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문해력과 수해력 등에서 기초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 전국 처음으로 정규 교사로 편성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시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이 초등 저학년에게 치명적인 학습 격차를 불러오고 있다는 경험적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로 인해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의 수업기를 공유해,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의 실제 운영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메시지 상자 활용 수업장면. (사진=남수진 교사)

[에듀인뉴스] 교사가 된 이후 매년 돌아오는 3월은 새롭게 만난 아이들과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학급 담임으로서, 학교 업무 담당자로서 한 해의 교육 계획을 세워가는 정신없는 달이다. 그런데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계속 개학이 미뤄지는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교사로서 새롭게 도전하게 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에 대한 막연한 후회 및 걱정만 키우고 있었다. 

4월중 기초학력 전담교사 연수를 받고 어서 배운 방법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나는 등교 개학이 아닌 온라인 개학 소식을 들었다. 다인수 학급 안에서 배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소외되기 쉬웠던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개학 기간이 배움을 따라잡기 위한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서 등교 수업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교장·교감 선생님과 의논 후 대상 학생을 선정하여 일대일 대면지도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2학년 전체 학부모님들께 본 제도의 취지와 교육 방식(수업시간 풀아웃제)을 설명하는 안내장을 보내고 신청을 받았다. 안내장을 보고 본교 2학년 112명의 학생 중 6명의 학생이 검사를 신청하였다. 

신청을 한 이유로는 1학년이 끝나고 2학년이 되려는 상황에서 글자를 거의 읽지 못하는 학생, 유창성이 떨어져 책을 술술 읽지 못하는 학생, 아이의 읽기 수준을 확인해 보고 싶은 학부모 등 각자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 

모두 다른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읽기 능력에 대한 걱정과 한글을 저절로 깨우치지 못한 자녀를 지도하기 위한 적절한 교육 방법 및 방향 잡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학부모의 요구가 들어 있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검사를 신청해 온 6명의 학생들에게 초기 문해력 검사를 실시하였고 그중 가장 점수가 낮은 학생 4명을 선정하여 개별화 지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뽀송이는 한글지도에 대한 한계를 느낀 어머니(다문화)의 요청으로 지도를 시작하게 된 학생이었다. 실제로 뽀송이는 초기 문해력 검사(사전) 결과 구분점수가 1~9점으로 매겨지는 4개 영역 중 읽기유창성 영역을 제외한 3개 영역에서 구분점수 1점으로 최하점을 받았다. 

뽀송이가 검사에서 보인 특징은 초성에 위치한 된소리를 예사소리로 대체하여 읽기, 종성 받침을 생략하여 읽거나 다른 음소로 대체하여(주로 ‘ㄴ’ 받침으로 많이 읽음) 읽기 등이었다. 또 받침글자의 음가를 모르기 때문에 구절 읽기 검사에서 연음으로 읽어야 할 부분을 어색하게 읽어 넘기는 현상을 보였다. 

이처럼 뽀송이는 기본 모음과 기본 자음은 어느 정도 음가가 확립되어 있으나 이중모음, 복잡한 자음, 받침글자를 읽어 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으로 개별화 지도를 통해 복잡한 자음과 모음, 받침글자를 확립해야 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런데 수준평정 그림책으로 지도하는 과정 중 느낀 것은 뽀송이가 ‘그리고’는 ‘그이고’로, ‘우리집’은 ‘우이집’, ‘키를’을 ‘키을’ 등으로  ‘ㄹ’ 소리를 탈락시키고 읽는 오류가 많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문화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언어를 배워온 환경 속에서 굳어진 언어적 습관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뽀송이는 내가 지도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비교적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을 발화하는 학생이었는데 문자를 보고 읽는 활동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으로서 겪을 만한 어려움을 보여 주었다. 정확한 발음을 연습하고 일견단어를 확장하기 위하여 낱말카드를 만들고 매시간 읽는 연습을 하자 읽기를 할 때 ‘ㄹ’ 소리를 탈락시키는 현상은 많이 좋아졌다. 

받침소리 무리짓기.(사진=남수진 교사)

그러나 평상시 이야기를 할 때는 정확하지 못한 발음 습관이 굳어져 있어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발음을 스스로 체크하고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메타인지적 언어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뽀송이는 그림책에서 글자보다 그림을 먼저 살피고 그림 속에서 글 내용과 다른 오류를 찾아내어 내게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왜 이래요?’ 등의 질문을 하기를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상당히 탐구적이고 비판적인 성격으로 이야기책 읽기를 통한 지도도 필요하겠지만 정돈되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지도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문장 쓰기 활동에서 자신의 희망은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것이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등으로 학습에 거부감을 가진 특성을 살펴 놀이와 활동 중심의 수업이 되도록 힘썼다.

뽀송이와 이중모음을 학습할 때는 「읽기 자신감 - 1권 모음의 소리」 교재를 주로 활용하였는데 두 개의 모음을 비교해 가며 입 모양을 살펴보고 소리를 학습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발음할 때 입 모양의 변화를 보며 이중모음의 조음원리를 탐구하고 모양, 획순, 소리를 복합적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모음 오목 놀이’를 하자 학습에 재미도 느끼고 자연스럽게 복잡한 모음을 습득할 수 있었다. 

처음 두 모음을 이와 같은 과정으로 습득하자 다른 모음들은 스스로 조음원리를 생각해 보고 빠르게 체득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음으로 받침글자를 알아볼 때는 자음의 이름 안에 받침소리가 들어 있음을 알리고(다행히 뽀송이는 대부분의 자음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음절을 음절체와 받침으로 나누어 합성하는 연습을 통하여 받침소리가 존재함을 알게 하였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생각하여 자음 카드를 이용 7종성의 받침소리로 같은 소리가 나는 자음끼리 범주화하는 활동을 하였는데 3회 반복하자 각 자음의 받침소리를 완전히 알고 음절체와 합성하는 활동도 능숙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중모음탐색 수업장면 캡처.(사진=남수진 교사)

초·중·종성의 음가를 알고 다음으로 여러 가지 초·중·종성을 자연스럽게 합성하여 읽을 수 있는 훈련을 위하여 자음-모음 카드놀이를 시도하였다. 자음 카드 2세트, 모음 카드 1세트를 섞어 10장씩 나누어 가지고, 갖고 있는 카드 중 자음 2장, 모음 1장을 골라 합성하여 소리 내고 버리며 만들지 못하면 카드 더미에서 한 장을 가져가는 패널티를 갖는 규칙으로 손에 든 카드가 먼저 없어지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다.

뽀송이는 특히 이 카드놀이를 좋아하였는데 뜻이 없는 글자를 합성하여 읽어보는 활동으로 해독 연습이 잘 이루어졌다.

최근 결과 보고를 위하여 초기 문해력 검사를 실시하였을 때 뽀송이에게 선생님과 수업하고 난 후 읽기와 관련하여 어떤 자신감이 생겼냐고 물으니 받침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억이 난다고 말하였다. 

구분점수 계산 결과 뽀송이는 음절 글자 읽기 3, 구절읽기 4, 읽기유창성 1, 문장받아쓰기 1점으로 학년의 평균 수준을 확실히 따라잡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3개의 영역에서 1점을 받았던 사전 검사에 비해 검사상 많은 발전을 보였으며 받침글자를 읽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으로 교실 수업에 임해 왔던 뽀송이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결해 줄 수 있었던 한 학기로 뽀송이에게도 교사로서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남수진 여수 부영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