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대변인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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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나도 하늘을 날고 싶었다. 명문대의 상징으로 불리는 ‘SKY’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읜 흙수저로서 지방에서 입시를 준비하던 나는 ‘SKY’ ㄱ대에 수시를 넣었다. 국가기관 주관 경시대회 교육부총리상(대상), ㄱ대 주관 논술경시대회 은상 등의 수상경력을 바탕으로 ㄱ대 ‘수상자 전형’(수시)에 지원했다.

나는 물론이고 주변인들도 합격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수능을 몇 주 앞두고 나온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화면에 뜬 빨간색 ‘불합격’만으로는 나와 내 주변인 어느 누구도 이해시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들리는 말들이 있었지만 이미 한참 지난 일이었다. 나는 ‘그때 왜 정보공개청구 또는 소송을 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을 지금도 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중앙일간지 광고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을 봤다. 한 국립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서 주관한다니 신뢰를 가졌다. 나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서울에서 며칠간 숙식하며 대회에 참석했다. 학생들과 학부형들 사이에서 수상이 유력해 보인다던 나는 무관에 그쳤다.

한편 가장 큰 상은 대표인 그 교수의 아들이 차지했는데 모두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라 뒷말이 많았다. 그 아들이 ‘SKY’ ㄴ대 수시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나중에 들었다.

나는 결국 하늘을 날지 못했다.

하늘을 날지 못한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가는 이들이 용을 갈망하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개천이 예쁘거나 따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개천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는 것도 붕어, 개구리, 가재가 주역으로 나서기란 용이 은혜를 베풀어주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다. 집안 사정까지 고려해 4년 장학금을 받고 지방대를 갔던 나는, 뒤늦게서야 학벌에 대한 갈망을 갖게 되었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캡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캡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극본과 연출, 연기자들의 호연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교육열, 아니 학벌에 대한 갈망이 널리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한국인이라면 그 제목만으로도 무슨 내용이 펼쳐질지 눈에 선했다. 등장인물들은 극단적인 행태를 보였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하다는 것을 우리는 ‘조국 딸’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게 됐다.

여기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찬반을 논하거나 그의 범법 여부를 가릴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의 대입 제도에 허점이 있으며, ‘금수저’는 금수저를 이용해서 그 허점을 파고든다. 이를 통해 금수저는 하늘을 날 수 있는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바로 그런 생각 말이다.

작년 12월 입시 제도 개선을 당부한 바 있는 대통령의 말에도 이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수시도 워낙 전형이 다양하다 보니 부모들 입장에서는 많은 반칙이나 특권, 비리·부정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신이나 학생부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 차라리 점수로 결정되는 수능이 오히려 가장 공정하다며 정시 확대를 바란다.”

이 생각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와는 별개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비교육적’이다.

교육 제도의 허점을 틈타 반칙이나 특권, 비리·부정이 이뤄진다고 믿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이후 삶에서 반칙이나 특권, 비리·부정에 대한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쯤에서 기억할 게 있다. ‘정유라 입시 비리’에 분노해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공감한 슬로건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현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다.

문 대통령은 “공정의 가치는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주문한 대로 이상론에 치우지지 않은 가운데 현실에 기초하고도 실행 가능한, ‘공정한’ 입시제도를 기다려 본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