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려제에 바란다]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교육적 기능 강화부터
[숙려제에 바란다] 학교폭력 자치위원회, 교육적 기능 강화부터
  • 한치원 기자
  • 승인 2018.11.2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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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국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교육부가 지난 10일부터 ‘학교폭력 제도개선을 위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 들어갔다. 교육부는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일 경우 학교장 ‘자체종결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이해관계자 30명으로 구성된 정책 참여단을 구성하고 최근 일반인 10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진행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듀인뉴스>에서는 학교폭력 담당 교원 및 변호사, 전문가 등에게 ‘학교폭력 숙려제에 바란다’ 릴레이 기고를 기획,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탁경국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탁경국 법무법인 공존 변호사/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

2004. 7.경 학교폭력예방법이 시행되기 전에 학교가 학교폭력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4. 7.경 이전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만한 심각한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처벌(보호처분 포함)하였고, 그 정도에 미치지 아니하는 경미한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학교 선도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치하였다.

‘폭력’이라기보다는 학생들 사이에서 항상 존재할 수 있는 ‘갈등’은 담임교사가 알아서 처리하였다. 그 때의 시스템과 현재 시스템을 비교해보았을 때 어떤 것이 더 나은 시스템인지를 비교해볼 때가 되었다.

또 그 때의 시스템과 현재의 시스템이 너무 극단적이라면 그 중간의 시스템은 어떠한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모든 학교폭력 전력의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특징으로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2012. 3. 21.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시스템인데(2011. 12. 20. 대구 모 중학교에서 발생한, 대한민국을 뒤흔든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2012. 2. 6.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에 발맞추어 2012. 3. 21. 학교폭력2예방법이 개정되었음), 현재의 시스템 이전에는 모든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징계조치를 받았던 것은 아니고, 징계조치가 생기부에 기재되지도 않았다.

“현재 시스템 긍정적 역할을 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현재의 시스템은 그 긍정적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갈등마저도 모두 학교폭력에 포함되고,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주장이 있으면 무조건 자치위원회가 개최되며, 자치위원회가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징계조치가 내려지고, 그 징계조치는 무조건 생기부에 기재되는 현재의 시스템은, 가해학생으로 하여금 반성 대신 방어에 급급하게 만들고 징계조치에 불복할 가능성을 높이며, 그 결과 피해학생이 진정한 사과를 받을 수 없도록 한다.

법적 분쟁 과정에서 학교의 담당교사는 소송의 상대방(가해학생 또는 피해학생)과 대립 당사자가 되어 교사와 학생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즉, 자치위원회가 개최되고 심의되는 과정에서 사안이 교육적으로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학생, 학부모 사이의 갈등이 더 심화되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장 또는 담임 종결제 검토 ‘환영’..그러나 법 개정 필요

그러한 의미에서, 학교장 또는 담임 종결제가 검토되고, 모든 조치에 대한 생기부 기재 정책이 재검토되는 것을 환영한다. 그런데 학교장 또는 담임 종결제와 관련하여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학교장 또는 담임 종결제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현재 논의되는 학교장 또는 담임 종결제가 객관적으로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사안에 대하여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면 하나 마나한 이야기이고, 객관적으로 학교폭력이라고 판단되지만 가해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상호간에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면 이는 학교폭력이 있으면 무조건 자치위원회를 개최하고 일정한 조치를 의결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 제13조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는 학교장 또는 담임 종결제가 객관적으로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사안에 대하여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면 하나 마나한 이야기다. 

객관적으로 학교폭력이라고 판단되지만 가해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하여 상호간에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 자체 종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면,

이는 학교폭력이 있으면 무조건 자치위원회를 개최하고 일정한 조치를 의결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 제20조, 제13조에 위배되는 내용이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소년법, 경미 사안 심리 하지 않아...무조건 처분 강제는 불합리

또 2012. 3. 21. 현행법 제17조가 개정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에게 9가지 조치 중 어느 하나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즉, 개정 전 제17조 ①항은 “자치위원회는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가해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수 개의 조치를 병과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를 할 것을 학교의 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자치위원회가 이미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을 다룰 때 당사자가 진정한 화해에 이르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룰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과정을 거친 후 가해학생에 대한 징계조치를 하는 것이 오히려 당사자들의 진정한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징계조치를 하지 않을 권한까지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개정 전 조항으로의 복귀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년법은 소년부 판사가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하면 심리 자체를 개시하지 않을 수 있고, 경미하지 않은 비행행위라고 판단하여 심리를 개시한 사안에서 조차도 보호처분 불처분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년법 규정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자치위원회가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 무조건 일정한 처분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필자는 가지고 있다.

자치위원회, 교육적 기능보다 사법적 기능 ‘공정성’ 강조

현재 시스템은 자치위원회의 교육적 기능보다 사법적 기능을 강조하는 시스템인데, 사법적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비슷한 사안에 대하여 단위학교마다 다른 수위의 징계조치가 내려지면 그 대상자는 다른 사례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일관되고 공정한 징계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일선학교의 자치위원회에 외부전문가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거나, 현행법상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게 되어있는 학부모위원들의 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자치위원회를 단위학교 마다 설치하지 말고 각 교육청 내지 교육지원청 산하에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위와 같은 주장에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치위원회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사법적 기능만 생각한다면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처벌받은 학생을 다시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하여 단위학교에서 징계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학교폭력예방법이 독자적 의미를 가지려면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하여 사법적 관점이 아니라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소년법 제19조(심리 불개시의 결정) ① 소년부 판사는 송치서와 조사관의 조사보고에 따라 사건의 심리를 개시(開始)할 수 없거나 개시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면 심리를 개시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결정은 사건 본인과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② 사안이 가볍다는 이유로 심리를 개시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할 때에는 소년에게 훈계하거나 보호자에게 소년을 엄격히 관리하거나 교육하도록 고지할 수 있다.

소년법 제29조(불처분 결정) ① 소년부 판사는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면 그 취지의 결정을 하고, 이를 사건 본인과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한치원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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