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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규의 교육칼럼] 고려대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지 않는 이유이 글은 교육정보 사이트 '스터디홀릭'에 게시된 강명규 운영자님의 글을 재게시함을 알려드립니다.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04.06 08:54

연세대학교가 2020학년도 대입부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고려대학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지요. 교육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요청에 연세대는 신속히 화답한 반면에 고려대는 오히려 반기를 들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어떠한 이유로 고려대학교가 연세대학교와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분석해봤습니다.

먼저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입시전형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2019학년도 전형(안)을 기준으로 보면 연세대는 전체 모집인원 중 특기자전형 비율이 23.5%, 논술전형 비율이 18.7%를 차지하지요. 하지만 고려대는 논술전형이 없고 특기자 비율도 11.6%에 불과합니다. 그 반면 학생부 전형 비율은 무려 72.6%(그 중 학종이 62.1%)에 달하지요.

그 이유는 고려대가 2018학년도 대입부터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학생부 전형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고려대는 연세대와 전형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방식을 따라가기로 결정한 것이지요. 서울대와 전형을 유사하게 설계해놓으면 서울대를 준비하던 학생들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반면 연세대는 아직도 특기자 전형 비중이 적지 않고 논술전형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8학년도 대입에서 고려대는 폭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쟁률이 크게 하락했지요. 지원 인원이 2017학년도 6만 6,972명에서 2018학년도 2만 5,409명으로 줄어들며 평균경쟁률이 22.03에서 7.32로 줄었거든요. 1/3 토막 나버린 것이지요.

그 반면에 연세대는 반사이익을 얻어 경쟁률이 14.37에서 19.95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논술전형은 683명 모집에 무려 3만 8,004명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55.64까지 폭등했지요.

수험생들은 대학을 보고 전형을 고르기도 하지만, 자기한테 유리한 전형을 갖춘 대학에 지원하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에 고려대 전형 변경에 대한 이익을 고려대가 아닌 연세대가 얻게 된 것입니다.

고려대 입장에서는 전형 한 번 잘못 바꿨다가 지원인원이 4만 1,563명이나 줄어들어 자존심뿐만 아니라 엄청난 전형료 수익까지 날려버린 것이지요. 재주는 고려대가 부리고 돈은 연세대가 벌었다고 할까요.

그렇다 보니 2018학년도 입시에서 호되게 데인 고려대는 전형변경에 있어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수시에서 남은 전형이 학생부 전형과 특기자 전형 뿐이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고요.

만약, 고려대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다면 수능에서는 3등급도 받기 힘들지만 내신은 1등급을 받는 시골 학생들이 고려대에 대거 몰려들 수 있으니까요.

연세대가 계속 유지하고 있는 특기자 전형이나 논술전형은 학생들의 실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본고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도 우수한 학생을 변별해내는 데 큰 문제가 없지요. 오히려 과학고나 영재학교 등 수능 중심의 수업을 받지 않는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좋은 미끼가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학생부 전형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학교별로 학력격차가 워낙 크기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면 오히려 실력있는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즉, 고려대가 연세대와 다르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유지하기로 한 이유는 고려대가 수능을 좋아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고려대는 연세대와 전형방식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지요.

어쨋든 고려대가 연세대와 다른 노선을 걷기로 결정한 만큼 앞으로 고려대와 연세대의 지원계층 및 경쟁률은 다른 그림을 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지만 특기자 전형과 논술전형을 계속 운영하는 연세대는 지원자의 성적대가 크게 넓어지며 경쟁률도 큰 폭의 상승을 보일 것입니다.

고려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보이겠지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걸러낼 수 있어서 입시전형을 조금 더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겠지요.

고려대학교 차원에서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할수록 전형료 수익이 커지기에 경쟁률을 높이는 것을 좋아할 수 있겠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학생부 전형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까지 폐지하면 지원자가 너무 많아 몰려 전형기간 내에 지원서류를 모두 검토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테니까요.

따라서 2020학년도 전형변경의 승자는 연세대라고 볼 수 있겠네요. 특기자전형과 논술전형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골라뽑으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로 엄청난 전형료 수익까지 챙길 수 있을 테니까요. 역시 연세대가 장사(?)를 참 잘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려대는 너무 순진하고요.

추신. 연세대학교는 2018년 3월에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하는 법정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016·2017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서 연세대가 교과과정 외 문제를 출제했다며 교육부가 지난해에 확정한 입학정원 35명 감축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지요.

연세대 입장에서는 교육부에 입학원정 감축이라는 목줄이 잡힌 상황이기에 겸사겸사 교육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요청에 신속히 화답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기자전형과 논술전형이 있기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해도 손해볼 것이 없으니 굳이 교육부에 반기를 들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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