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Q. 인성 교육은
Q. 교사의 자율성은

[에듀인뉴스] 지난 4월 IBO((International Baccalareaute Organization)와 대구교육청, 제주교육청은 서울에서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 확정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생각을 꺼내는 수업과 평가의 신뢰도 확보라는 도입 명분과 기존에 혁신을 추구해 온 교수 방법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서 IB는 뜨거운 감자였다. <에듀인뉴스>에서는 IB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그간 쌓인 질문을 중심으로 한 Q&A 기획을 1부 평가시스템, 신뢰할만한가 2부 우리 교육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3부 국내 도입 시 우려와 혼란에 대하여 등으로 나눠 준비했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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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교육도 가능한가

기존 일제식 강의 수업에서는 이해를 못 하는데도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면 소외되는 아이들이 훨씬 많을 수 있다. 그런데 IB에서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는 아이들 수준에 맞게 수업을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다.

전체적 수준에서는 학교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즉 수준이 높은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그 수준대로 수업하겠지만, 평범한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서는 그에 맞는 맞춤형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면 일반 학생들이 따라가기에 훨씬 수월한 수업이 될 수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 다른 생각을 인정하게 하는 교육은 그 자체로 인성 교육이 될 수 있다. 소통과 협력을 하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이 함께 길러지기 때문이다.

2015년에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시험—4부 서울대 A+의 조건’을 보면, 서울대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를 할 때 정신없이 받아 적다가 교수가 강의를 멈추면 일제히 필기와 타이핑을 중단한다. 혹 어떤 학생이 질문이라도 하면 그 시간은 쉬는 시간이다. 그 질문 내용은 시험에 안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IB 수업은 다르다. IB 수업에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의 말을 집중해서 경청하고 필기한다. 친구들의 관점을 받아들인 뒤 그것을 고려한 반론이나 나만의 논리를 만들면 더 고득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말라고 가르쳐도, 다른 답은 무조건 틀린 것으로 채점되는 평가를 받으며 12년 동안 자라야 하는 환경에서는 배제와 배타와 왕따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

온전한 인성 교육이 가능하려면, 평가 구조 자체가 다른 의견은 틀린 의견이 아니라 더 나은 생각을 얻을 수 있는 계기임을 경험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다른 의견을 수렴하며 협력을 해야만 고득점을 받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협력·다양성·소통을 중시하면 학생의 인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육이 될 것이다.

(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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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자율성이 어떻게 확대되나

IB처럼 꺼내는 교육은 사실상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권리’가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IB에서는 학생들이 목적하는 역량을 기를 수만 있다면, 교사에게 어떤 교재를 얼마 동안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할지 교과서와 진도와 평가를 정할 자율권이 있다. 그 점에서 교육 내용과 진도, 평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권이 박탈되어 있는 우리 교육과 매우 다르다.

IB는 교사의 자율성을 극대화하여 교육권을 보호하고, 집어넣는 교육이 아닌 꺼내는 교육을 통해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울 학습권을 ‘제도적 환경’으로 보호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 만큼 IB는 무엇보다 교사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IB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IB 교사가 되기 위해 별도의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단 며칠 만의 연수로 IB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일본에서 IB 교사가 된 공립 학교 교사들에게 확인해 보니 3일 연수 만에 바뀌었다든지 6일 연수 만에 바뀌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우리 교사들도 며칠의 연수만 받으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시작이 곧 질적 완성까지 뜻하지는 않는다. IB 교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스스로 수업을 계획하고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설계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고, 그런 수업 경험을 쌓아 나가면 교수법의 질적 수준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IB의 핵심은 교사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율성을 신뢰하게 해 주는 평가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외고에서 수능반을 맡아 가르치다가 IB반을 가르치게 된 백영옥 국어 교사는 한 인터뷰에서 “교사의 자율성이 100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교사로 하여금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주는 것, 그것이 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사실 교사 입장에서 볼 때, IB 수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수업이 아니다. 많은 교사가 이미 이런 수업을 하고 있다. 독서, 토론 같은 수업은 지금 학교에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수행 평가나 교과, 세부 특기 사항 등을 이용해서 조금씩 다른 시도를 적지 않게 하고 있다.

왜 이런 수업들이 더 많이, 더 널리 확장되기 어려운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시험의 형태 때문이다. 이런 수업으로는 객관식 시험에 맞추어 진도를 뺄 수가 없다.

교사들이 아무리 수업을 혁신해도 대입 문제까지 교사 개인이 해결할 수는 없다. 혁신 학교도 대입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내신에서도 우리 교육은 아무리 수행 평가가 있다 한들 또 지필 평가를 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아직 100% 논·서술 혹은 수행 평가를 객관식 정답 찾기보다 신뢰하지 않는다. 그 신뢰가 구축되는 데 IB의 전략적 도입이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IB 패러다임은 대입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2018년 3월 한국 대표단이 IB 회장단과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할 때 강력하게 어필했던 것 중 하나가 대한민국 교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이다. 한국 대표단은 한국에서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교사가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우리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IB는 도입 구상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IB는 많은 교사가 오랫동안 꿈꾸어 온 진정한 교사상을 실현할 제도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교육 환경에서 개인적으로 변화를 위해 애쓰는 교사들은 대부분 역풍을 거스르면서, 방해하는 제도들과 싸우면서 가야 한다. IB 패러다임을 도입하면 제도적 방해 없이 교사의 교육권을 구현할 수 있다.

* 출처=IB를 말한다(창비교육) By 이혜정, 이범, 김진우, 박하식, 송재범, 하화주, 홍영일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
국내에 IB를 소개하고, IB 연구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교육학자와 교사들이 IB에 관한 모든 것을 상세히 밝힌 책 'IB를 말한다' 표지.(이미지=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