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수업전문직, 교장·교감은 교육행정전문직
법 제대로 지키는 교직원 수석교사, 행정직원 뿐
"교사에게 더 이상 '행정업무'를 떠넘기지 말라"

[에듀인뉴스-실천교육교사모임 공동기획: 흔들리는 교육, 그리고 교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고 싶고, 학생들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만, 학교 현장은 그러지 못하다. <에듀인뉴스>는 신학기를 맞아 교육이 흔들리는 원인을 알아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과 함께 사회적 이슈에 따른 각종 법령의 등장, 교사를 패싱하는 교육정책 등 현안을 집중 조명하고 교사의 삶을 세세히 들여다보는 10부작 신학기 기획을 마련했다.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지난 겨울방학에 라오스를 간 적이 있다. 라오스 여행을 담당했던 한국인 가이드는 라오스 경찰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했다. 신호위반을 하면 벌금이 50만원 남짓 되는데 10만원에서 경찰과 신호위반자가 합의를 보고 경찰이 챙긴다고 한다. 특히 자국민은 봐주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인들은 봐주는 경우가 없으니 라오스에서 차량 렌트를 하고 운전할 때 조심하라고 했다. 저개발 국가일수록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교육을 논할 때 흔히 교사진이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맞다. 성적 최우수 학생들이 교사가 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대한민국 교사들의 질을 따라올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런데 ‘교사에 관한 제도는 최고인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있다. 이에 교사들이 자신의 본 임무를 잘 수행하도록 제도가 뒷받침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법, 교직원의 임무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는 교직원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①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②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다만, 교감이 없는 학교에서는 교장이 미리 지명한 교사(수석교사를 포함한다)가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

③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④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

⑤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우선 현재 대한민국에서 초중등교육법을 제대로 지키는 교직원은 수석교사와 행정직원 등 직원 뿐이다.

교장의 임무에는 ‘교무를 통할한다’가 있다. ‘통할’이라는 개념은 지휘한다는 것이다. 지휘자가 지휘하듯이 교육에 관한 사무를 지휘하는 것이다. 그 지휘는 자의로 하는 게 아니라 법령에 정해진 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을 교육한다’라는 문구가 있다. 수업을 담당하는 교장은 전국에 거의 없으므로 교장은 행정전문직으로서 행정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다수 교장은 행정실무 담당보다는 결재 전문가들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고유 업무인 인사업무까지도 교감이 대행하고 있다.

교감도 마찬가지다. 교무를 관리해야 하는데 교무부장이라는 보직교사에게 교무 관리를 미룬다. 학생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행정실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교장의 고유 업무인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교장업무의 대행은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만 하게 되어 있는데 상시로 교장업무를 대행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 여기서 학생을 교육한다는 것은 수업전문직으로서의 교육이다. 즉 수업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슈퍼맨이나 슈퍼우먼이 돼 행정실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또한 법령위반이다. 왜 교사들은 법령위반을 해가면서까지 교사가 담당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해야 하는가?

우선 대한민국 학교에서 행정실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보직교사의 교육법적 의미를 살펴본다. 초중등등교육법 제19조에는 보직교사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학교에는 원활한 학교 운영을 위하여 교사 중 교무(校務)를 분담하는 보직교사를 둘 수 있다.

보직교사는 학교의 직무를 분담한다. 즉, 교육행정전문직인 교감과 교장의 행정업무를 분담하는 위치인 것이다. 이 조항만으로 봤을 때도 비보직 담임교사가 행정업무를 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담임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법령을 찾아보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6조의5에는 담임교사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

학급담당교원은 수업과 상담 및 생활지도를 담당한다. 즉 담임교사는 수업전문직으로서 상담 및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담임교사들은 수업, 상담, 생활지도 그리고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골학교로 가면 심화한다. 6학급 담임의 경우 도시학교 보직교사만큼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교사를 수업전문가로..."내부형교장공모제와 교장선출보직제 도입해야"

사람에겐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다. 수업도 잘하고 행정업무도 잘하는 교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업무를 한만큼 수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는 담임교사가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온 담임의 임무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줘야 한다. 그 방법에는 표준수업시수를 법제화하거나,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거나 전담교사를 증원하거나, 보직교사를 더 늘리는 방법 등 다양하다. 특히 행정업무 최소화를 위해서 이슈 때마다 나오는 각종 법령을 발의할 때 그 법령에 따른 행정업무를 생각해 인력 확충을 더 해줘야 한다. 상상하면 더 좋은 정책이 생길 수 있다.

교감과 교장이 교육행정전문직으로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강조해야 하고

교사는 수업전문직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도록 해야 한다.

탈법적인 비보직 담임교사들의 행정업무직 수행은 기형적인 마일리지승진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교장이 교감에게 자신의 업무를 시키고 교감이 자신의 업무를 보직교사나 담임교사에게 전가해도 학교에서 이에 이의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승진이해관계라는 것이 법령을 어기게 하고 그 탈법을 조장하고 당연하다는 관성을 만든다.

이러한 이상한 비보직담임교사의 행정업무 수행을 막기 위해서는 교장이 행정실무를 하는 내부형교장공모를 일반 학교로 확대하거나 교장선출보직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법령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교사들을 모아놓고 라오스 부패 경찰처럼 후진적인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이 최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법을 지키지 않는 교사, 교감 그리고 교장을 고발한다.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정재석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장

 

■ 연재 예정 순서=1. 교육법으로 알아보는 마일리지승진제/ 2. 극한직업: '학폭' 담당 교사의 삶/ 3. 현장교사 없는 교육과정: 이대로 표류해야하나/ 4. 미래사회는 어떤 아이들을 원하는가/ 5.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사의 정치 배제를 말하는가/ 6. 상상을 더하는 학교 공동체 & 학교 교육과정/ 7. 교사의 행정업무가 상담에 미치는 영향/ 8.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오늘의 교육/ 9. 누구를 위한 특별교부금인가/ 10. 흔들리는 입시-어디로 가야 하나/ 11.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