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초학력저하 일시적 현상 아니다..."내실화 추진, 혁신학교 운동 연계 필요"
[칼럼] 기초학력저하 일시적 현상 아니다..."내실화 추진, 혁신학교 운동 연계 필요"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4.18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 교육장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기초학력 저하 현상을 발견하다

[에듀인뉴스] 며칠 전 한 교육계 후배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도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다가 최근 고향의 특성화고교 교감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다. 그가 장학사로 근무했던 부서는 미래인재, 스마트교육, 디지털, 사이버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어를 다루었고, 그가 담당했던 시책이나 교원연수 그리고 연구학교 업무는 학생들에게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배려와 협력 등 미래 핵심역량을 교육하는 것이었다.

미래를 대비해 고차원적 첨단 지식에 관심이 컸던 그에게 기초학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오래전에 사라진 국어사전을 활용하여 기본적인 어휘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는 주장 따위는 4차 산업혁명 시기의 학교에 어울리지 않은 것으로 비쳤을 것이다.

학교현장에서 교감으로 근무하면서 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 같았다. 약간 상기된 어조로 나에게 전화를 걸게 만든 직접적 원인은 국어사전이었다. 국어 선생님 한 분이 매 수업에 학급 학생 수만큼의 국어사전을 갖고 들어가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그때 국어사전의 필요성에 대한 칼럼을 발표하는 등 국어사전 활용을 강조하는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전화상으로 학교현장에서 경험한 기초 어휘력 부족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단어를 들어가면서 설명해 주었다. 자주 사용하는 재고(再考, 在庫), 또는 제고(提高)의 뜻과 글자를 연결하지 못하는 수준의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어휘력이 약하거나 기초적인 한자를 알지 못하면 한글을 올바로 쓸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교육부나 도교육청 회의에 참석하면 과거와 달리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창의성이나 미래역량도 기초학력, 특히 기본적인 어휘력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했다는 결과 발표 이후 교육부와 도교육청에서 정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기초학력 문제, 국가 정책의제로 설정한 정부에 박수를"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정운영 전략인 창조경제와 이를 위한 교육전략으로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강조했다. 그때부터 연도별 교육부 업무보고 문서에서 ‘지식’, ‘학력’, ‘기초학력’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간단한 용어 언급 수준에 머물렀다.

창의성과 인성 중심의 미래역량을 강조하는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당선된 대부분 시·도교육청 수준의 교육정책에서도 ‘지식교육’과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은 약화했다. 대통령 선거공약에 따라 2013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폐지된 점과 진보교육감들의 요구에 따라 2017년부터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전집에서 3% 표집으로 변경된 점은 ‘지식’, 특히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이 약화한 증거 중의 하나이다.

올해 들어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이 대폭 높아졌다. 작년 6월에 실시된 중학교 3학년과 고교 2학년 대상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대폭 높아진 결과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학력저하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작년 11월 30일 예정이었던 평가결과 공개를 4개월이나 연기하여 올해 3월 28일 학력향상 대책과 함께 발표했다.

전년도보다 모든 과목에서 학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해당 학년의 수업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인 기초학력 이하 학생들의 비율이 30% 정도에 이르며,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10% 정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학력저하 쇼크’, ‘학력붕괴’로 표현한 신문기사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학력저하 문제는 심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내부적으로 평가 결과를 파악한 후 전문가 토론회 5회, 시·도교육청 학력 담당자 협의회 6회, 기초학력 지도 현장교원 의견 수렴 2회 등을 거쳐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수립하였다고 밝혔다. 세부 대책들은 기초학력 보장법 제정, 초1~고1까지 전체 학생 대상 기초학력 진단평가 시행, 기초학력 보충 지도를 위한 보조인력 배치,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시·도교육청 책무성 강화 등이다.

10여년 만에 학력저하 문제가 정부의 정책의제로 설정돼 구체적인 추진 방안까지 수립하게 된 배경에는 이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발표 이전에 나온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도 있다. 국제적 평가 결과에 대해 정부와 여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학력 하락의 심각성은 이번에 나온 결과보다 더 컸다.

15세 청소년 대상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그동안 세계 2~3위였던 우리의 학력수준이 2015년 평가 결과 읽기 7위, 수학 7위, 과학 11위로 추락하였다. PISA 2012년 평가와 2015년 평가 결과를 비교할 때 OECD 평균은 읽기에서 3점(496→493), 수학에서 4점(494→490), 과학에서 8점((501→493) 하락했지만, 한국은 읽기에서 19점(536→517), 수학에서 30점(554→524), 과학에서 22점(538→516)으로 대폭 하락했다.

더욱더 우려스러운 것은 상위수준 학생 비율은 약간 감소했지만(읽기 14.2%→12.7%, 수학 30.9%→20.9%, 과학 11.7%→10.6%), 하위수준 학생 비율은 급격하게 높아졌다(읽기 7.6%→13.6%, 수학 9.1%→15.4%, 과학 6.7%→14.4%)는 점이다.(교육부 보도자료, 2016.12.06.)

교육부에서 이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발표를 하면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지속해 증가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인정한 것은 국제비교평가 결과에서 학력수준 하락에 이은 국내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의 학력 저하 현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2018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발표하며 기초학력내실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2018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발표하며 기초학력내실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기초학력 내실화 추진과 혁신학교 운동 연계 필요"

기초학력 내실화가 정부의 교육정책 의제로 설정되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무수히 존재하는 교육문제들 중에서 정부가 특정한 정책문제를 중요하게 판단하고 심각하게 검토하여 해결하기로 공식 결정했을 때 우리는 정책의제로 설정되었다고 말한다. 정책의제로 설정되거나 결정되었다는 것은 정부기관, 이해관계 집단, 전문가 등 관련자들의 합의했다는 의미이고,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그리고 인적·물적 지원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진입한 이후 줄곧 지식보다 인성이, 기초학력보다 창의성 등 미래 핵심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이 교육현장에 팽배하다. 이러한 시점에 기초학력 부진학생을 지원하는 방안이 주요 정책으로 채택되어 다행이라 여겨진다.

교육부는 설정한 정책의제를 시·도교육청과 함께 집행하게 된다. 이때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력저하 문제에 대한 교육부의 인식을 공유하는 것과 교육부의 학력향상 대책 및 비전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교육감이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14개를 차지하고, 그들은 혁신학교 운동을 교육정책의 모델로 삼고 있는 현실에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과 혁신학교 운동의 연계가 필수적인 과제로 대두된다.

지난 2월 25일 교육부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 증가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 “혁신학교 확대를 통해 기초학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28일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함께 발표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으로 혁신학교 확대 계획이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학력 저하 원인이 자유학기제와 혁신학교 운동이라는 뉘앙스를 드러냈다. 더욱이 혁신학교 운동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전체학교 대상 전집형 진단평가를 법적 근거 마련 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에 대해 진보교육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의 기초학력 진단 의무화 방침을 줄 세우기를 위한 일제고사로 규정하면서 강한 반대 뜻을 밝혔다. 일부 교사단체들도 전집형 기초학력 진단고사 추진 계획을 비판하면서 기초학력의 개념 명료화 등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반대 견해을 밝혔다.

교육의 본질적 목적 측면에서 지식교육을 강화하고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려는 교육부, 교육부와 다른 교육적 패러다임을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지방교육행정기관 간 갈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측의 주장을 고려할 때 기초학력의 개념과 측정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학력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에서 혁신학교 운동도 실질적인 학력향상 대책을 찾아야 하며, 진단평가가 비교육적으로 학생들을 줄 세운다는 주장이 맞는지 그리고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높이는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기초학력 저하로 지식교육 전환한 영국, 일본 사례 참고해야"

21세기 미래사회에 필요한 것은 지식보다 역량이라는 관점을 학교교육에 본격적으로 도입한 국가로 영국과 일본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9 개정 교육과정과 혁신교육을 기점으로 도입하였기에 그들에 비해 약 10년 정도 늦은 셈이다.

영국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역량중심-학생중심의 혁신교육을 시행하다가 학력저하가 심화해 2013년 지식중심-교사중심 교육과정으로 개정했다. 초등학교 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동일 평가 문항을 활용한 교사별 평가와 6학년 전체 학생 대상 동일 일정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역량-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인 유토리(여유) 교육을 시행했지만 지금은 지식교육을 강화한 새로운 학습지도요령을 적용하고 전집형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06 PISA 읽기 순위가 15위까지 추락했다가 2012년 4위로, 2015년에는 1위 또는 2위까지 상승했다. 역량과 학생중심 교육을 추진하여 순위가 급락한 우리나라의 결과와 정반대 상황이다.

영국과 일본 사례를 본다면, 이번 기초학력 하락 상황을 일시적 현상으로 단순하게 폄하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대책으로 역량중심, 학생 참여중심 혁신교육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더욱 과학적으로 효과적인 수업방법 적용과 전집형 진단평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 전반적 학력저하 원인으로 지식경시 교육풍조와 학생들의 기본 어휘력 부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 적극적 정책 대안을 찾아야 한다.

어떻든 학력저하 문제를 국가 정책의제로 결정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교 현장에서 기초학력 지도의 필요성과 책임의식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기에 한국 교육의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 교육장/ 아무도 믿지 않는 7가지 교육 미신 역자
김승호 세한대 초빙교수, 전 함평 교육장/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7가지 교육 미신' 역자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