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영양교사 내년 412명 임용하는데, 더 뽑을 여력 있나”
“국공립병설유치원도 초등 의존 현실”...천문학적 예산 필요
교육청 전문가 1명 없고, 관리‧감독 체계도 '복지부' 이원화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지준호·권호영 기자] “영양사 없이 운영된 유치원이 상당수지만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리‧감독 인력도 없고, 기관도 애매하다.” “인력과 시설을 어떻게 다 마련하려는 건지 계산조차 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3일 당론으로 발의된 이른바 ‘박용진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의 이달 내 통과를 목표로 밀어 붙이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학교급식 관계자에 따르면, 유치원에 학교급식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안 몇 줄로 간단히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100명) 이상 유치원에 학교급식법을 적용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영양(교)사와 조리종사자 일자리 확대 등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중’을 주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31일 기준 국공·사립 유치원은 총 8860곳이다. 이 가운데 원아가 100명 이상인 유치원은 대략 절반 수준(4240여개)이다. 현행 학교급식법에는 모든 학교에 1명의 영양교사와 다수 조리종사자를 배치하도록 명문화되어 있고 조리시설 및 기구, 운영방침 등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개정안에 따라 원아 100명 이상인 유치원에 영양교사와 조리사 등을 배치하고 조리시설을 기준에 맞도록 개선하는 데 얼마의 예산이 소요될 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지금도 2,3식 학교에 2명의 영양(교)사를 두는 등의 이슈로 임용 인원을 늘리고 있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여기에 유치원까지 늘려 뽑아야 하는데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내년 영양교사 412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가뜩이나 비교과 교사 선발이 늘어 임용고시생 사이에서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포함된 걱정으로 해석된다.

교사뿐만이 아니다. 공무직 등 조리 관련 인력도 필요하다. 시도교육청은 현재 인건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총파업 예고에도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리·감독 체계도 다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급식담당 전문 인력 확충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 내에서도 유아교육 급식은 주무부서인 학생건강정책과가 아닌 유아교육정책과 소관이다. 물론 급식 전문 인력은 없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병설유치원 급식 관리도 초등학교에 대부분 끼워넣기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교육지원청 담당자에게 문의나 자료를 요청해도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제대로 된 답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국 초등학교에 설치된 병설유치원 4312개 가운데 급식을 실시하지 않는 14개를 제외한 4298개 병설유치원 중 급식실을 갖추고 있는 곳은 72곳(1.4%)뿐이다. 4062개 병설유치원은 초등 급식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164곳 병설유치원은 급식실이 아예 없다.(2017년 8월 기준)

100인 이하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함께 공동영양사가 관리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개정안에서 제외됨에 따라 기존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관리를 받게 된다. 올해 5월 기준 급식관리지원센터는 전국에 215개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센터 등록은 의무가 아니다. 영양사를 뽑지 않고 센터 지원도 받지 않은 채 급식을 제공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셈이다. 또 지도·감독기관이 서로 다른 어린이집(보건복지부)과 유치원(교육부)이 공동 영양사를 두는 것도 적절한 지 따져봐야 한다.

경기 화성의 한 초등교장은 “법 개정을 하려면 영양교사가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을 함께 관리하는 문제, 공동 영양사 문제, 급식시설 문제 등을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서두르지만 말고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에 비해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