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넘어 교사 혐오까지...'자극'에만 머무른 언론
구체적 수치 등 제공해도 왜 비틀어 쓰는가..."악의적 보도 아쉬워"
교사, 원어민 교사 등 모두 피해자일 수도..."과도한 비난 자제해야"

[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 제도, 교육 정책, 교육 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사진=kbs 캡처)
(사진=kbs 캡처)

낙인과 혐오, 성소수자와 교사

[에듀인뉴스] 용인 66번 확진자의 이태원 클럽 방문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그로 인해 가장 피해를 입은 건, 당연히 코로나에 감염된 확진자들이겠지만, 낙인과 혐오의 관점에서 본다면 성소수자와 교사들이다.

물론 교사들의 피해야 성소수자들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고 있다. 여지없이 불필요한 오해와 비난이 판을 쳤다.

성소수자 혐오

인터넷 신문이나 종이신문을 굳이 열심히 찾아보지 않는 나는, 이태원 클럽 코로나 사건을 방송 뉴스로만 흘러가듯 들었다.

옆에서 누군가 얘기해 주기 전까지는 그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적어도 내가 들었던 공중파 방송 뉴스들은 그저 ‘이태원 클럽’이라고만 했지, ‘게이’ 클럽이라는 사족을 달지 않았다. 나는 언론 보도 문화가 꽤 성숙해 졌구나, 하고 ‘착각’을 했다.

웬걸, 조금만 찾아보니 인터넷 언론들(여기에는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언론들과 종편들도 포함된다)은 난리도 아니었다.

이에 대한 첫 보도를 한 국민일보의 기사 <[단독]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이후 제목을 ‘게이클럽’을 ‘유명클럽’으로 바꾸었다)를 시작으로 한국경제, 뉴스1, 매일경제, 이데일리, 아주경제 등의 언론사는 기사의 제목에 ‘게이클럽’을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게이클럽’과 블랙 수면방에 대한 불필요한 정보와 혐오를 조장하는 내용, 인터뷰, 네티즌 반응 등을 기사화한 언론사도 적지 않다.

“게이는 사회악”, “성소수자 ㄴㄴ 게이새끼들 다 총살시켜야함” 등의 네티즌 댓글 등은 더없이 폭력적이었다.

그럼 밀접 접촉이 심한 그 이태원 ‘게이’ 클럽에 간 성소수자들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잘못했다.

그러나 더 생각해 봐야 할 지점들이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편집국장이 5월 12일에 쓴 <[편집국에서] ‘국민일보’에도 좋은 기자가 있을 텐데>라는 칼럼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하고 클럽에 간 사람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 대다수 시민이 노력해 이룬 성과에 구멍을 낸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이태원을 제외한 유흥가 클럽은 또다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지자체의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확진자의 성적 지향을 향한 비난은 마땅하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원인은 밀집된 공간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 사람들의 성적 지향 때문이 아니다. 동성애자가 자주 드나드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에 동성애를 욕할 것이라면, 이성애자가 자주 드나드는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성애를 욕할 것인가.”

아닌 게 아니라, 비슷한 시기 다른 ‘이성애자’ 클럽은 달랐을까.

<[인턴이 가봤다] 코로나 사태에도 클럽은 매진 “2시간씩 대기해야 입장”> 제목의 3월 2일 자 한국일보 기사, <"면역력 강한데 어때"…마스크 안 쓴 200여 명 클럽서 `밀착 댄스`> 제목의 3월 15일자 매일경제 기사, <1m마다 테이프 붙여 춤추던 클럽…딱 걸리자 "살게는 해달라"> 제목의 4월 25일자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이태원, 강남, 홍대 인근의 일반 클럽들 모두 당장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몇몇 클럽은 이태원 클럽 사건 이후에도 여지없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내용의 기사들도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용인 66번 확진자를 비롯, 사회적 거리 두기를 무시한 채 이태원 해당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게이라는 이유로 불필요한 비난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교사 혐오를 부추기는 기사들

성소수자 혐오와 마찬가지로, 교사 혐오를 부추기는 악의적 기사들이 있다. 어떻게 이런 함량 미달인 기사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온라인수업 와중에…. 이태원서 즐긴 초등교사들 코로나 검사 잇따라>라는 제목의 5월 12일자 ‘news1’ 기사다.

이 ‘news1’이라는 언론사는, 이전에 <“교사 일인데“…학교현장 교육통계 업무 떠넘기기 ‘잡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기도 했는데, 편파·왜곡기사로 교사와 행정실 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에듀인뉴스의 <교사와 행정실은 왜 갈등하는가>라는 내 글을, 부끄럽지만 참고해 주시라.)

제목 중 ‘온라인수업 와중에’라는 문구는, 마치 온라인수업을 하는 근무 시간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읽힐 소지가 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고, 그저 온라인수업을 실시하는 시기라는 뜻일 뿐이다.

“맞벌이 학부모 자녀 수업·과제 돌보랴 이중고인데…. '명암 대비'라는 소제목은, 교사들은 온라인수업 중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인식을 깔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온라인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초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온라인수업에 대해 알아가고 틀을 잡아가는 시기를 생각하면, 누구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학부모들 또한 힘들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힘들다고 해서 그게 모두 교사 탓인 것도 아니고, 교사가 안 힘든 것도 아니며, 그냥 학부모의 힘듦과 교사의 힘듦은 별개의 영역이다.

이번에는 제목 중 ‘이태원서 즐긴 초등교사들’이라는 부분이다.

기사 내용 중 ‘일부 현직교사들은 이태원 등 밤거리에서 유흥을 즐기고 있어 황당함을 준다는 지적’이라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대체 교사들이 이태원 어디서 유흥을 즐겼다는 것일까? 이 제목과 표현으로 봤을 때 교사들이 이태원 해당 ‘클럽’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 어디를 봐도 교사가 ‘클럽’을 갔다는 내용이 없다. 다만 기사에는 ‘초등학교 교사들 중에는 이태원 일대 실내포차, 와인바 등을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할 뿐이다.

‘실내포차’와 ‘와인바’를 간 것이 ‘밤거리에서 유흥을 즐긴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교사가 대체 얼마나 되며, 그 대부분이 방문한 곳이 어디인지 파악은 하고 쓴 것일까?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어제(11일)부터 전수조사에 나섰기 때문에 몇 명의 교원들이 이태원을 방문했는지는 정확히 집계되진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적고 있다.

이 기자는 경기도교육청 자료에만 기대어 서술하고 있는데, 적어도 기자가 이 기사를 쓴 시점에서는, 관계 당국이 정확한 집계를 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기자는 대체 어디서 어떤 자료를 가지고 와서 이런 되도 않는 기사를 쓰는 걸까?

그럼에도 여기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것과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것은 같은 것인가? 당연히 다름에도 많은 언론이 그 두 개를 별로 구별하지 않고 교사를 공격하는 용도로 마구 섞어 쓰고 있다.

이태원 ‘클럽’만큼은 아니지만, 이태원 ‘일대’도 밀접 접촉이 이루어지는 곳 아니냐고?

맞는 말이긴 하다. 안 가면 더 좋았을 곳이긴 하다. 그러나 이태원 ‘일대’는 그냥 누구나 갈 수 있는 평범한 장소이기도 하다. 각종 ‘맛집’과 이색적인 장소가 많아 약속장소로 많이 잡는 곳이다.

그런 장소를 연휴 기간에 방문한 것 자체가 그리 큰 잘못이 되는 것인가? 이 당시의 분위기를 정말 모르는가? 그리고 이 당시 이태원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곳에서는 이미 관광객이 미어터졌다는 걸 정말 모르는가? 제주도는 연휴 기간에 20만명이 넘게 방문했다.

4월 29일은 72일 만에 국내 감염이 ‘0’명이었다.(해외 유입은 있었다.) 이후에도 국내 감염은 0명~1명 수준을 유지했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나들이에 나섰다. 정부는 여행을 가더라도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하는 것 외에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외출을 자제시키지는 않았다.

3일에는 중대본 회의를 거쳐, 6일부터 실시하는 ‘생활 방역’으로의 이행을 결정했다. 평상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충실히 지키던 사람들도, 그동안의 피로감에 지쳐 방구석을 뛰쳐나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태원 일대를 교사들이 방문 안 했으면 더 좋을 뻔했다. 그러나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는, 교사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디로든 나갔고, 많은 장소는 이태원 일대 이상으로 붐볐다.

정부에서도,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에 대해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혹여 교사들이 경솔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시기 관광을 나간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경솔했다.

이태원 일대를 나간 교사들이 욕을 먹어야 한다면, 이태원 일대만큼 붐빈 장소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 또한 욕먹어야 형평에 맞다.

그러나 교사를 욕하는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은 마치 사회적 거리를 충실히 지킨 것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그런데 교사들이 정말 이태원 일대를 정말 엄청나게 방문했으면 억울하지도 않다. 실제로 그럴까?

위의 ‘news1’ 기사는 교사가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썼다는 점에서, 제대로된 기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기사가 그렇지는 않다.

각 시도교육청은 12일경 학교 포함 모든 교육청 산하 기관에 4월 29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신촌, 논현동 일대를 방문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많은 시도 교육청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또 수많은 기사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런 나름의 객관적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비틀고 왜곡하고 과장된 표현을 쓰는 기사들 또한 무더기로 나왔다.

그중에 하나가 <"생활속 거리 두기가 뭐죠?"… 낮과 밤이 다른 선생님>라는 제목의 5월 13일 자 ‘MoneyS’의 기사다.(이 기사는 이후 ‘선생님’ 부분을 ‘강사’로 제목을 고쳤다. 그러나 기사 내용 안에 소제목으로 있는 ‘낮과 밤이 다른 선생님’ 부분은 여전했다.)

기사의 처음 부분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학원 강사 A씨가 8명을 감염시켰다는 내용이고 기사의 뒷부분이 교사 관련 부분이다. 소제목은 ‘낮과 밤이 다른 선생님… 서울시만 158명’이다.

일단 제목 자체가 악의적이다. 낮과 밤이 다르다니. 교사를 이중인격자로 만들고 있다. 그런 이중인격 선생님이 서울시가 158명이라고 하는 것인데, 158명이 뭘 어찌했기에 낮과 밤이 다르다는 걸까? 많은 사람은 아마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까? 아니다. 해당 지역 유흥시설을 방문한 이는 14명일 뿐(그마저도 6명은 원어민 보조교사고, 교직원은 8명이며, 이중 순수 교원은 또 8명 이하다), 나머지 144명은 그저 이태원, 신촌, 논현동 일대 등을 방문한 사람들일 뿐이다.

게다가 이 사람들이 모두 단일 성격의 교사 집단이 아니다. 이 숫자에는 원어민 보조교사, 교사·공무직·자원봉사자·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직원 등이 모두 섞인 숫자다.

원어민 보조교사는 53명이, 교사·공무직·자원봉사자·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직원 등 교직원은 105명이 해당 지역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럼, 원어민 보조교사 및 다른 직원들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선생님’이라고 불릴 수 있는 교사들은 몇 명이 방문한 것일까? 애석하게도, 알 수가 없다. 정말인가? 정말이다.

해당 교육청에서 그렇게 세세하게 구분하여 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대부분은 클럽도 가지 않았고, 그 일대를 방문한 교사 수도 정확히 알 수 없는데, 기사는 대체 무엇을 근거로 ‘낮과 밤이 다른 선생님’이라고 한 것일까.

그래 놓고서는 “‘생활 속 거리 두기’ 기간 교직원들의 유흥업소 방문 사실이 전해지면서 학부모와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모범을 보이지 못할망정 정부 권고를 어기고 유흥생활을 즐겼기 때문”이라며 누리꾼들의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을 소개했다. 한숨만 나온다.

시도교육청 발표와 관련하여 한숨만 나오는 기사는 이 밖에도 많다.

<“이태원 클럽 간 선생님들 자진 신고하세요” 교육청, 긴급 공문>이라는 제목의 5월 12일자 서울신문은, 교사가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단정하고 자수하라는 식으로 제목을 뽑았다.

<서울 교직원 158명 황금연휴 이태원 방문…유흥시설 방문자 모두 `음성`>라는 제목의 5월 13일자 이데일리 기사, <[속보] 서울 교직원 158명, 황금연휴 때 이태원 일대 방문했다>라는 제목의 5월 13일자 헤럴드경제 기사, <등교 코앞인데…원어민 교사·교직원, 이태원 일대 방문>이라는 제목의 5월 13일자 채널A 기사, <학부모 "불안해 학교 못 보내"…이태원 방문 교직원에 불안감>이라는 제목의 5월 14일자 news1 기사는 여지없이 교사가 이태원을 방문한 게 무슨 큰 잘못인 것인 마냥 기사를 썼다.

더군다나 앞에서 보았듯, 교육청 자료에서는 순수 교사가 이태원을 몇 명이나 방문했는지 알 수도 없는데 말이다.

(출처=교육부)
(출처=교육부)

교육부 발표, 또다시 수백 개 기사에는...

5월 14일, 각 시도교육청 조사를 이제 교육부가 수합해 발표했다. 발표가 날 때마다 또 수백 개의 기사가 쏟아진다.

<이태원 방문 교직원 전국 880명…"클럽 방문 40명 음성·1명 검사 중"(종합)>이라는 5월 14일 자 NEWSIS의 기사 제목은 차라리 양호한 편이다. 적어도 클럽 방문자의 숫자를 따로 명시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치 순수 교사 880명이(여기에는 교사 외 ‘직원’의 숫자도 포함되는데, 보통 사람들은 ‘교직원’이라고 하면 ‘교사’를 떠올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못 갈 데라도 간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현장영상] 교육부, 이태원 방문 교사·학원 강사 조사 결과 발표>라는 제목의 5월 14일자 YTN 기사가 가장 중립적이다.

<이태원 찾은 원어민 교사·교직원 수백 명?…방역 당국 "전수검사 쉽지 않아">라는 제목의 5월 13일 자 news1의 기사, <[종합] 이태원 있던 교직원 880명이라니…교육계 발칵>이라는 제목의 5월 14일자 한국경제 기사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단 교육부 발표를 분석해 보자.

조사 기간은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의 연휴 기간으로(보통 교육청 조사는 4월 29일부터였는데, 이상하게도 교육청 자료를 수합했다는 교육부의 자료는 24일부터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 숫자는 800여명이 아니다. 41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원어민 보조교사 34명, 교직원 7명이다. 그렇다. 교직원은 7명뿐이다.

여기서 또 봐야 할 것이 ‘교직원’이라는 명칭이다. ‘교직원’은 ‘교원(교사)’과 ‘직원’(교육청 및 학교 행정직원, 공무직을 모두 포함한다)을 합한 말이다. 즉 순수 교사는 7명 미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다음은 이태원 지역 방문 숫자이다.

보통 뉴스 기사에서 가장 많이 제목으로 뽑는 숫자, 880명이 이태원 지역을 방문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원어민 보조교사가 366명, 교직원이 514명이다.

역시나 교원, 즉 교사는 514명 미만이며, 정확한 숫자는 알 수가 없다. 알 수 없는 숫자지만, 교직원은 곧 교원으로 인식되어 교사는 엄청나게 두들겨 맞는다. 게다가 점심 저녁 약속과 같은 단순 이태원 방문일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다.

교육부 발표를 두고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왜 교원과 직원은 따로 구분해서 발표하지 않아 교사만 더 큰 욕을 먹게 하는 걸까. 교직원을 같이 묶은 데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개학을 앞두고서 교육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이태원 방문 조사는 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다른 직군도 이렇게 광범위하며 체계적인 조사를 한 후 그 결과를 세세하게 발표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에서, 무언가 억울하다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전체 교직원 중 이태원 클럽 방문자는 7명이고 실제 교원의 경우 그보다도 아래일 텐데, 무슨 몇 백 명이나 되는 것처럼 오해받는 것도 억울하다. 먹지 않아도 되는 욕을 먹는 건, 아무래도 싫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다른 이들의 억울함은 없을까

이런 오해들은, 당사자가 아니면 사실 알기 어렵다. 내 일이 아니면 대충 보기도 하거니와,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그 내용을 세세히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하나씩 따져 읽기는 쉽지 않다.

그저 기사에서 정한 프레임에 갇혀 읽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럼에도 이렇게 오해를 받고, 억울해하고, 화가 나보니, 다른 이들의 처지도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나도 다른 이를 너무 쉽게 재단하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그런 의미에서 원어민 강사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하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원어민 보조교사뿐만 아니라 각 사설 유치원, 학원 등의 원어민 강사 모두를 통틀어서 말이다.

원어민 강사의 이태원 방문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태원 일대 방문뿐만 아니라 이태원 클럽 방문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위의 교육부 통계만 봐도 그것은 확연히 드러난다.

원어민 강사라고 해서 예외를 둘 수는 없다. 그들 또한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한국의 규칙과 법질서를 따르는 게 당연하다. 코로나와 관련한 중요 사안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들에 대한 과도한 비판도 자제할 필요는 있다.

클럽에 간 원어민 강사들은 클럽에 간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그들이 자기들과 비슷한 영어권 문화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이태원이고, 낯선 타국 땅에서 그들에게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공간이 이태원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대게는 힘 있는 나라의 백인일 가능성이 많은 그들에 대한, 불필요하고 주제넘은 동정심 따위는 여기서 그치련다.

그런데,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악의적이고 함량 미달인 기사를 쓴 기자와 언론사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걸 보니, 나는 아직 멀었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