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장에서 학생을 확인하는 수능 감독 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수능 시험장에서 학생을 확인하고 있는 감독교사.(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수능시험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능 감독으로서의 소회를 남기던 교사들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수능 감독 유의사항은 '대외비'라서 관련 내용을 누설하면 안 되고, 한술 더 떠 자신이 수능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알려도 처벌될 수 있다는 소문이 본지 취재 결과 사실이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참조)

기자가 해당 소식을 접한 것은 수능 당일인 14일 밤, 평소 친분이 있던 교사와 연락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이미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인 오후 5시께부터 수능 감독관 업무를 수행한 교사들 사이에서는 SNS를 통해 감독관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시도교육청이 사전 교육 때 배포한 유의사항에 적힌 내용이 하나 둘 공개된 상황이었다.

다음 날 아침 9시, 기자는 수능을 관장하는 평가원 홍보실 담당자에게 해당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수능을 전후해 평가원 모든 부서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해당 내용을 SNS에 올린 교사들이 징계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지체할 수는 없었다.

기자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지만 평가원 입장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었다. 평가원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활용, 사적인 자리에서 답을 받아 기자에게 전달해줬다. 이 관계자는 '교사의 징계(?)'가 걸려 있을 지도 모를 문제에 최대한 빨리 답해 주려는 진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평가원 측 답변은 수능 감독관 유의사항이 공개될 경우, 거꾸로 부정행위 등이 발생할 가능성으로 있어 대외비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또 징계 사항이긴 하지만 관리 감독은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권한이기 때문에 평가원 차원에서 징계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취재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지시를 받는 상황이라고 알려와 교육부 대변인실과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당 시간은 오후 2시.

전화가 돌고 돌아 통화가 연결된 교육부 담당자는 '수능'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평가원으로 해보시라”고 했다. 관리 감독은 교육부 관할이라는 평가원의 답변을 들었다고 말하자 어떤 내용 때문이냐고 되물었다.

기자가 교육부 직원에게 물었다.

“수능시험 감독관 유의사항 내용 발설하거나 SNS에 올리면 징계대상입니까? 자신이 감독관이었다는 사실만 알려도 징계 대상입니까?”

그러자 교육부 담당자가 말했다.

“바로 확인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교육부 담당자가 해당 내용을 모른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모든 내용을 다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기다려보기로 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오후 5시.

그 때까지 연락을 주겠다는 교육부 담당자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다음 날이 주말이었기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재차 전화를 들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끝내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기자는 이런 직원들이 도대체 교육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 만일 교육부 직원 자신이 징계 및 처벌 사항에 해당될 수 있어 불안해하는 상황이어도 이렇게 무책임하게 대응 했을까? 중앙부처 공직자로서 최소한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조차 없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주말을 맞았다. 징계 사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교사들은 어떤 주말을 보내고 있을까. 교육부는 얼마전 수능 고사장에 '국민 정서상' 감독관에게 키높이 의자를 배치하지 못하겠다고 답변해 교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선거 때나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때면, 교육부 폐지 주장이 단골로 등장한다. 또한 교육부는 정부부처 평가에서도 계속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언론사(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19년 10월 대한민국 행정부 정책수행 평가 조사' 결과, 교육부는 두 달 연속 18개 정부부처 중 15위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자 교육부는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1일 열린 정부세종청사 15동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분야 국정과제 보고회는 더욱 더 가관이었다.

이날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그간의 교육정책 혼선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주요 교육정책을 청와대 눈치만 살피거나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해 놓고선 "소통·협력을 강화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이게 교육부 현실이고, 교육부 직원들의 자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부 직원들은 반성문부터 제대로 써야 하지 않을까.

지성배 기자
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