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교장상(像)] 전족(纏足)의 우를 범하는 교장중임제
[새로운 교장상(像)] 전족(纏足)의 우를 범하는 교장중임제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9.12.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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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성 홍사당(弘師黨) 정책위원

교장중임제·원로교사제 폐지하고 교장공모제 확대해야

[에듀인뉴스] 미래 교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교사는 20년 경력을 쌓으면 관리직(교감)이 되어 교단에서 더는 볼 수 없다. 교장은 8년까지 임기가 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공모교장이 되어 8년을 더 할 수 있다. 현재 관리직이 되려면 주로 수업, 생활지도, 학생상담과 관련되지 않은 농어촌 근무점수, 벽지근무 점수, 연구학교 근무점수 등을 모아야 한다. 현장에서는 점수를 모아 승진하는 관리직이 교육에 적합한 제도인지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수업을 하는 교장, 행정업무를 하는 교장 등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교장을 원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이 바라는 교장상(像)을 알아보는 기획을 마련, 미래 교장상(像)을 제안한다.

설진성 홍사당(弘師黨) 정책위원
설진성 홍사당(弘師黨) 정책위원

[에듀인뉴스] 아무리 문제가 많은 제도라 할지라도 우리 삶은 그것에 적응한다. 마치 발뒤꿈치가 아픈 새 신발도 길이 들면 익숙해지듯 말이다. 그러나 모순이 심해지면 중국 청나라 전족(纏足)처럼 발가락 마디를 뒤틀고 변형하는 신발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점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다.

지난 6일자 에듀인뉴스 기사에서 교장중임제의 문제점을 다루었다. 이번에는 교장중임제를 대신할 제도를 제안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왜 교장중임제를 폐지해야 하는지 간단히 정리해 본다.

교장중임제는 승진하려는 교원의 전문성을 높일 수 없고, 공모교장제도를 흔들고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가 바라는 교육혁신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임 대기자가 많으니 새롭게 교장이 되기도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니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들은 교장의 명령에 복종하게 되는 구조이다. 이런 곳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교육과정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교육청은 이들에게 중임을 보장해 주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의 의견은 일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발령을 내고 있다. 교장들은 힘들게 교장이 되었으니 중임 찬스를 이어가기 위하여 공모교장을 하고 또 하며, 결국 교장으로 정년을 맞이한다. 교장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까닭이고 전족(纏足)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다.

교장 단임제를 기준으로 세우라

현재 교육공무원법은 점수를 쌓아 교장이 된 사람들에게 중임을 보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거의 모든 교장이 중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교장 중임제를 폐지하고 교장 단임제를 원칙으로 법령을 개정하여야 한다. 현재 단임이 원칙인 공모교장과의 형평성에 맞게 승진 임명된 교장들도 단임으로 마치도록 하자. 교장자리가 비어 있어야 새로운 인물들이 교장이 되어 새롭게 변화하는 교육혁신을 선도하지 않겠는가?

승진 적체 현상을 막기 위해 공모교장 경력도 중임에 포함하는 변화를 주어야 한다.

승진으로 교장이 된 사람이든지 공모교장을 한 사람이든지, 중임 시기에는 공모교장만 가능하도록 하면 승진 적체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교장제도개혁모임 토론회에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전교조)
지난달 22일 열린 교장제도개혁모임 토론회에서 곽노현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전교조)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라

현재 신규 교장보다 중임혜택을 받는 교장들이 1.3배 더 많은 상황에서 이들의 진로를 위해서라도 교장공모제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1% 미만에 그치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35%까지 확대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현재 중임혜택 비율(약 38.6%)의 절반과 현재 공모학교 비율(약 16%)을 더하여 산정한 비율이다.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면 승진 적체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을 뽑는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인 제도로서 학교자치에 한걸음 다가가는 길이 된다.

애초 교장공모제 취지에 맞게 15년 이상 경력 교사는 누구라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전국의 혁신학교는 의무적으로 교장공모제를 운영해 교사뿐만 아니라 교감 및 교장자격을 가진 교원이 응모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

승진 임명된 교장에게 중임을 보장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교감의 수급을 조정하고 공모교장에 호응하는 교감 역할론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회의는 공모교감을 제안했고, 공모교장·교감 러닝메이트 제도와 같은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원로교사제를 폐지하라

교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행정 실무를 하는 자리이어야 한다. 최근에 교사로서 공모교장이 되신 분들이 보여주는 ‘행정실무 교장’, ‘상담하는 교장’, ‘수업하는 교장’의 모습은 앞으로 공교육 안에서 교장역할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4년 봉사했으면 다시 교사로 돌아와서 교육전문성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는가?

원로교사는 이제 구시대 산물이 되었다. 원로교사에게 주어지는 ‘수업시간 경감’, ‘당직 근무의 면제’, ‘명예퇴직 시 우선고려’, ‘교내 행사 시 우대’ 등은 다른 교사에게 짐을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원로교사가 학교에 있음으로서 다른 교사들이 수업이나 행정 업무를 떠안게 되고 예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교사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된다. 교장 경험을 가진 많은 교원이 다시 교사로 돌아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히 원로교사 제도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계여, '창조적 파괴'의 모습을 보여라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 개념을 창안하며 사회제도 안에 중층적으로 누적된 모순들을 해결하는 기제를 제시했다. 모든 시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교육제도는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특히 교장인사제도는 학교와 관련된 사회구성원의 민주화 요구에 맞게 개혁되어야 한다.

교장 직위를 신분제처럼 영속화 하는 현재의 교장 중임제를 폐기, 단임제로 바꾸고 교장공모제를 확대하며, 원로교사제를 폐지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비록 중간편익을 가진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창조적 파괴’의 모습을 교육계가 견지해야 한다.

낙하산처럼 교육감이 발령하는 교장이 어떻게 학생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진정성 있게 담당할 수 있겠는가? 중임을 통해 이런 낙하산 발령을 지속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임으로서 교장은 자신의 중임을 도모하지 않고 4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지원할 수 있다. 또한 그 능력이 공모교장 심사과정을 통해 인정되면 또 한번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장 임기를 마쳤으면 혜택을 바라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량을 학생에게 쏟는 것이 맞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교장의 모습이다.

■ 연재 순서

1. 정재석 : 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해야 하는가?
2. 설진성 : 교장 중임제 폐지 필요하다
3. 최봉선 : 내부형교장공모제 교장의 삶
4. 설진성 : 교장 중임제의 대안을 모색하다
5. 박은진 : 내실있는 혁신교육을 위하여
6. 정재석 : 새로운 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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