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 하나고

(사진=심상정 대표 페이스북)
(사진=심상정 대표 페이스북)

[에듀인뉴스] 교실의 정치화는 우려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권장하고 환영할 일이다. 교실 정치화 우려는 한마디로 시대착오적 인식이자 반응이다. 

학교에서 ‘삶’에 대해 그리고 ‘정치’에 대해 배우고 토론해본 경험도 없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지금의 정치현실은 어떤가. 부끄럽지 않은가. 되짚어 보고 성찰해야 할 지점이다. 

‘정치’가 무엇이고 ‘선거’가 무엇인지조차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현실이 과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학생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동등한 시민으로 개개인의 인격체로 바라보고 대우해야 한다. 만18세 학생 선거권 문제의 본질은 학생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우려와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정작 준비되지 못한 것은 학생을 통제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기성세대의 인식과 시각이다. 전 세계의 많은 선진국이 왜 만18세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선진국의 척도라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가장 뒤늦게 만18세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부끄러운 현실인 동시에 그나마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 분명하다. 

독일 사회가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정치교육’ 말하자면 ‘민주시민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 성장한 결과에 기인한다. 

독일에서 ‘난민’ 송환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을 때, 독일의 초등학생들은 “어떤 인간도 불법적 인간은 없다.”라고 쓴 푯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성인들조차 ‘난민’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어떠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이어갔던 모습이 떠오른다. 

난민 송환을 반대하는 독일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사유(思惟)’의 힘과 정치교육이 교과서나 교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속으로 깊이 파고든 독일 정치교육의 저력에 감동을 느끼게 된다. 

만18세 선거권 부여로 말미암아 교실의 정치화가 우려된다고 하는 선동과 민주시민으로서 태도와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판단은 엄연히 다르다. 즉 ‘사유’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유’할 수 있는 민주시민 양성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자 사명인 셈이다.

정치 혐오에 근거하는 현재의 시스템과 제도로는 내일의 희망을 말할 수 없다. 북유럽이나 정치 선진국은 30대 나이에 총리가 배출되기도 하고 40대에 대통령이 되기도 한다. 이른 나이에 국가지도자로 배출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제도와 시스템이 만든 결과다.

그런 점에서 이번 18세 선거권 부여가 갖는 의미가 실로 지대하다. 18세에 정당가입을 해서 20년간 정당 활동과 정치활동을 경험하면 30대 후반이 된다. 20년간 현장 정치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30대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되고, 40대 이른 나이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등장하는 건 절대 아니다. 세대교체는 이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이루어질 것이다. 

실제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일본 등은 사전에 모의선거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이다. 그렇게 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북한조차도 만17세가 되면 선거권을 부여한다. 

미국은 ‘투표지원법’을 통해 학생 투표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보장한다. 캐나다는 연방선거에 앞서 6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92만여명의 학생들이 모의선거 투표에 참여했다. 그런가하면 독일은 2022년이 되면 전국의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 100%가 모의선거투표에 참여하도록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정치 선진국에서는 미래세대 주역인 청소년 참정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기성세대의 성찰과 공감으로 만18세 학생선거권이 부여된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청소년들이 자발적 노력과 힘으로 성취해 낸 결과였다는 점에서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의 청소년 시민활동가들의 노력이 빙벽과도 같았던 현실의 제약과 한계를 결국 무너뜨렸다. 참으로 대단한 쾌거이다.

우리 역사를 돌아봐도 일제강점기에 떨쳐 일어났던 광주학생운동, 반민주 독재세력에 맞서  분연하게 일어났던 4·19혁명, 국정농단의 참혹함을 참지 못하고 함께 떨쳐 일어났던 촛불혁명의 대열에도 10대 학생들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올곧은 목소리로 부정과 거짓을 세상에 고발했던, 그리하여 역사를 관통하는 10대 학생들의 힘찬 외침이 또렷이 자리매김 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이자 살아있는 정신이었다. 

더 이상 ‘삶’과 유리된 교육을 지속해선 안 된다. 청소년이 살아가야 하는 실제 ‘삶’을 위한 교육으로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삶’을 위한 교육의 첫걸음. 만18세 교복 입은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립에서 비롯될 것이다. 

이제 철저히 왜곡되고 질곡 된 우리의 낡은 교육체제를 거부하고 ‘삶을 위한 교육, 더불어 행복한 교육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서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