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

고령화 흐름 막을 수 없어..."청년과 공존하는 일자리 정책 필요"
정부 "할 수 있는 말 아닌 해야 하는 말 하는 리더십 보여주길"

 

최근 교육, 일자리 등 청년의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사회문제들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청년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자 사회활동 참여를 높여가고 있다. 20대 정치인의 탄생은 물론, 각종 사회활동단체의 대표를 청년이 직접 맡으며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통해 청년들이 바라는 세상을 독자에게 알리고자 ‘전지적청년시점’을 연재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한국 평균 기대수명은 2017년 82.7세로, 공식통계가 시작된 이 후 50여년 만에 20세 가까이 늘었다. 세계 유일의 ‘출산율 0명대 국가’라는 저출산 흐름까지 더해져,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삶과 사회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켜 갈 것이다. 노인연령 상향, 연금 수급 조정,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정년 문제 등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할 당면과제들도 쌓여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 문제의 실마리를 일자리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의 “인구구조 변화로 볼 때 정년 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메시지도 이런 맥락이라 보인다.

정년 연장이 내포하는 문제점

고령화 시대에 정년 연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그렇게 쉽게 수긍할 문제는 아니다. 정년연장이 실제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어떤 결과를 동반할 것인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 대책의 1번 대상자는 공무원, 공기업을 비롯해 인건비 여력을 갖춘 기업에서 일 하는 사람들이다. 이 일자리는 노년, 장년, 청년 할 것 없이 누구나 가고 싶어 하고, 머물고 싶어 한다. 이미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는 누구나 이런 좋은 일자리에 한 번 들어가면 잘 나오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까지 연장한다는 것은 일부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권리를 연장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크게 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공기업으로 대표되는 좋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로 양분되어있다. 이동 사다리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그런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은 정년 연장이 된다고 해도 현 상황이 지속될 뿐이다. 5년 더 일한다고 뾰족한 노후대비 대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인건비 부담이 상승한 기업에서 직간접적 퇴출의 압박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더 문제는 어떤 일자리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은 일자리 시장에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고령층도 있고, 아직 취업 기회를 갖지 못한 청년층도 있다. 경제와 산업은 팽창을 멈추었고, 좋은 일자리는 이미 선점한 사람들의 몫이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비롯해 52시간 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모든 정부정책의 화살표는 이미 일자리 시장 안에 있는 내부자들을 향하고 있다. 이것이 일면 일부 일자리의 질은 높였을 수 있지만, 일자리 장벽도 높여놔 외부자들의 일자리 시장 진입 자체를 더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정부의 고령자 일자리 대책은 이미 좋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일자리 시장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정년 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신규채용의 여지를 줄일 수도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을 제안하며 ‘청년층에 영향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하지만 세상에 그런 방안은 없다. 기업의 부담을 정부가 나눠지겠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미 청년 일자리를 만들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고령자 일자리를 유지시켜도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대책을 지원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이 불안정하고 불편한 상황을 정부는 몇 년이나 지속할 수 있을까.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성의 원칙은 한 세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나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못한다면 이는 매우 불공평한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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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발생하는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령화 자체는 막기 어렵더라도, 고령화 현상으로 만들어지는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고령화 현상도 결국 일자리로 대응해야 한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한 근로할 수 있는 고령세대가 등장했다. 그들의 등장은 기존의 일자리 프레임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현상이다. 고령 근로자들도 일 할 수 있는 일자리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기존 일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을 넘어, 일자리 시장 안에서 적극적 인생 이모작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퇴자들이 치킨집, 대왕카스테라집 사장님으로 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년과 은퇴가 무의미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다면, 있는 일자리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이미 쥔 사람들의 저항이 매우 크겠지만 경제와 산업이 팽창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고령화 시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공존을 위한 전략이다.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를 공유하고 나누며, 공정한 기회를 주는 방향에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고용계약과 근로형태가 필요하다. 이는 노년, 장년, 청년 세대 간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 변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생산성은 더 높은 젊은 근로자들에게 언제까지 일단 버티면 된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에서 아무리 정년연장을 못 박아도 생산성이 비교적 낮은 고령의 근로자들을 마냥 모시고 있기 어렵다. 이는 직간접적인 퇴직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하고 유연한 형태의 임금피크제가 보완되어야 한다.

스스로 월급을 조절하는 대신 고용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 정년 5년 연장을 못 박을 것이 아니라, 1년 단위 계약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75세 전후의 근로가 가능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후부터는 복지정책 중심으로 전환해가야 한다.

"불편하지만 필요한 이야기하는 리더가 필요"

현재까지 정부는 ‘소원을 말해봐’ 같은 만화 영화 알라딘의 '지니'형 리더십을 펴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는 설득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쓰자고,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고 노사를 비롯한 산업, 사회 각 분야와 계층에 이야기하고 설득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런 불편하지만 필요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니 세대와 계층의 불평등은 확장되고, 각 분야에서 부작용이 터져 나오며, 국가부채는 늘어나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사람들의 인식과 노동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 가야 한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