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개혁이 지치면 개혁 신드롬이 발생하고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 속 거리두기로 명칭을 바꿨지만 대중이 느끼는 고립감에는 온도 차이가 없다. 별반 내용이 다르지 않은 탓이다. 

근본적으로 내용이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입시제도가 수없이 바뀌어도 국민은 기대하지 않는다. 명칭만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채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진보진영의 교육개혁이 왜 진전이 없는지 의아해한다. 

전에는, 진보교육감이 다수 등장했지만 대통령과 장관이 보수진영이라서 어찌할 수 없다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교육부장관, 교육감이 일렬로 진보진영 일색인데 제도의 변화는 미미하고 국민의 고통은 줄지 않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교육개혁이란 무엇일까? 개혁은 제도의 개폐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개혁은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교육입국조서를 내려 근대식 학제를 도입하고, 전인교육과 실용교육에 바탕한 신식 교육제도를 도입한 것이 시초이고, 이후 미군정에서 현재의 학제와 교원정책을 수립하는 것으로 본격화되었다. 

특히 박정희 장군의 교육개혁은 명암이 따른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입시제도를 폐지해 고질적인 명문고 적폐를 종식시키고 엘리트 교육을 대중교육으로 변화시킨 것은 근본적인 제도의 개혁이었다. 

반면 교장 자격증제를 도입하고 제도에 없었던 교감직을 새로 만들었으며, 모든 고교와 대학에 학도호국단을 설치한 것은 나쁜 제도였다. 

군사정권을 이어받은 전두환, 노태우 장군의 암흑기를 거쳐 김영삼 대통령은 교육재정을 GNP 대비 5%로 끌어올리고 5․31교육개혁을 단행하였으며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해 현대식 교육제도의 틀을 세웠다. 

김대중 대통령은 중학교 무상교육을 도입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보직형 교장공모제를 시범 실시해 최초로 왕정제 교장제도의 막힌 숨통을 열었고, 보건교과를 설치해 10개 국민공통기본교과로 고정된 교육과정제도에 파열구를 냈으며,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추진했다. 

이것이 제도개혁이고 제도개혁은 곧 교육개혁이다.

딱 여기까지다.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은 딱 여기까지다. 이후 이명박과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러 교육개혁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이 표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개혁의 관점이 표류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진보교육감들은 교육부장관에게 제도개혁을 요구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과거 관성에 머물러 정부입법이나 시행령 개정을 미루면 김승환, 이재정, 조희연 교육감 등을 제외한 다수 교육감들은 대체로 침묵한다. 

교육부와 갈등을 빚게 되면 교육정책이 표류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즉 교육부에 협조하는 것을 교육개혁의 근간으로 여기는 복지부동과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다. 교육청 관료들에게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다가 그들이 일일이 위에 교육부 관료들에게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에 절망감을 느낀 사람이 나 혼자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필자가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공동대표를 하면서 교육감주민직선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일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요즘 같으면 차라리 대통령이나 광역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것이 낫지 싶을 때도 있다. 

아무리 잘못해도 선출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물러나지도 않고 면직시키지도 못하는 선출직 교육감이 그나마 교육개혁조차 교육부에 의존하고 기피하며 끌려가는 모습일 때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속물이다. 

둘째, 초중등 교육개혁을 완수했다는 착시현상이다. 

교육감 주변의 핵심요직을 맡고 있는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지금은 개혁의 요구나 담론의 시기가 아니고 어떻게 통치하고 관리할까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교육정책 의식조사를 하자고 하면 “지역 교장들이 교육정책 결과를 가장 잘 아는데 구태여 시민의식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오리발이다. 

국정기획을 하는 대통령 교육기구에서는 “초중등교육은 잘되고 있다. 그냥 두고 대학개혁에 주력해야 한다”는 담론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진보교육감이 장악하고 있는 초중등교육은 이대로 두어도 곧 그것이 완성된 개혁의 결과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당연히 대입제도 폐지(현 수능 형태)나 초중고의 교육과정 개혁은 의제에서 멀어졌다. 

교육부장관령인 시행규칙 개정이 국장 전결인 마당에 전문성과 교육부(교육청) 내부 경험이 일천한 어공들이 끼어들 여백은 부족하니, 관료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편하기는 할 것이다.        

셋째, 특정한 정파가 실타래처럼 이너서클을 구성해 교육 권력을 독점하면서 개혁의 키가 겉돌고 있다. 그 중심에 전교조 참실련(참교육실천연대) 출신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분들이 참교육에 헌신하고 교육노동운동을 일으켜 세운 공로가 크지만, 그 과정에서 몸에 밴 정실주의와 무비판적인 식구 감싸기가 문재인 정부의 교육계에서도 여실히 투영되고 있다. 

민주당에는 오래 묵은 전교조 상근자 출신 보좌관들이 버티고 있고, 전교조 참실련 출신 인사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실․국장, 국가교육회의와 교육청의 상층부를 석권하고 있다. 

장관이나 진보교육감들은 점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선으로 묶여 민주당과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교육청의 인사와 실무를 아전인수격으로 휘두른다. 

그 중 주도적인 인물이 누군가가 못마땅하다면 선으로 연결된 조직을 가동하여 순식간에 추락시킬 수도 있고, 보수편향으로 몰아서 쫒아낼 수도 있다고 피해를 경험한 이들은 한결 같이 지적한다. 

교육개혁을 주도할 실력은 부족하고 혁신을 꾀할 전문성은 딸리지만 당정청과 교육청 등에 거미줄처럼 짜인 조직의 힘에 기대어 인사권력을 독점할 수 있으니,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주인이다.

박경미 교육비서관은 전교조 참실련 인맥과 관련이 없다. 박 비서관은 교육권력의 이너서클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반면 박 비서관은 이들의 신교육권력 적폐 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들의 교육권력 독점체계를 뛰어넘지 못하면 교육개혁은 신기루가 될 것이다. 말은 막히고 마음은 급한데 항차 개혁의 길은 멀고 아득하다.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
김대유 경기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