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책임 전가...교사들 "차라리 고3 2학기를 자유학기제 지정하라"

(사진=YTN뉴스 캡쳐)
(사진=YTN뉴스 캡쳐)

[에듀인뉴스=박용광 기자]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교육부는 외면해 왔다. 대학들 눈치 보느라 수능 일정을 앞당겨 놓고 프로그램 등 과제는 고교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것이 교육부 아닌가."

일선 학교 교원들이 18일 강릉 펜션 사고와 관련해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처방’이 잘 못됐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어 교육 당국 대처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부실한 체험학습'의 문제가 아니라 '숙박업소 안전관리 미흡' 문제라는 지적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19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한 달 여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이 없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 지 전수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부산의 한 고교 교장은 “대책을 내 놓으려면 제대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개인현장체험학습이 문제라는 것인지, 수능 후 현장체험학습은 권장 사항이 아니라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경기의 한 고교 교장도 “수능이후 아니 수시 지원 이후 학생지도 방안에 대해 총체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며 “아직도 한국사회는 제2 제3의 세월호를 겪어야 할 만큼 안전 취약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장관의 발언에 ‘방치’라는 말이 있던데 교사로서는 상당히 불쾌하다”면서 “수능 끝난 교실, 아니 기말고사 끝난 교실의 프로그램 개선은 교사들이 꾸준히 지적해 온 사항이다. 차라리 고3 2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지정하라”고 꼬집었다.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은 2학기 말인 요즘 개인 체험학습을 많이 간다. 사고를 당한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은 학교에서 단체로 체험학습을 간 것이 아니라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강릉으로 떠났다. 개인체험학습은 학생들이 학기 중에 가족여행이나 역사유적지 탐방 등을 스스로 계획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 동의 하에 담임 교사에게 신청서를 내고 학교장이 허락하면 평일에 학교에 오지 않아도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단체 체험학습과 달리 인솔교사가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 대성고 학생 10명은 17~24일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강릉으로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대성고 뿐만 아니라 이 기간 대부분의 학교는 수업을 하지 않고 체육 활동을 하거나 교실에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특강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예산이 허락되는 학교는 많지 않다.

서울의 한 고3 담임교사는 "솔직히 이런 대책이 나올 떄 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 시기면 아예 '배째라'식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도 많다"면서 "담임교사가 학생 출결체크만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수능이 끝나면 다양한 체험학습 기회를 부여하라고 권장할 때는 언제고 막상 사고가 나니 '수능 후 학생 방치'를 전수조사 하겠다니"라며 "제발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교육 소속 김현아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에 “교육위 위원으로서 원내지도부와 강릉으로 가는 중에 교육부 발표를 보고 있자니 답답하다”며 “저도 수능이후 학교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학교에 보냈지만 학교 프로그램으로 수능이 끝난 아이들을 계속 학사일정 안에 두는 건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밖이 위험하다고 또 이런 사고가 났다고 아이들을 학교 건물 안에만 가둬두는 게 맞을까요? 특히 이번 경우는 정상적인 체험학습 신청절차를 거쳤다”면서 “교육부의 염려는 알겠지만 이번 사고를 수능 후 학사관리 문제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속한 대처라고 칭찬 받으려나 본데 방향이 틀렸다”면서 “잘못된 방향으로 빨리 가면 느리게 간 것만 못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