발 대규모 학교에 가서 실험이라도 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충남교육청이 교육부보다 먼저 시행한 것으로 볼 때 다른 교육청도 이 내용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초등 1, 2학년만을 위한 맘카페를 의식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충남 B초등교 교장은 "1, 2학년은 대부분 돌봄을 한다. 초등 돌봄이 그대로라면 오후 학교내 밀집도 1/3 유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급식도 겹치는 시간이 있을 것이고 방역 인력도 오전 근무만 하는 상태라 추가로 뽑아야 하는 것인지 마음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엄민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교육부가 발표하지 않았는데 시도교육청에서 먼저 관련 내용을 시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초등 1, 2학년 등교가 필요하면 교사들이 먼저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정책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등교를 하는 것은 단순히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돌봄, 급식, 방역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