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뇌기반교육연구, 학습부진아 정책연구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인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능률교육을 창립해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뜻하는 바가 있어 2009년 8월 말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했다.국가교육시스템 재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세계 공교육의 변화 트렌드 연구를 통해 한국 공교육의 근본적 대안을 찾는 데 시사점을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에듀인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대입시 관련 의혹으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자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교육부와 사전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번지르르한 교육 관련 선거 공약을 제시했으나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없고 대입제도 공론화 등으로 혼란만 야기하더니 이번에 또 불쑥 그런 지시를 통해 또 교육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대안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지시를 했을까? 뾰족한 대안이 있다면 왜 아직 그런 것을 찾아내지 못했겠는가?

대입제도를 손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빤하다. 단기적으로는 전형의 종류와 내용을 달리하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예를 들면, 학생부 기록 요소를 변경하는 일(수상경력 학기당 기재 수, 동아리 활동 학년당 수 등)과 자기소개서 문항수와 전체 글자 수(2022학년도 3개 문항 3100자)를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는 일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기술적 접근으로는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계층에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괜히 목욕물 버린다며 아기까지 버리는 우만 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전형 방법의 변화는 상위권 대학에 실제 입학하는 계층별 학생 수의 의미 있는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또한 정시 수능과 수시 비중을 재조정하는 것도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작년에 수많은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겪으며 확정된 일이기에 재검토가 어려울 것이다. 만에 하나 정시를 늘리는 일을 대안으로 검토한다면 이는 대입시로 인해 교육을 더욱 망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수시 전형에 참고하는 이상의 자료들을 약간 고치는 것만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란 불가능하다. 중장기적 해결방안으로 국공립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사립대를 공영형으로 바꾸어 대학서열로 인한 치열한 경쟁을 막자는 논의도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역시 근본적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터인 데도 불구하고 “대입제도 재검토”를 대통령이 특별히 지시했다면 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의미 있고 실현가능한 ‘대입제도의 재검토’인가?

대입제도 변경에 초점을 두는 논의는 위험하다.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대입전형은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것이 문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검토하는 제1의 원리다.

학교교육의 정상화는 일차적으로 지금처럼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입시중심 교육이 아니라 배움이 즐겁고 모두가 승자가 되는 교육을 실현하는 일이다. 학교가 기득권층의 개인적 욕망 실현을 위한 각축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개인과 사회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진정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이런 진정한 교육은 현행 수능이나 내신처럼 고부담 표준화 시험을 없애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 해야 한다. 그것도 5등급 정도로 등급수도 줄여야 한다. 수능은 논서술형을 점차적으로 강화하고 자격고사에 가깝게 그 영향력을 대폭 줄여서 고교 간의 격차를 보정하고 최저 학력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학과 배정에는 유자격자 추첨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대학들이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사회적 계층의 학생을 고르게 선발한 후 가르치기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압력을 높여야 한다. 과도기적으로 고른 기회전형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미국의 한 명문대는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 반영에서 남미계는 130점, 흑인계는 310점을 각각 가산해 준다고 하지 않는가.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에 앞서 당정청 고위관계자를 만나 대입재도 재검토를 주문했다. (사진=ytn 캡처)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태국으로 출국에 앞서 당정청 고위관계자를 만나 대입재도 재검토를 주문했다. (사진=ytn 캡처)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는 이런 수준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런 수준의 논의를 시작하고 사회를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입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교육부만의 사안이 아니다. 모두의 꿈과 열망을 담은 사회비전과 교육비전에서 출발할 일이다. 여야가 함께 시간을 갖고 백년지대계로 접근할 일이다.

근본적 대안은 상위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모두가 존중받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이는 뿌리 깊은 직업의 귀천, 학벌중시 의식과 같은 가치관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고 기득권층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세금을 많이 내고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배려와 양보(예: 장학금 수혜)를 실천하는 사회를 만들며 나아가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일이다.

대통령이 이런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한 대입제도 재검토를 지시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많이 아쉽다.

아무런 대안도 생각해보지 않고 단순히 선의에서 내린 대통령의 지시라면 이는 의도와 달리 혼란만 야기하는 ‘물타기’를 위한 정치적 발언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글은 교육을바꾸는사람들(교바사)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