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② IB 도입 "찬반 논쟁보다 어떻게 활용할 지에 집중해야"
AI 시대② IB 도입 "찬반 논쟁보다 어떻게 활용할 지에 집중해야"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24 19: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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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윤 대구 심인중학교 교사

[에듀인뉴스] 우리나라의 모든 시스템이 그러하듯 교육분야도 근대교육에서만큼은 미국의 것들을 대부분 원형화해 가져왔다. 교육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수업 및 평가방법, 시설과 기자재, 심지어 지우개 하나까지도. 그러나 편리한대로 취식하다보니 순서와 아귀가 맞지 않은 것도 많다. 21세기 4차산업 시대, 온라인 디지털 리터러시의 세상이 왔다. 구글로 모든게 가능해진 시대, 짧지만 미국 연수에서 보고 듣고 공부한 대로 그 차이와 생각들을 11회에 걸쳐 옮겨보고자 한다.

IB 문제는 우리나라 논·서술식 문제보다 더 우수한가

먼저 문제부터 직접 보기로 하자. 비슷한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우리나라의 학생부종합전형 제시문 기반 심층 논·구술 문제로 두 시스템을 비교해 보려 한다. 근년에 기출된 IB 문제와 서울시립대에서 기출된 국어 문제를 간략히 옮겨 놓았다.

IB 2015 국어문제 첫 페이지 상단. 이미지=정성윤교사
IB 2015 국어문제 첫 페이지 상단. 이미지=정성윤 교사

◆ IB 2015 국어문제 예시

다음의 두 글(C. D)을 비교·대조 분석하십시오. 두 글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 글의 전체 맥락과 독자, 글의 목적의 중요성, 형식과 문체의 특징 등을 분석하여 쓰십시오.

글 C) 섬진강 12 아버지의 마을

세상은 별것이 아니구나. <중략> 우리가 여기 나서 여기 사는 것 무엇 때문도 아니구나. 시절이 바뀔 때마다 큰 소리 떵떵 치던 면장도 지서장도 중대장도 교장도 조합장도 평통위원도 별것이 아니구나. 워싱턴도 모스끄바도 동경도 서울도 또 어디도 시도 철학도 길가에 개똥이구나. <중략> 비질 한번으로 쓸려나갈 온갖 가지가지 구호와 토착화되지 않을 이 땅의 민주주의도, 우리들의 어설픈 사랑도 증오도 한낱 검불이구나. 빗자루를 만들고 남은 검불이구나 하며 나는 헐은 토방에 서서 아버님 어머님 속으로 부를 뿐 말문이 열리지 않는구나. 목이 메는구나. - 김용택, <섬진강> (1985)

글 D) 깊은 깨달음을 주는 글은 쉬운 말로 되어 있다

내게 깊은 깨달음을 준 글들은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 않았다. 쉬운 몇 마디 말로 사람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일러주었고 간단한 비유만으로 인생의 길을 가르쳐 주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중략>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기 쉽나니,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이런 말들은 평이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큰 뜻이 들어 있는가. 나는 이 글을 책상 위에 두고 물 마시는 것보다 더 자주 바라본다. 나를 울린 노래들은 숭고하거나 귀족적인 노래가 아니었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 <중략> 그것이 참된 깨달음이다.” 이현주 목사님은 그렇게 말했다. 이미 불경에 나와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더 알겠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도종환,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2004) 

※출처: 국제바칼로레아 기출문제(2015)

◆ 2018학년도 서울시립대 인문계열(경영학부) 발표면접 기출문항

2004년 여름 멕시코 만에서 세력을 일으킨 허리케인 찰리가 미국 플로리다를 휩쓸고 대서양으로 빠져나갔다. 그 결과 22명이 목숨을 잃고 11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였다. 뒤이어 가격 폭리 논쟁이 불붙었다.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전기톱과 지붕 수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건설업자들은 지붕을 덮친 나무 두 그루를 치우는 데 무려 2만3000달러를 요구했다. 가정용소형 발전기를 취급하는 상점에서는 평소 250달러 하던 발전기를 2000달러에 팔았다. (중략) 

플로리다 주민들은 바가지요금에 분통을 터뜨렸다. (중략) 한 주민은 지붕 위에 쓰러진 나무 한 그루를 치우려면 10,500달러가 들 것이라며 남의 불행과 고통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부도덕한 것이라고 하였다. (중략) 그러나 법무장관이 가격 폭리 처벌법을 집행하려 하자 일부 경제학자들은 해당 법에, 그리고 주민들의 분노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2010.

1. ‘남편과 장애가 있는 딸을 데리고 모텔에 투숙한 할머니의 예’에 대해 ‘소비자 잉여의 유무’ 관점에서 설명하고, 이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제시하시오.

2. 플로리다 주 정부가 가격 폭리 처벌법을 집행할 경우 예상될 수 있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제시하시오.

3. 심한 가뭄으로 흉작인 배추의 가격을 평소보다 4배 이상 받은 상인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설명하시오.

※출처: 서울시립대 ‘2018학년도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

지면상 문제를 다소 축소했지만 문제의 질이나 양으로 보면 결코 우리나라 대학에서 실시되는 논·구술 혹은 서술식 문제의 수준이 IB의 그것에 비해 결코 떨어진다 생각지 않는다. 

이런 우려로 IB 도입을 일갈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이 서울대 문제든, 중·고교 서술식 문제든 개인적으로 전면 동의하긴 어렵다.

소위 선진국이란 나라에 가봐도 우리나라 교사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매우 양호한 편이다. 교육시스템이나 사회의식적 관성 때문이라면 모를까, 문제를 다루는 인력의 질 만큼은 논외로 해야 옳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IB 교사처럼 수업평가의 자율성과 결정권 확보”

결국 평가의 질 문제는 그 다음 순위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입시상황에서 중·고교 6년간의 국가교육과정을 IB에 다 담아낼 수 있는가 또한 이를 잘 운용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적인 업무효율화 개선 및 효과적 수업전개가 가능하도록 교사들의 평가권에 대한 자율성과 결정권 확보, 나아가 교사들이 국제중·고교처럼 오직 수업과 평가에만 시선을 고정할 수 있는 자립적 생태계가 온·오프 학교 시스템 모두 반드시 조성되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IB 도입에 반대할 이유나 근거는 전혀 없다.

물론 당장 모든 독립적 책임과 권한이 다 주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IB를 충분히 벤치마킹한다면 오히려 우리나라 교사들이 그토록 바라는 교사 주도적 교육환경에 더욱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향후 진정한 KB(한국식 바칼로레아) 구축의 본질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IB를 접하기도 전에 도입 자체를 두고 교육사대주의라며 비생산적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영역은 ▲과연 IB 교육이 현시대에 부합하고 합당한가 ▲신빙성과 신뢰성이 있는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효능감이 있는가 ▲우리 교사의 역할은 과연 온당한가이다.

어차피 정시니 학종이니, 사교육이니 공교육이니 이전투구 상황인 우리나라의 교육판이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는 평가가 바뀌면 교육이 싹 바뀔 것이라 말한다. 동의한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두터운 관료제와 자본주의 돈질(Money talks)임을 알고 나면 오히려 이럴 때 외부의 신뢰된 평가체를 끌어와 우리나라 교육평가체계를 대승적으로 블렌딩하고 재구조화하는 것도 한편으론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영광을 이끈 히딩크를 기억해보라. 그 화려함이 실현 가능했던 것은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을 훌륭히 코칭한 용인술도 컸지만, 그보다 축구협회의 여러 관행에 맞서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이끌수 있었던 운용권이 더 주효했다.

IB학교의 수업평가 "LMS 클라우드 AI 시스템 도움 받아"

작년 11월, IB 학교인 제주도 브랭썸 홀아시아(Branksome whole Asia)에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올초 1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IB 교육과정을 접했을 때도, 그들은 애플의 스쿨워크 시스템에 학교용 구글클래스룸(Google Classroom) 계정으로 접근해 온라인 상에서 공유·협업해 공동 리서치하고 다시 이를 자체 LMS(온라인학습관리시스템)인 매니지백(Manage Bac)에 옮겨 대화하고 토론하고 있었다.

피드백 중심으로 읽고 쓴 내용을 성적으로 담아 두세 번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평가해 학습발달의 가속을 돕고 있었다.

그저 객관성, 공정성, 효율성이라는 구식·구태속에 아이들을 가둬 수능식 문제만 풀고, 한날 한시에 평가하는 우리와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더욱 가속화해야 할 명분이기도 하다.

최근 대구, 부산, 경기교육청은 국제고등학교에서 쓰는 온라인수업지원시스템(LMS)인 매니지 백(Manage Bac)처럼 구글 지스위트(G-Suite for education)의 학교단위 구축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근무지인 대구 심인중학교(교장 배찬섭)를 IB 관심학교로 신청하는데 필자가 일조한 배경에도 자유학기제, 교과교실제와 함께 구글클래스룸 학교계정 운영 경험이 컸다.

IB 신중론과 수용론..."IB의 교육철학 이해와 경험에 주목해야"

IB의 부분적 도입은 생산적 교육실행방법과 공유철학을 좀 더 근거리에서 직접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공유의 장이 되지 않을까?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가능할 일들이다. 어렵고 힘들면 언제든 그만두면 될 일이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힘들다 하면 과연 누가 먼저 앞으로 걸어갈 것인가?

얼마전 EBS에서 방영한 Echo LMS의 캘리포니아 뉴텍고교 교장, PBL의 Buck Institute for Education 부원장, MBC에서 보도된 대구의 최첨단 미국중·고교인 DMHS 교장, 그리고 KBS에서 PBL을 주제로 기획 다큐한 대구 중앙중 교장 등 IB를 먼저 체험해 보았거나 IB 인증 예비학교의 교육자들은 IB에 대해 묻는 나에게 모두 한결같이 이렇게 말했다.

IB? It’s so good educational system and authorized platform worldwide. But everything depends on how your school takes and runs it. And also I strongly believe that it is also able to be excellent system to your teacher and student for the future.

 

IB요? 전 세계적으로 매우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자 공인된 플랫폼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당신 학교가 그것을 어떻게 가져가고, 운영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IB가 귀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미래를 위한 우수한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강력히 믿습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지금 세계의 교육시계는 "초접근, 초연결권"

수만 편의 논문이 인공지능(AI), 기계학습(ML)으로 한권의 책으로 뚝딱 완성된다. 이런 초연결 온라인 세상으로 탈바꿈해 가는 데 있어 IB 학교들은 이미 웬만한 것은 다 수용하고 가능하게끔 탄력적으로 신속히 교육과정을 짜고 대응한다. 책의 활자와 종이로만 모든 것을 배웠던 시대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콘텐츠로 중무장한 클라우드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어떤 지식이 더 정확한지 고르고, 미래에 쓰일지도 모를 막연한 지식을 파편적으로 쌓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수없이 축적되는 지식정보들을 모아 현실적 맥락과 상황에 맞게 재가용해 창의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시대. 바로 그 시대의 물결에 IB가 이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IB를 바라보고, 공유해 실질적 방법과 관점을 나누는 것도 우리나라 교육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정성윤 영어교사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대구 심인중‧고교에서 20년째 근무 중이다. 경북대 국제관계 및 미국학 석사 졸업 후 계명대 영어교육 박사를 수료했으며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대구교육청 등 국가교육기관, 대학교와 함께 출제, 검토, 연구논문 발표 등 다양한 활동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학생부종합전형 및 과정중심평가 등 연구 자료들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클라우드 기반 온라인 수업 및 과정중심평가 방법을 담은 구글클래스룸 적용방법으로 전국 특강과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8 전국창의융합수업대회(비상)에서 영어과 1등상를 수상했고 현재 한국멀티미디어학회 교육이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협회 전문위원 및 GEG 구글 에듀케이터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2015개정교육과정 영어교과서(YBM) 해설서 및 평가문제집, 학생부종합전형 고교백서(넥서스), 얇고 빠른 수능영어 독해 기본, 실전편(능률영어) 그리고 개정교육과정 중등영어과 평가기준지침(교육부, 평가원) 등 다수의 국가교육기관 저작과 연구물이 있다. jsykorea1808@gmail.com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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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2019-04-26 04:44:26
마지막 멘트 감동이네요. 우리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동의합니다. 글 감사합니다.

교유기 2019-04-25 08:42:19
그간 좀 부정적이었는데 다각적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IB를 풀어 설명해주셔서 다시한번 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랑이 2019-04-24 21:02:24
감삿삽니다. lB이해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