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3학년 개학...교실 내 긴급돌봄 학생 앞에서 교사는 원격 수업
돌봄교실이 낳은 갈등 또...교사 "어차피 내 아이들, 내가 맡을 수 밖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4일 경기 안양 덕천초를 찾아 긴급돌봄 현장을 둘러봤다.(사진=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4일 경기 안양 덕천초를 찾아 긴급돌봄 현장을 둘러봤다.(사진=교육부)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초등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일부 작은 학교 등에서는 원격수업과 긴급돌봄을 한 교실에서 진행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원격수업 대상자와 긴급돌봄 대상자가 중복되는 상황에서 학교 시설은 한계가 있다 보니 생전 처음 보는 교실 속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

등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각 지역교육청들은 공문을 통해 긴급돌봄 오전 담당자를 교원, 방과후강사, 돌봄전담사 등으로 지정했다.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는 긴급돌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평상시 돌봄으로 이뤄진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오전 시간대 담임 및 교사들의 업무 충돌이 발생하는 이유다.

‘학교 자체 사정에 맞춰 협의해 담당자를 지정하라’는 교육청의 공문도 이러한 교실 모습에 한 몫 했다. 작은 학교의 경우 원격수업 대상 학생이 긴급돌봄을 받기 위해 학교에 나오기 때문이다.

교실에는 긴급돌봄 학생들이 있고, 교사는 긴급돌봄 참여 학생들과 미참여 학생들을 위해 원격 수업을 진행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스마트기기를 통해 소통하는 모습이다.

A교육청 관계자는 “원격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원칙적으로 긴급돌봄에 투입되지 않는다”는 원칙적 이야기를 하지만 돌봄전담사가 오전 긴급돌봄을 거부할 경우, 방과후교사를 구하기 어려울 경우 등에는 교사가 긴급돌봄을 함께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ㄱ 초교 교사는 “긴급돌봄으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 대한 원격수업 인력 지원이 필요한데, 작은 학교의 경우 학급이 하나라 돌봄 참여 학생이 모두 우리반 학생들”이라며 “교육적 차원에서 내가 맡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책은 여전히 교사의 자발성과 책임성에 기초해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왜 이런 웃픈 상황이 발생했을까. 문제의 발단은 주 근무 시간을 15시간으로 제한한 돌봄전담사의 근무 시간에 기인한다.

즉 돌봄전담사는 하루 3시간까지 근무 가능한 초단기 근로자로 설정했기 때문에 긴급돌봄이 진행되는 오전은 근무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애초, 학교 현장 진입 시 주 15시간이 넘는 근무에 투입되면 주휴수당과 4대보험을 비롯해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하기에 '초단기 근로자'라는 이름으로 학교 현장에 받아들인 것이 긴급 돌봄 상황에서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B교육청은 오전 시간대는 초과근무로 인정해 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일부 교사들은 “긴급돌봄은 교사 고유 업무가 아니니 교사에게도 역시 수당을 지급하라”고 맞섰다.

B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는 업무 시간이기 때문에 수당 지급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런데 또 C교육청은 보결수당으로 교사에게 긴급돌봄 수당을 지급한다고 한다.

보결수당은 개인 사정으로 수업이 어려운 경우, 해당 교사를 대신해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긴급돌봄 투입 교사가 보결 수당 당사자가 되는 게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교육청 관계자도 “타 교육청에서 보결수당을 지급한다는 말을 들었다. 적합하지 않다는 의문이 솔직히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계 갈등은 돌봄제도가 '학교'로 들어오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이관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교사나 학교, 교육청 모두 사정이 딱하긴 마찬가지다. 

그럼 우리는 어떤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차라리 작은학교 초등 저학년의 경우 부분 등교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제안이 눈에 들어온다.

ㄱ 초교 교사는 “작은학교 저학년의 경우 긴급돌봄을 오는 학생은 70~80%에 달한다. 돌봄 때문에 학생들이 교실에 있지만 학교 오지 않은 학생을 위해 원격 수업도 해야 한다. 학생들을 앞에 두고 원격 수업을 하라는 권고도 있었지만 과연 이 모습을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라며 “작은학교의 경우 돌봄 참여 아이들이 많다면 사실상 부분 개학인데, 부분 개학을 인정하면 안 되나 싶다. 사정이 다 다른데 전국을 통일적으로 운영하니 현장과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교육의 '공정성'과 지역 간 형평성을 걱정하는 교육부와 정부의 태도가 강경해 시행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D교육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긴급돌봄 신청 학생이 늘어난다고 작은학교 초등 저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부분 개학은 어렵다”며 “현재 교사와 학생이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교사는 원격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 등으로 수업을 받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원격수업도우미를 배정했다. 지금까지 겪은 교실 속 모습은 아니지만, 적응하고 소통하면서 방법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이날 자신의 SNS에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시골에 있는 학교들은 정상적으로 개학을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 학교들은 존재 자체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되고 있지 않은 가"라고 꼬집었다.

ㄱ 초교 교사의 말처럼 그럼에도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한 공간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모두 경험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이런 우리가 학교에 아이들을 모아 놓고 교사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일본을 '이상한'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성배 에듀인뉴스 기자
지성배 에듀인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