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대변인

KBS 1TV는 추석 당일인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를 방영해 임진각에서 이산가족의 아픈 현실을 알렸다.(사진=KBS 캡처)
KBS 1TV는 추석 당일인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를 방영해 임진각에서 이산가족의 아픈 현실을 알렸다.(사진=KBS 캡처)

[에듀인뉴스] 역시나 추석 밥상은 ‘조국’이 차렸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밥상에 올리고 싶은 주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산가족 상봉’이었다.

연휴 기간 대통령은 KBS에서 방영한 ‘2019 만남의 강은 흐른다’에 출연했는데, 대통령이 별도의 한 주제만을 놓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부모님이 자유를 찾아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오면서, 명절이어도 고향에 갈 수 없었던 어린 날을 회상했다. 어렵사리 동생과 상봉했지만 두 번 다시 만나기는커녕 더 이상의 소식조차 알지 못한 채 구순이 넘은 노모를 생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렇게 긴 세월 동안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것은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며 “(남북 사이에) 다른 일들은 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도주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혹자는 여기서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소모적이다. 보수 정부 시절인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또한 대한민국은 ‘북한’이라 부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조선’이라고 부르는 가운데 서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남측(남쪽)’ ‘북측(북쪽)’이라는 용어는 그런 필요성에서 1994년 남북 학자들이 먼저 합의해 사용하게 된 용어다.

혹자는 이산가족 아픔의 책임을 남북 양쪽에 돌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아픔에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남북 사이 합의를 통해 2008년 금강산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가 준공되었음에도 단 한 번도 상설면회가 이루어지지 못한 책임은 남북 양측이 모두 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상설면회소 준공 즈음하여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생기고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이 직접적인 이유인데, 당시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즈음 이명박-김정일 사이 남북정상회담도 추진되어 개최 합의까지 이루어졌는데, 의제에는 이산가족 상봉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임태희 전 장관의 증언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내 일부 인사의 반대로 끝내 정상회담은 무산되었다. 이산가족의 한이 연장된 이유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기에 청신호를 밝힌다. 북한은 9월 하순 대화를 열자고 제안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강경파인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을 경질해 화답했다. 이 와중에 문 대통령은 당초 일정에 없었던 오는 22~26일 유엔총회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트럼프와의 한미정상회담 일정까지 잡았다.

대체로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개선에는 한미 조율-미북 대화-한미 재조율-남북관계 및 미북관계 개선 등의 흐름이 이어져 왔다. 이번에도 한미정상회담 이후 미북실무회담 및 미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이후 한미가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남북정상회담(김정은 답방 유력)으로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통령은 앞선 방송에서 구체적으로 이산가족 상시 상봉·화상 상봉·고향 방문·성묘까지 가능하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작년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내용이었지만, 그 실행이 여러 여건으로 인해 미뤄졌을 뿐이다. 따라서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미의 대화 과정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최우선적 과제 중 하나로 실현될 것이다.

전 지구상에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자기 고향을 찾을 수 없는 사례는 없었다. 가족과의 만남은커녕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경우는 없었다. 통일 전 동서독도, 현재의 양안(중국-대만) 사이에도 없었던 일이다. 모든 이산 1세대가 사망하기 전 한시라도 빨리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었다. 바야흐로 이산가족의 오랜 한이, 한반도의 오랜 한이 풀릴 전망이다.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
정국진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