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배 기자
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지난 14일 정치하는엄마들(정치하마) 등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가 온종일돌봄 관련 법안(강민정, 권칠승 의원) 철회와 저녁 7시까지 학교가 돌봄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철회를 요구한 법안의 핵심은 국무총리가 관련 위원회 위원장이 되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부위원장으로,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장관 등이 위원이 되어 범국가적으로 돌봄을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발의된 대표적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맞이해 그간 쌓인 학교 내 돌봄 역할에 대한 갈등이 수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돌봄의 국가 책임 확대 요구 목소리 당연..."소프트웨어 고민 없는 정부 말 잔치가 문제"


사회적으로 돌봄의 국가 책임 확대 목소리가 크다.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에 따른 국가 경쟁력 하락 우려에 더해 젊은 부부들의 사회생활 보장에 있어 남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그 명분은 충분하다. 또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책들을 펴는 문재인 정부라는 점에서 돌봄 확대는 당연한 목소리로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어느 집단이 맡아 이를 진행하냐는 것이다. 공간을 제공한 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겹 더 들어가면 이를 교사의 업무로 편입할 수 있냐는 문제, 돌봄전담사들의 근무 시간을 늘릴 수 있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교육부가 고심하는 것도 이 부분일 것이다. 학교에서 돌봄을 진행한다고 해서 교사들에게 돌봄 업무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돌봄전담사들의 근무 시간을 늘렸다간 늘어나는 재원을 감당할 묘안이 없는 것이다.

A교육청 돌봄 관계자는 “돌봄전담사들이 있지만 주당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추가로 들어가는 재원에 대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학교에서 자체로 해결하길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사는 왜 돌봄 업무를 맡을 수 없을까.

교사의 역할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에서는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로 되어 있다. 교원 임용 방법에 따라 교사는 유치원 교사, 초등 교사, 중등 교사로 나누어 선발한다. 이를 우리는 국가공무원이라 칭하고 학교 급에 따라 교육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즉 유초중등 교육이 아닌 '보육'을 교사에게 맡길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보육은 돌봄전담사라는 교육공무직이 맡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교육청 관계자가 말했듯 돌봄전담사와의 계약이 학교 사정에 따라 4시간, 6시간, 8시간 등으로 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주 15시간 근무가 넘어가면 4대 보험 등 추가로 감당해야 할 비용 문제로 교육청이 난색을 표하기 때문이다.


갈등 해결의 시작은 교육과 보육 개념 정립..."돌봄전담사-교사-학교의 양보도 필수"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우선은 교육과 보육의 개념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보육이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진행된다고 교육을 제공한다고 볼 수 없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 규정 상 학교교육은 국가에서 정의한 일정 자격을 갖춘 자가 지도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실상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진행되는 현장에 국가가 재정을 투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즉 교육과 보육은 다르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국시를 통과한 교육자와 몇 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이 주어지는 돌봄전담사를 어찌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냐”며 “보육은 교육이 아님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교육자와 보육자의 역할 분담이 확실해야 한다.

학교 공간에서 진행되는 돌봄의 경우 그 실행적 역할을 돌봄전담사가 맡는다고 해도 관련 행정 처리 등에 대해서는 학교 구성원의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초등의 경우 각 교실을 해당 교사가 전담으로 운영하는 상황이라 관리 측면을 교사에게서 떼어놓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이 부분은 돌봄전담사와 교사, 행정실의 역할 분담에 있어 서로 조금씩 양보가 필요해 보인다.

즉 교사의 근무시간에는 교사가 일차적인 관리를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최종 책임은 행정실로 가야 할 것이다.

행정실 역시 수십 개에 달하는 학교 교실을 1부터 10까지 관리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교사의 근무 시간에는 교사가 자신의 교실을 관리하는 게 현재 방식이기도 하다”며 “현실적으로 4~5명 정도의 행정실 인원, 1~2명 정도의 시설 관리 인원이 모든 것을 관리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행정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관리에 대한 지도를 하고 대외적 책임을 부과하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그럼에도 정부가 필요에 의해 학교 내 돌봄 시간을 늘린다고 할 때, 어느 집단의 업무 시간을 늘릴 것이냐는 문제도 도출된다.

현재 저녁 7시까지 돌봄 제공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는 일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오후 4~5시까지 돌봄을 제공할 경우, 진짜 돌봄 제공이 필요한 일부 학부모들에게 실효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 근무 중에 나와서 아이들 챙겨야 하는 것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즉 수요자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교사와 행정 직원의 근무 시간을 늘릴 수도 없다. 당연히 돌봄전담사가 그 시간을 채워야 한다. 돌봄이라는 영역을 전문으로 하는, 돌봄이라는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자격을 획득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즉, 돌봄전담사가 본연의 업무인 돌봄을 맡아야 함은 당연하다.

이때 문제는 재원일 것이다. 보육은 교육이 아니라는 전제가 서면 교육계가 돌봄과 관련한 모든 재원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 학교 시설 제공 협조만으로도 충분함을 인정해야 한다. 지자체 이관에 대한 필요성은 이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돌봄전담사를 비정규직으로 두면서 근무 시간만을 확대하는 것도 꼼수다.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 이들의 채용 방식 및 재원 조달 방안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갈등 유발자는 정부..."교육계를 '갈등 백년지대계' 세우는 곳으로 만들지 말아야"


돌봄을 둘러싼 갈등은 이 같은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여론을 의식해 안 되는 여건에서 짜내다 보니 톱니바퀴가 어그러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는 정보 포화 상황에서 지내고 있다.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여론을 의식해 말을 앞세우는 정책은 통금이 눈에 보이던, 종이 신문이 길거리에 뿌려지던 시대에나 통했다.

이제는 실행 방안에 대한 당사자 간 이해 관계부터 풀어가는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학교 현장이 갈등의 백년지대계를 세우는 곳으로 변모하지 않길, 또 정부 당국이 이를 부추기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