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아...지침 개선 필요
 

화상 발열 측정기로 체온을 측정하는 학생.(사진=지성배 기자)
화상 발열 측정기로 체온을 측정하는 학생.(사진=지성배 기자)

[에듀인뉴스] 지난 월요일, 종례시간에 곧 등교를 앞둔 고등학교 2학년 담임으로서 학생들에게 하나하나 유의사항을 전달했다. 종례가 끝나고 한 학생이 연락이 왔다.

“다른 사람보다 기초체온이 높은 편이어서 평상시 체온을 재면 37.5도를 넘을 때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런 상황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학생에게 알아보겠다고 답하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이런 상황이 한 두명이 아니었다.

심지어 기초체온이 높아 코로나 시국에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며 자신 같은 사람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있었다. 학부모에게도 확인하니 주로 체온이 37.2~3도 정도로 나온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날 저녁에 바로 SNS를 통해 다른 학교에는 이런 사례들이 없는지 물었다. 답이 제각각이었다. 담임이 알고 미리 체크해 놓는다는 답도 있었고, 보건실에서 기초체온 높은 학생을 조사해 관리대상으로 기록한다는 답도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보건실에 물으니 일시적으로 37.5도가 넘은 경우는 조금 숨을 돌리고 쉬었다가 다시 재서 37.5도 미만이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 37.5도가 넘은 학생의 경우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초체온 소견서를 검색하면 부모들이 고민을 알 수 있다.(사진=김승호 교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기초체온 소견서를 검색하면 부모들이 고민을 알 수 있다.(사진=김승호 교사)

뭔가 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다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다른 학교들은 의사 소견서를 떼오라는 등의 지시도 있었나보다. 각종 맘카페에 비슷한 호소문들이 올라와있다. 그런데, 소견서 작성에 대한 것도 의사마다 다른 모양이다. 

그런데, 기초체온이 높은 학생의 37.5도는 정말 아무 일 없는 상황일까? 이것을 예외상황으로 보아도 되는 것일까?

현재 학교에 나와 있는 지침들 중 상당수는 ‘예외’ 없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외상황이 정말 없는 것인가?

기초체온이 높거나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는 학생, 알러지성 비염으로 잔기침을 하는 학생 등 코로나 대응 지침에 따르면 선별진료소로 보내야하는 증세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많다.

그런데, 의사가 ‘기초체온이 높다’는 소견을 낸다한들 그것이 이 아이가 코로나 증세와 무관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인가? 기초체온이 높은 학생은 37.5도를 넘겨도 아무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기초체온이 높은 학생의 발열증세는 몇도인가?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는 학생이 설사를 할 때, 우리는 이 학생이 평소 자신의 증세가 나타난 것인지 코로나 의심 증세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에 대해 학교와 교사는 답을 알지 못한다. 그저 매뉴얼에 따라 선별진료소로 갈 수 있도록 부모에게 안내하는 것 뿐이다.

지난 21일 모의고사를 보던 우리학교 고3학생 중 한 학생은 기침 증세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 학생은 이미 등교개학 전에도 기침 증세가 있어 코로나 진단을 받아 음성판정을 받은 바가 있다.

그러나 어제 코로나가 음성이라고 해서 오늘 음성이라는 보장이 없는 것 아닐까?

코로나 음성판단에 대한 기준은 판단을 받은 그 순간 이전까지다. 그 이후 학생이 계속해서 의심 증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음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래 없는 방역등교 상황에서 교사가 방역에 대한 지식이 없음은 당연하다. 교사로서 매뉴얼을 보고 매뉴얼에 적힌대로 실시할 수 밖에 없다. 매뉴얼에 적히지 않은 예외 사례를 교사는 판단할 수 없다. 이 예외 사례에 대한 대처는 누구에게 결정권과 책임이 있는가?

결국 나는 기초체온이 높은 학생에게 의사소견서를 떼오라는 답을 보냈다. 떼와도 여전히 걱정이 가득하겠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의심 증세에 대한 매뉴얼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은 것 같다. 방역 당국의 지침 개선을 기대한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