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유 교육평론] 미이라와 죽음의 서(序)
[김대유 교육평론] 미이라와 죽음의 서(序)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3.31 09:52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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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유 경기대 초빙교수
영화 미이라 한 장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불멸의 욕구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파토스를 반영한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부활을 꿈꾸며 살아생전 자기가 잠들 피라미드를 세웠다. 진시황은 삼천동자 동방삭에게 영원히 사는 비결을 물었고 1000명의 동남동녀를 동쪽으로 보냈으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집단가출은 영구미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신라 문무왕은 죽어서 호국용으로 부활하였고, 할리우드는 해마다 피라미드에서 죽은 미이라를 불러낸다. 

순장 풍속이 있는 가야왕국의 백성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왕의 안부를 물었다. 왕이 죽으면 한마을의 모든 백성을 줄 세워 선별해서 어린애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십명을 골라내서 왕과 함께 산 채로 묻었다. 

작가 김훈은 순장이 무서워 날마다 신라로 귀순하는 가야인들의 슬픈 역사를 우륵의 가야금 얘기를 소재로 한 현의 노래에 기록하고 있다. 

왕족으로부터 명망가와 유명인이 묻히는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불멸의 꿈을 간직한 이야기의 요람이다. 

T.S 엘리어트, 윌리엄 워즈워드, 세익스피어, 찰즈 디킨스, 제인 오스틴, 과학자 아이작 뉴턴, 찰즈 다윈 등 1000여명의 영혼들은 지금도, 살아있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왕들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올리고 죽으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다. 그 곳은 죽어서도 영원히 죽지 않는 땅이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한 장면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한 장면

흡혈귀를 그린 영화 드라큐라 백작은 잊을만하면 리메이크된다.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맛본 음식은 무엇일까? 태어나 처음 먹은 것은 엄마젖이고 자궁에 착상한 후 영양공급조차 안 되는 처음 3일간 아기씨가 맛본 것은 엄마의 자궁을 파고들어 먹은 피였지 싶다. 

뱀파이어 전설은 인간 내면에 깊이 숨은 피의 신화를 노래하고 있다. 신비로운 아즈텍 문명을 건설한 마야인들은 피칠을 한 태양신의 사원에 펄펄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심장을 바치기 위해 인신공양을 업으로 삼았다. 

1만명 가까운 포로들을 모두 죽여서 심장을 공양한 적도 있다. 젯상의 피가 마르면 태양이 멈추고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믿었던 종교 때문에 마야는 미쳤다. 

자국의 청년들에게 축구를 시켜서 최종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팀원들의 심장을 제상에 올릴 때 마야국의 심장도 함께 멎었다. 불멸의 욕구 때문에 민족이 말살되었다. 

죽고 사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인간에게 노화는 저주였고 패배였다. 노화는 세포의 감소와  재생불가로 설명되는 의학의 원리를 넘어 저승의 신화와 부활의 종교를 만들어냈다. 

(사진=픽사베이)

인간은 왜 늙을까? 언제든 죽는 인간에게 노화의 끝에 오는 죽음은 축복일까? 소멸일까? 

단세포에서 출발해 다세포로 분화성장하고 장수동물로 기록된 인간에게 죽음은 언제나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인간이 60세가 되면 본래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세포는 소멸되고 장수의 비밀을 담은 텔로미어 DNA는 줄어들어서 재생하지 않는다. 

텔로미어가 손실되면 유전정보는 사라지게 되고 텔로미어의 손실로 분열을 멈춘 세포는 분열이 정지되면서 죽음이 찾아온다. 심장정지는 세포의 소멸로 완성된다. 생물학적으로 노화와 죽음은 텔로미어의 손실과 세포분열의 정지로 설명된다. 

죽음의 진실은 별로 신비하지 않고, 죽었다 살아 온 인간의 얘기는 항용 전설이나 신화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1만년전 산채로 얼어붙은 빙하 속의 맘모스에서 세포를 재생시켜 복제하고자 하는 유전공학이 선보이면서, 한국에서도 줄기세포의 기적과 부활의 기적을 기대하는 백성들의 염원이, 서울대 황우석 박사의 개 복제 성공 신드롬으로 들끓었다가 이내 물거품처럼 사그러든 적이 있다. 

어디선가 그의 개 복제는 계속되고 있겠지만 우리 생애 당대에 누구든 다시 복제되어 부활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현대과학이 미이라의 세포를 복제해 이집트의 파라오를 불러내고, 백악기에 날던 익룡을 서울 상공에 다시 띄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이 오면 부활해 다시 세상의 공기를 마시고자 수백명의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냉동인간이 되었다. 

현대판 미이라다. 그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빌 뿐이다. 

코로나 19로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그저 마스크를 쓴 채 미이라가 되었고, 개학을 목마르게 기다리는 아이들은 아동 학대처럼 집에 갇혔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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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2020-04-01 09:47:52
찡!!! 최고이십니다~~
교수님 글에는 한국사도 세계사도 문학이나 의학까지 총망라한 이야기를 알게 되어 재미와 지식 이두가지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와 이렇게 연결된 글을 쓰셨네요.

벚꽃 2020-03-31 13:00:46
기발한 맥락과 연결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흡열과 아기씨라니..와..!! 놀랐습니다!!

가람 2020-03-31 12:48:49
사회적 거리두기인지 자가격리인지 모를 답답함속에 글을 읽으며 모처럼 멀리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여행이 2020-03-31 11:29:39
마스크를 쓴 현대판 미라는 표현이 슬픈 가출하고 싶은 봄날입니다.
김대유교수님의 폭넓은 주제와 깊이있는 글을 읽을때마다 놀랍습니다.

봄봄 2020-03-31 10:28:40
죽음과 관련된 글 잘 읽었습니다. 태어난 순간 죽음을 향해 성장해가는 것 같지만 아닌 것 같기도 하고....코로나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얼른 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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