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 위상 법률로"...김병욱·박찬대 의원 각각 대표 발의
교사노조연맹, 노조 교섭권 침해..."관련 법률안 철회하라"
실천교사·좋은교사·새학연 "이전과 같은 임의 조항인데"
교육계 "교원단체법안 노조 및 단체 지형 분수령 될 것"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한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일부 캡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대표 발의한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 일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원단체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다룬 법안이 발의(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된 가운데,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교원단체와 교사노조연맹(교사노조)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교사노조는 "해당 법안은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며 "법안이 아닌 시행령으로 가야 한다"고 교원단체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표해 '단체교섭과'과 '교섭·협의권'을 둘러싼 논쟁이 불 붙고 있다.


“노조의 교섭권 침해한다” Vs “새로운 권리 생성 없다”


교사노조는 9일 성명을 통해 김병욱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해 “교원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법안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교사노조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해당 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교사노조는 “두 법안 모두 현행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의 주요 내용을 교원단체법에 준용하고 있어 ‘유사 교원노조법’에 해당한다”며 “특히 교원단체의 교섭·협의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 대상, 주체, 합의 구속력 등에 비추어 사실상 교원노조법상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권과 동일하거나 대부분 중복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일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교원단체의 교섭·협의는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이미 명시되어 있고, 교섭·협의를 위한 세부적 사항은 별도 대통령령으로 시행된다”며 “현실적으로 교원단체에게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원단체 법제화가 교원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교원노조와 교원단체를 구분하는 현행 법체제 속에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장승혁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교섭국장 역시 “이번 법안 역시 교섭에 관해서는 임의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권리관계가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안으로 인해 교원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이미 교원단체의 교섭에 관한 사항은 특별법을 통해 임의조항으로 되어 있고, 이번 법안 역시 임의조항으로 규정하는 만큼 교섭에 대해 교원단체에게 새로운 권리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27일 발의된 박찬대 의원 법안에 따르면, 교원단체는 교섭협의하고 합의서를 작성할 권한을 가지며 성실하게 교섭하여야 한다. 다만 교육부장관 또는 시도교육감은 합의서 내용이 성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해 필수적 조항은 아니다.

현 교원단체의 교섭·협의권을 명시한 교원지위법 제11조 2항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임의 규정으로 두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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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조 "교육부 및 시도교육감 지휘 감독 받는 교원단체, 사용자로부터 자주성과 독립성 보장되지 않아”


교사노조는 또 교원단체가 사용자로부터 자주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교원단체는 법적으로 비영리민간단체로 시도교육감에게 등록해야 하며 이에 따라 지도 감독을 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교사노조는 “교원단체는 교육감에게 등록하고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기에 교사노조와 같이 사용자와의 자주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교원단체에게 헌법상 노동조합에게만 부여된 단체교섭권, 단체협약체결권과 차별성이 없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만국의 노동자들이 200년간 투쟁을 통해 획득한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인 교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법률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는 것.

앞서 고용노동부는 김병욱 의원 발의안에 대해 “국회에 교원단체의 설립 운영에 관한 사항이 교원노조법에 따른 교원노조와 유사·중복으로 규정되어 법 운영 과정에서 교원단체와 교원노조의 관계 등에 대한 혼란이 초래되고 교원 노사관계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며 “별도 법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낸 바 있다.

시도교육청 역시 현행 교육기본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교원단체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은 시행령을 통해 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교사노조로부터 교원단체법안에 대한 법적 검토 요청을 받은 법무법인 공존은 “교원단체법안상 교원단체는 교원노조로서 자주성이 보장되지 아니한다”며 “단체교섭권, 단체협약체결권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교원노조의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권리 행사를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이어 “교원단체법안은 헌법상 기본권이 교원의 근로3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행위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교원단체에는 교장, 교감, 장학사 등 사용자를 위해 일하는 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현재 전교조와 교사노조 등 노조는 조합원을 ‘교사’로 한정하고 있으나, 교원단체는 교사뿐만 아니라 교장, 교감, 장학사, 연구사 등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노조는 "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교원 중 교장, 교감, 장학관 등은 사용자를 위해 일하는 자로 규정하고 조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사용자에게 교원단체법을 통해 교원노동조합의 교섭 사항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교섭권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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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이냐, 법령이냐...“차이 크다" Vs "별 차이 없다"


해당 법안은 '교원단체의 설립에 관한 사항은 시행령으로 정한다'고 한 교육기본법 제15조 2항에 따라 시행령을 준비하다 법률 제정으로 방법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는 시행령은 가능하지만 법령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교원단체는 시행령이든 법령이든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이미 교총이 교섭을 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인 의미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시행령과 법령은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제정될 경우 정부 수반이 바뀔 때마다 해당 건으로 논란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법령으로 해야 안정적으로 교원단체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법적 안정은 신생 단체들이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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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실질적 이유, “조합원(회원) 확보?”


사실 이들은 행정적 근본을 다르게 두었을 뿐 이른바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고 교육개혁에 비슷한 목소리를 내 왔다. 그래서 각종 정책에 대해 연대의 목소리를 강조해왔다.

외부로 쉽사리 갈등의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들이 교원단체법 제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회원 수 확보라는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실천교육교사모임 태동에 이어 교사노조연맹이 출범하면서 사실 전교조 등 진보진영 교원들이 다수 소속을 옮기거나 중복으로 가입하는 등 모습을 보여 왔다”며 “50만 교원 중에 교원단체 및 교원노조 활동을 하고 관심을 갖는 사람은 한정적이다. 교원단체법 제정으로 교섭권이 부여되면 일부 단체는 회원 이동이 다시 생길 수도 있음을 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전교조 법외노조 아님 취지의 대법 판결로 인해 조합원 수가 빠지던 전교조가 다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결국 교원노조든 교원단체든 조합원(회원) 수가 조직의 힘이다. 교원단체 및 노조 지형이 새판을 짜는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교원단체법안은 김병욱,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상황이라 국회 교육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해 심사할 예정이다. 아직 법안심사 소위원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