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하나고 교사

[에듀인뉴스] 문재인 정부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해 ‘2022 교육과정’ 개편을 공식 언급했다. 지난 11월 7일 교육부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를 통해서였다. 2022년에 고시되는 교육과정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는 향후 우리 교육의 방향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사적 의미를 지닌다. 

2022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 세대가 현재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다. 그들은 2025년 고교 1학년에 입학한다. 새로운 2022 교육과정과 평가방법을 통해 2028학년도 대학입시를 치르는 첫 세대가 된다. 우리는 미래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어찌 보면 10년 후에 해당하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까지를 내다봐야 하는 안목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 이후, 서울 주요 16개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요구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커졌다.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할 때의 실질 반영률은 예상보다 높아진다. 해마다 정시로 이월되는 수시모집 인원도 있지만, 수시 전형 자체에 이미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걸려 있는 전형의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반영률은 70%를 넘는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통계도 보고됐다. 

현 정부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새로운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되는 해이기도 하다. 2022 교육과정을 고시하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당장 교육과정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2022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한 기본 설계가 핵심을 이룰 수밖에 없다.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지표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한 설계도가 되는 셈이다.

동시에 2022년 3월 9일은 차기 정부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기도 하다. 다음 정부에까지 이어지는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2022 교육과정이 무엇을 담아내야 하는가는 대단히 중요하다.

만일 개정 교육과정의 완성된 내용이 고교학점제 적용을 위한 설계가 토대를 이룬다면 이는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 자체를 되돌리기에는 시간적 무리가 따르게 된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편이 갖는 의미는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방식대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현재 2015 교육과정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수적이다. 과도한 학습량을 줄이겠다는 교육과정 개편의 취지가 무색했다. 또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지향과 교실 현장의 괴리가 과도했다. 30명 전후의 학생과 한 교실에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미만으로 줄일 수 있는 획기적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OECD 최고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 교실 공간 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니 교육재정도 줄여야 한다고 믿는 경제부처 관료들이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담하고 암울하다. 학령인구 감소가 미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을 갖고 더 공격적인 교육재정 투자와 확충에 나서야만 무한 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비결을 기획재정부 관리들만 모르고 있다. 얼마나 근시안적인 대응이냐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재부와 교육부는 이제라도 국가의 운명은 오로지 교육에 달려 있음을 명심하고 교육재정 확보와 투자에 주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22 교육과정이 양적인 측면에 집착해선 반드시 실패하게 마련이다. 핵심 성취기준 중심의 질적인 교육과정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2015 교육과정에서 과목별 제시된 성취기준을 위계에 따라 통폐합하고 한 두 개의 핵심 성취기준만 제시하고 나머지 성취기준은 학습활동과 평가를 통해 소화할 수 있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질적인 재구성을 통해 본래 취지와 시대의 요구에 맞는 ‘삶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삶과 교과목의 연계는 국민적 요구이기도 하다.

특히 ‘노동’, ‘통일’, ‘젠더’, ‘환경’ 등 성취기준은 단순한 범교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교과목에서 삶과 연계하여 구체적 성취기준으로 제시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는 늦출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