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 왜 중등교사만?...대학도 행정 책임져야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어 책임은 모두 교사 몫
실천교사모임, 수능 감독 실태 설문조사 등 나서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수능 시험장에 감독교사가 앉을 키높이 의자라도 지급하라.”

오는 11월15일 수능 시험일을 앞두고 수능 감독관제도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된 교사는 수능 전날 연수부터 시작해 당일은 아침 7시 30분부터 5시까지 10시간 가까이 업무를 진행한다. 시험에 방해될까 교실에서는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 심리적 부담감도 크다. 특히 90분 또는 120분간 진행되는 시험시간에는 꼼짝도 못하는 등 하루 종일 정 위치에 서서 옴짝달싹도 못한다. 1교시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인원 부족 등으로 보통 3,4교시는 고사 감독을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수능 감독 교사는 위병소 말뚝근무하는 군인들보다 고충이 더 크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힘들어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다.

하지만 고교는 물론 중학교 교사 60% 가량이 이 업무에 차출된다. 많은 지역은 90%가 감독에 나서기도 한다. 대부분 시도교육청에서는 지병이 있거나 자녀가 고3 수험생인 경우, 저경력자 등을 감독관에서 배제하고 있지만, 매년 이 맘때면 학교에서는 '순위'를 정하느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간제 교사, 시간 강사까지 감독관으로 배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고교 교사는 “몇년 전 함께 시험 감독을 들어간 부감독 교사가 결시자 의자를 교실 뒤로 가져가 앉아계셨는데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수능 감독 연수에서는 교사가 앉아 있지 못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교사는 “4교시에는 너무 힘들어 숨이 안 쉬어지고 멀미가 나 미식거렸지만 벽에 기대서 참았다”며 "올해는 미리 몸 관리라도 해야 겠다"고 토로했다.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기침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삼키느라 고생했다는 교사도 있었다. 그렇다면 수능시험 감독관이 기침이 나오면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기준을 담은 매뉴얼은 없다. 

교사들은 민원이 생길 경우 그 책임을 해당 감독관에게 전가하지 말고 시도교육청 등 감독기관이 해결하던 지, 명확한 매뉴얼을 마련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처음 수능감독을 했다는 한 교사는 “매뉴얼이 너무 소략적이고 설명은 제대로 안 해주고 책임은 정감독이 알아서 지라고 하니 부담이 컸다”며 “아이들, 심지어는 학부모까지 민원 제기를 하는 등 점점 변수가 늘어나는 데 어느 누가 투입돼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정도의 매뉴얼은 없다”고 지적했다.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이 수능 관리·감독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것을 문제로 꼽는 이들도 많다. 한 고교 교사는 “고입 업무도 고교가, 대입 업무도 왜 고교가 해야 하냐”면서 “대입 관련 사항이니 대교협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블로그, sns 등을 통해 키높이 의자의 필요성을 알린 송형호 숲속학교 교사는 “일정이 빠듯해 올해는 다른 부분 개선이 어렵다면, 피로도를 낮출 수 있는 키높이 의자라도 마련하라는 것”이라며 “몇 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런저런 핑계만 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천교사모임은 이런 교사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수능 감독관련 실태조사 설문을 28일 시작했다. 실천교사모임은 “시험장소로 배정된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운영 파행을 겪기도 하고 수능시험 감독교사 차출로 갈등을 겪기도 한다"며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