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수업친구와의 수업나눔은 내 수업을 거울로 비춰보는 작업이다. 수업친구는 내 수업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안전지대이며, 나의 수업고민을 깊이 성찰해주고 함께 성장해가는 제일 가까운 수업코치다. 수업자의 시선으로 수업을 바라봐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업나눔의 기회를 수업성장의 디딤돌로 삼으려면 의미있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 수업보기의 안목과 진정성 있는 수업친구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에듀인뉴스>에서는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선생님들의 열정과 수고를 응원하고, 비슷한 고민과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을 위해 ‘유희선의 수업 나눔’을 기획했다.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유희선 경기 양오중 수석교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연구회 부회장. '수업이 즐거운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2018년)' 공저자

입학 후 첫 오리엔테이션은 수업의 1년 농사를 좌우하는 아주 소중한 만남의 시간이다. 특히 중학교 자유학기제에서의 첫 만남은 시험 없는 1학년 사회과 수업을 과정중심평가와 연결해 어떻게 진행하는지 안내해주고, 우리가 수업 속에서 지켜야 할 수업규칙 등을 약속하고 다짐하는 시간이다.

교과서 차례를 보며 단원을 순서대로 배우지 않고 교육과정재구성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왜 두 시간을 붙여 블록타임 수업으로 진행하는지, 노트 대신 활동지 파일은 어떤 식으로 정리하는지, 모둠활동을 통해 협력하는 수업이 왜 중요한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어색한 새 학기 첫 날..."'꿈출석'으로 해빙무드 만들기"

첫 날, 다소 긴장한 상태에서 초롱초롱 눈을 맞추고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교사에게 집중하며 경청하는 학생들에게 ‘꿈출석’을 주문한다.

이 날 만큼은 자기가 직접 자기를 소개하되 이름 석 자 앞에 ‘~이 되고 싶은’을 붙여서 소개해 달라고 요청한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네~’ 하고 대답만 하려던 학생들은 “아직 꿈이 없어요. 꼭 해야 하는 거예요?”라며 난색을 표한다.

그렇다면 ‘~을 잘하는’을 붙여도 된다고 말해준다. 잘하는 게 없다며 슬쩍 피해가고자 하는 학생 한 명을 지목해 이 친구가 무얼 잘하는지 초등학교 때 친구들한테 얘기해 보라했다. 여기저기서 축구를 잘하고, 게임도 잘한다는 제보를 한다.

그리고 혹시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겸손한(?) 학생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을 좋아하는’을 붙여서 자기를 소개해보자고 제안한다. 내심 요즘 청소년들은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 한 두 팀 정도쯤은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바로 시작했고, 자신 없으면 ‘패스’해도 좋다고 안심시켜주었다.

학생이 꿈출석으로 자신을 소개한 자료. 이름 앞에 자신의 꿈을 담아 자기를 소개하는 방법으로 특히 꿈, 특기, 흥미를 연결해 발표하면 듣는 사람에게 각인 효과가 있다. 사진=유희선
학생이 꿈출석으로 자신을 소개한 자료. 이름 앞에 자신의 꿈을 담아 자기를 소개하는 방법으로 특히 꿈, 특기, 흥미를 연결해 발표하면 듣는 사람에게 각인 효과가 있다. 사진=유희선

 

이 세 가지 요건을 연결해 “~이 되고 싶고, ~을 잘하며, ~을 좋아하는 ‘아무개’라고 자기소개를 해주면 최고의 소개”라고 치켜세워준다.

신상 밝히기를 꺼려서라기보다는 발표 순간이 떨리고 부끄러워 쭈뼛거리던 학생들도 미리 나눠준 포스트잇에 메모를 해가며 두근두근 순서를 기다리고, 발표하고, 정보를 나눈다.

수의사가 되고 싶은 친구와 강아지를 좋아하는 학생이 연결되고 요리사, 푸드스타일리스트, 제과제빵사가 꿈인 친구가 연결되고, 방탄소년단 팬과 힙합 마니아 같은 음악 애호가들이 연결되고,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친구와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골든타임이다.

교사인 나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징을 파악하며 얼굴과 이름을 빨리 익히고 싶은 순간이지만 초면인 친구들 앞에서도 짧게 개인기를 선보이는 용감한 친구들 덕분에 교실은 금세 해빙무드가 된다.

중1병 온 조, 라면 먹고 가조..."창의력 표출의 시간, 모둠세우기"

첫 번째 모둠구성은 출석번호 순으로 남학생 2명과 여학생 2명을 4인1조로 앉게 한다. 모둠원들은 조장, 기록, 질서, 봉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리더십이 있는 사람, 기록과 정리를 잘 하는 사람,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 봉사와 정돈을 잘하는 사람 등 4명의 모둠원은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맡기로 한다.

모둠원이 협의해서 모둠명을 정하고 또 모둠원 각자의 역할 다짐을 공유할 시간을 주고, 그 내용을 포스트잇 적어 붙이게 했다. 포스트잇은 과정중심평가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네 명이 동시에 자기의 의견이나 미션을 기록할 수 있으며 전체 활동지에 실명으로 붙이다 보면 어느 한 사람이 협력하지 않았을 때 빈자리가 금방 표시 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둠활동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모둠명은 자기 모둠을 대표하는 특징을 상징적으로 작명하도록 했는데, 각양각색의 코믹하고 창의적인 이름이 친구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모둠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은 모둠명. 엉뚱 발랄한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난다. 사진=유희선
모둠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은 모둠명. 엉뚱 발랄한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난다. 사진=유희선

 

‘중1병 온 조’, ‘상점 받고 싶조’,

‘라면 먹고 가조’, ‘행복하조’

‘꿈이 있조’, ‘눈을 뜨조’, ‘사회시간이조’

해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둠명이 등장한다. 모둠원의 각자 역할에 대한 각오는 정사각형 포스트잇에 써서 붙이고, 모둠명과 모둠 소개, 모둠 이미지는 조금 더 큰 직사각형 포스트잇에 써서 총 6개의 포스트잇을 A4용지 색상지에 붙이면 그럴듯한 첫 번째 모둠활동 결과물이 완성된다.

그 결과물을 칠판에 붙인 후 첫 번째 발표자로 정해진 학생들이 나와 모둠 소개를 한다. 자기소개와 모둠소개를 마치면 한결 친숙해진 분위기에서 다음번 본격적으로 시작될 사회수업을 기대하게 된다.

《원포인트 TIP》 학생들이 모둠활동에 전념하다보면 교사의 설명을 놓칠 때를 대비해 팁을 하나 준다면, 교사는 중간 중간 학생들의 주의를 모을 집중신호가 필요하다.

교사가 ‘하나, 둘, 셋’ 하면 학생들이 일제히 ‘짝’ 하고 박자를 맞추던지, ‘박수 세 번 시작!’ 하면 학생들이 소리 맞춰 ‘짝, 짝, 짝’ 박수치며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고 경청하게 한다.

집중이나 경청을 1음절씩 끊어 교사가 ‘집’ 하면 학생들이 ‘중’을 외치고, 교사가 ‘경’ 하면 학생들이 ‘청’을 외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