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학교, 창조와 혁신보다 '파괴'가 먼저다
[에듀인 리포터] 학교, 창조와 혁신보다 '파괴'가 먼저다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 승인 2020.06.20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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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지식백과)
(출처=네이버지식백과)

[에듀인뉴스] 온라인 수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이제 온라인 수업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다. 2020년 6월 18일, 교육정책 네트워크에서 주최한 1회 교육정책 토론회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미래 환경변화와 교육혁신을 주제로 미래교육, 교육혁신, 디지털 전환, 지능정보사회 등 익숙한 키워드들이 등장했다. 미래 학교에 대해 학교 기능의 다양화와 유연성 주장 등 많이 듣던 얘기들도 나왔다.

마지막에는 온라인 기반의 새 학습 모델에 관한 패널 토론이 진행되었다.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시대에 따른 교육의 새로운 창조를 시도하려는 모습들이다, 

그러나 지난 온라인 등교 기간 동안 학교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일어났던 고민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이들의 논의가 조금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학교 현장은 기본적으로 예전 모습과 새로운 변화 사이의 갈등이었다. 그러나 기존 지침과 규정을 어길 수 없기에 결국 어떤 수업이 온라인에 적합한지보다 어떤 학생이 이 수업을 안 들었는지 확인하는데 애를 썼다. 학생의 건강 상태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자가진단 시스템을 몇 % 채웠는지에 집착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체로 학교는 기존의 방식을 약간씩 수정, 변경해서 운영한다. 새로 무언가를 만들면, 그것이 얼마나 쓰였는지를 확인해왔다. 지금도 그렇다.

조지프 슘페터(Schumpeter, Joseph Alois Schumpeter)
조지프 슘페터(Schumpeter, Joseph Alois Schumpeter)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술 발전에 있어 경제가 얼마나 잘 적응해 나가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다. 즉 창조를 위한 파괴다.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미국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주창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있다. 그에 따르면 존속적 혁신이란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다.

반면에 파괴적 혁신은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을 또는 서비스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전복하는 것이다.

기능이 복잡화될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사람들의 눈에서 멀어진다. 지금의 학교도 그렇다. 이 틈을 타 원래 기능에 충실한 것들이 시장을 뒤집는 것이다. 결국 파괴적 혁신이란 본질에 충실한 기업이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창조적 파괴나 파괴적 혁신이나 모두 창조나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학교가 온라인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거나 그에 맞게 변해야 한다면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스템에 온라인을 덧붙이면 지금껏 경험한 것의 재반복일 뿐이다.

여기서 충돌이 일어난다. 학교와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상 우리는 이런 존속적 변화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시스템을 존속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하려는 시도가 교사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교육과정을 넘나들거나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은 교사들이 할 수 없다. 그러나, 학교에서 직접 경험한 원격 교육은 기존의 것을 파괴하는 행위가 아니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면, 오히려 학교의 기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여나가야 한다.

학교는 많은 이들의 생계가 달린 곳이다. 교사들 뿐 아니라 행정직, 교육공무직, 방과후 강사, 스포츠강사를 비롯한 시간강사, 학교지킴이들의 직장이다. 더불어 학교는 이미 수많은 사업 공간이기도 하다.

지금 흐름대로면 학교는 더 많은 기능이 중첩되고 더 커지고 무거워질 것이다. 무언가를 파괴하면 그만큼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학교는 점점 파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소규모학교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등교 개학 당시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는 등교 시기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반면에 60명이 넘으면 등교 날짜를 교육부에서 지정한 날짜에만 움직여야 했으며, 그 외의 자율성은 찾기 힘들었다.

이렇듯 자율에 기반을 둔 유연성과 융통성은 소규모일 때 가장 쉬우며 조직이 커질수록 어려워진다.

지금 논의해야할 것은 창조보다는 파괴가 아닐까? 학교의 적정인원을 고민하고 그에 따른 교사 수를 고민하고 학교에서 가르쳐야할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 아마 이 모든 과정은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일 것이다.

어쩌면 진작에 이루어졌어야 할 이런 고민들이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미뤄왔다. 학교에 무엇을 더해야 할지 고민하지 말고, 학교에서 무엇을 빼야 할지 고민해보자.

비우면 채워진다고 했다. 지금 학교는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짐이 많다.

김승호 청추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추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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