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전담교사제] 문해력① 하위 4%에서 책 만들기까지..."와! 나 진짜 잘 읽는다!"
[기초학력 전담교사제] 문해력① 하위 4%에서 책 만들기까지..."와! 나 진짜 잘 읽는다!"
  • 최지선 고흥 영남초 교사
  • 승인 2020.08.17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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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문해력과 수해력 등에서 기초학력 부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전라남도교육청은 올해 전국 처음으로 정규 교사로 편성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시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이 초등 저학년에게 치명적인 학습 격차를 불러오고 있다는 경험적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로 인해 기초학력 상승의 효과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에듀인뉴스에서는 기초학력 전담교사들의 수업기를 공유해, 전남교육청의 기초학력 전담교사제의 실제 운영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글이(가명)와 1:1 개인 지도 중인 최지선 영남초 교사.(사진=최지선 교사)
한글이(가명)와 1:1 개인 지도 중인 최지선 영남초 교사.(사진=최지선 교사)

[에듀인뉴스] 한글이(가명, 남)를 처음 만난 건 4월이었다. 코로나로 등교가 중지된 상태에서 다행히 긴급 돌봄을 신청하여 마스크를 쓴 상태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4월에 표준화 검사를 실시하였다. 받침이 들어간 것은 단 1개를 맞혔다. 잘 살펴보면 음절체는 맞게 발음하나 받침은 소리 내지 않거나 소리 내도 대부분 맞지 않았다.

한글이(가명)의 4월 진단검사 결과.(사진=최지선 교사)
한글이(가명)의 4월 진단검사 결과.(사진=최지선 교사)

이중 모음 또한 어려워했다. 구절 읽기를 보면 연음이 전혀 안되고 정직하게 한 글자씩 읽었다.

결국 하위 4프로인 1분위에 속했다.

그리고 한글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욕이 없고 책을 읽기 싫어한 점이다.

“선생님 왜 저만 해요? 다른 아이들은 안해요?”

“우리 한글이가 예뻐서 그렇지. 예쁘니까 도와주고 싶고 가르쳐주고 싶어서 하는 거야. 안 예쁘면 시간 들여서 안 도와주지.”

“저 예뻐요?”

“당연하지. 선생님이랑 만나면 사탕 한 개 줄게.”

이렇게 달래서 한 번, 두 번 하다 보니 먼저 와서 준비하게 되었다.

띄어쓰기고 제대로 안 되는 상태라 읽기 자신감 3권 음운 인식 훈련을 2~3분하고, 찬찬한글을 4쪽씩 진행하였다.

한글이는 1학년때 선생님과 책발자국으로 수업을 하여서 책발자국을 읽는 것으로는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책발자국은 한 권씩만 읽고, 받침 없는 동화와 받침 배우는 동화를 조금씩 읽어나갔다.

한글이(가명)가 직접 쓴 문장.(사진=최지선 교사)
한글이(가명)가 직접 쓴 문장.(사진=최지선 교사)

그리고 문장쓰기를 하였다.

받침 없는 동화는 음운변동이 없어 소리와 글자가 1:1 대응이 되어 비교적 수월하게 읽기 시작하였으며, 이중모음이 상대적으로 많아 연습하기에 좋았다.

그리고 양장본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성취감이 컸다.

책발자국은 글이 짧고 수준이 나뉘어 있어 시간 안에 끝내기 좋으며, 연음법칙을 비롯한 음운변동을 배우기에 좋았다.

처음에는 띄어쓰기도 못 하고, 두 단어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음절 찾기도 못 할 만큼 음운 인식도 되지 않았다.

25회쯤 받침 없는 동화를 끝내고 받침 배우는 동화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점점 읽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만 읽고 내일 하자고 하는 데도 끝까지 읽으며 “이 책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며 신기해하기도 하였다.

문장을 쓸 때도 ‘싶어요’에서 “알아요. 이건 퍼가 아니라 어에요”라고 한다.

이젠 처음 읽는 13단계의 책도 5개 이하로 틀리는 독립적 수준으로 읽으며 대화문은 목소리를 바꿔가며 이야기하듯이 자연스럽게 읽는다.

한글이(가명)가 책만들기 활동을 하며 직접 만든 책.(사진=최지선 교사)
한글이(가명)가 책만들기 활동을 하며 직접 만든 책.(사진=최지선 교사)

문장쓰기에 초점을 두어 책만들기를 하는데 만든 책이 쌓여갈수록 더 풍성하고 다양한 글들을 적어내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의욕 없는 모습은 한글공부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려워서 못했던 것이었음을 느끼고 있다.

“한글아 선생님이랑 졸업할까?”라고 하면 “더 할래요”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좀 더 빨리 만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지금이라도 글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에 안도하게 된다.

가속을 받아 점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한글이의 발전을 기대하며 아이가 했던 말들을 적어본다.

“글쓰기가 재미있어요. 저는 이(글쓰는) 비밀을 몰랐어요. 선생님이 문장이 아니라 글 쓴 줄 아시겠지?”, “와! 나 진짜 잘 읽는다.”, “나도 글 읽기는 자신 있는데.”

최지선 영남초 교사
최지선 영남초 교사

최지선 고흥 영남초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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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2020-08-17 21:22:59
이게 교사하는 맛이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