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 법제화 논란①
방과후학교, 초등돌봄 입법화 대하는 자세..."무례 넘어 모욕적 언사로 상처만"
복잡한 세상 선과 악 이분법 안 돼..."일부 사례 일반화 말아야"

[에듀인뉴스] ‘거침없이 교육’은 ‘나’의 입장에서 본 ‘교육’을 ‘거침없이’ 쓸 예정이다. 글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파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글 중에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은 글이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척 포장할 뿐이다. 차라리 나의 편파성을 공개하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 잘 될까 모르겠다. 다루는 내용은, 교육과 관련된 거라면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비판적 시각에서 쓴 교육 제도, 교육 정책, 교육 담론, 교실 이야기 등에 나의 편파성을 실어 나르리라.

정치하는엄마들 메인 로고.(출처=https://cafe.naver.com/politicalmamas)
정치하는엄마들 메인 로고.(출처=https://cafe.naver.com/politicalmamas)

[에듀인뉴스]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가 있다. 솔직히 말하건대, (이럴 줄 모르고) 단체명이 마음에 들었다. ‘엄마들’과 ‘정치’라는, 한국 사회에서는 잘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단어를 이어 붙였다. 그 어색함에서 풍기는 약간의 긴장감이 좋았다.

사회에서 엄마들에게 강요돼왔던 그 지긋지긋한 수동적 엄마상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당당함이 좋았다. 그들이 지향하는 성평등 사회, 복지 사회, 비폭력 사회, 생태 사회 등에는 동의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그들이 이렇게 무례할 줄 모르고 말이다.

왜 이렇게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각종 단체와 노조들의 성명은 거칠고 무례할까. 그것에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런 성향은 진보단체 쪽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주로 현재의 문제에 대해 항의하고 저항하는 쪽에 서 있는 적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과격해진 것에 대해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그 이후 민주정권까지도), 무수한 핍박과 차별과 억압을 받아온 각종 진보단체와 노조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었고, 과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명확한 ‘악’(군사독재정권) 앞에서, 너무나 명확한 ‘선’(각종 진보단체와 노조)이었던 그들에게는, 과격함이 하나의 미덕이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세상의 구조가 큰 틀에서 근본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회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단순히 세상을 보다가는 놓치는 게 반이다.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사람들의 입장과 처지를 섬세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악’으로 치부해 버리고, 과격한 말들로 자신의 ‘선’을 드러내는,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언사에서 나는 꼭, 그렇게 느낀다.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및 방과후학교 법적 근거 마련과 철회를 대하는 자세


5월 19일,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 및 방과후학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입법 예고를 했다. 그동안 법적 근거가 미비했던 초등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초·중등교육법에 정식 ‘학교사무’로 명시하는 법안이다.

이에 대해 교사노동조합연맹,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원단체들은 방과후학교와 돌봄은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법 저지 운동을 펼쳤고, 결국 교육부는 개정안 추진을 철회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에 게시된 초등 돌봄 입법예고 관련 성명서 내용 일부.(사진=정치하는엄마들 페이스북 그룹 캡처)
정치하는엄마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그룹에 게시된 초등 돌봄 입법예고 관련 성명서 내용 일부.(사진=정치하는엄마들 페이스북 그룹 캡처)

‘정치하는 엄마들’은 뭐라고 했을까. 5월 22일에 낸 성명서, <교육자 본분 망각한 교원단체의 초·중등교육법 저지 규탄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는 흔들림 없이 초등돌봄 법제화 추진하라!>에서 교사들을 신랄하게 비판, 아니, 비난했다.

“교사들의 집단 이기주의에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고 이어 “그런 사고를 가지고 아이들을 맡는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학부모로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고 했다.

졸지에, “대한민국 초등교사들이 스스로 교사이되 교육자는 아니라고 선언”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된 직장이라는 것 외에 학원 강사와 다를 게 무엇인가?”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했다.

이건 약과다. 학부모들이 단순히 수업만 받으라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게 아니라면서, 만약 그런 거라면 “학교 교사보다 더 잘 가르치는 사설학원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 어쩌면 학원 강사가 교사보다 더 잘 가르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대놓고 얘기하는 건 다른 문제며, 정도를 넘었다. 너무나도 무례하다.

교사들의 생각이 혹여 조금 비합리적이고 잘못됐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사고”를 가진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된 사람 취급을 받고, 학원 강사보다 못한 수업 실력을 가진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할까? ‘생각의 다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자신들만이 올바른 ‘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발언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문제 많은 사람들이 교사라면, 문제가 생겼어도 한참 전에 생겼을 텐데, 지금까지는 발견 못 했다가 법제화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제야 알게 됐다는 걸까?

‘정치하는 엄마들’이 실제 접하고 만난 교사들은, 본인들이 얘기한 대로 정말 이기주의의 화신이고, 수업 실력도 형편없던가? 궁금하다.

교원단체의 주장에 동의하는, 즉 방과후학교와 돌봄 법제화에 반대하는 교사일지라도, 내가 맡은 반 아이들에 대해서는 헌신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땐 그런 교사들이 훨씬 많다. 법제화에 반대하면 이기주의적인 교사고, 찬성하면 헌신하는 교사인가? 저런 식의 막말은, 정말 너무 힘 빠지게 한다.

말을 곡해, 또는 과장되게 해석해서 교사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방과후학교-돌봄의 학교사무 입법안 절대 반대' 성명을 통해 네 가지 기준을 남겼다.(사진=교사노동조합연맹 포스터 일부 캡처)
교사노동조합연맹은 "방과후학교-돌봄의 학교사무 입법안 절대 반대' 성명을 통해 네 가지 기준을 남겼다.(사진=교사노동조합연맹 포스터 일부 캡처)

교사노동조합연맹의 4가지 요구를 적은 홍보 포스터에는 “교육부는 교사를 ‘아이돌보미’의 도우미로 만들지 말라”고 나와 있는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말이냐”며 따져 묻는 것부터 시작한다.

초등 저학년의 돌봄은 교육기관과 교육자의 과업이자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정규직인 “아이돌보미(돌봄전담사)만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돌봄 업무에 조력하는 것이 마치 정규직의 수치인 냥 말하는 교사노조는 노동단체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없다”고 마무리한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저 요구 문구는 무언가 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고 신중치 못한 표현이었다. 그러나 ‘정치하는 엄마들’의 해석이 일견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과하다. 저 말은 어떤 뜻일까?

실제로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같이 낸 성명서 “방과후학교·초등돌봄교실 운영 학교사무 입법안 반대한다”에는 관련 부분이 이렇게 나와 있다.

“학교를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만드는 것은 교원에게 교육과 무관한 ‘아이돌보미’의 보조 업무를 부가해 교육 본연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고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어떤가? ‘정치하는 엄마들’ 말대로 비정규직인 아이돌보미(돌봄전담사)를 무시하고 정규직으로서 갑질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가? 그렇게까지 볼만한 내용일까?

그 사람에 대해 무조건 비판하고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조금이나마 열린 마음으로 듣기를 바란다면, 지나친가.

이번에는 해당 당사자 중 하나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의 성명서를 보자. 그들은 좀 다를까? 소통을 하려는 의지가 있을까?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성명서 일부.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성명서 일부.

“교육부의 ‘방과후 학교 법제화’ 환영한다”는, 교육부의 법제화 발표 직후(법제화 철회 전)에 나온 성명서 일부분이다.

“(방과후 강사가) 수업하는 환경에서의 불이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학교에서 복사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 수업 도중 냉난방도 제대로 해 주지 않는 학교, 강사는 학교 안에 주차를 하지 못하게 하여 학교 밖에 주차를 해야 한다는 학교. 공예나 미술 등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과목인데 학교에서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게 해서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다녔다는 강사 등... 지금까지 노조에서 들었던 이러한 믿기지 않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21세기의 공교육을 하는 학교에서 교육을 하는 교육자들의 모습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이다. 심지어는 학급 교실을 쓰는 방과후학교 강사가 담임교사로부터 ‘교실 빌려 쓰면서 업무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막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적반하장도 이런 경우가 없다. 우리가 교실을 빌려 쓰는 사람이었던가!”

이런 식으로 하면 상대방 기분만 나쁘게 할 뿐, 소통을 힘들게 만든다.

저런 사례들이 실제 있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공적인 글에 쓰려면, 저런 사례가 일반화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이어야 한다.


학년연구실도 없는 초등 교사..."그들의 현실을 보고 말하라"


정말 그런가? 그리고 저 이야기들 속에 과장은 없는가? 수업 도중 냉난방도 제대로 해 주지 않는 건, 정말 방과후 강사의 수업이기 때문에 그런 건가?

원래 학교의 냉난방은 일반 교사에게도 인색하다. 그리고 보통은 중앙통제식이라 방과후 강사가 냉난방이 안 되었다면, 그 시간에 다른 교실 또한 냉난방이 안 됐을 가능성이 크다.

학교 안에 주차를 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도 쉬이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대부분 학교는 주차를 관리하는 인력을 둘 만큼 여유롭지 않다.

학교 공간이란 게 의외로 많이 열려 있어서 학부모든, 외부 사람이든 와서 자리가 있으면 주차를 할 수 있다. 다만, 주차공간이 협소해 방과후 강사가 오는 시간에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방과후 학교 강사가 같은 교실을 쓰는 담임교사로부터 ‘교실 빌려 쓰면서 업무 방해하지 마세요!’라는 막말을 들었다는 사례는, 정말 당황스럽다.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교무실에 따로 자리가 없고, 교실에서 모든 업무 처리와 수업 준비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유휴 교실이 없는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수업 끝나자마자 서둘러 교실을 내줘야 한다.

학년 연구실이라도 있으면 다행인데, 그마저도 없어 학교 안을 배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일은 해야 하기에 급한 공문이나 업무를 처리하려면 부득이 방과후수업을 하고 있는 반에 들어가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수업 중 미안하기도 하지만, 교사도 피해를 보는 건 피차 마찬가지다.

그건 교사나 방과후 강사의 책임도 아니고, 학교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방과후를 늘려 잡은 학교나 교육청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짜고짜 담임교사로부터 저런 식의 막말을 들었단다.

가만히 있는 방과후 강사에게 담임교사가 아무 이유없이 정말 저랬을까? 무언가 서로 간에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앞뒤 상황만이라도 이야기해주고 이런 사례를 열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런 식으로 하자면, 교사 입장에서도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방과후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들 다툼을 강사가 중재하지 못해 담임교사가 와서 해결했다는 이야기, 그런 다툼이 결국 ‘학폭’까지 이어져 결국에는 교사가 관련 일 처리를 모두 했다는 이야기, 방과후 교실 사용 후 매번 뒷정리가 되지 않아 그 교실 담임교사가 항상 청소를 다시 한다는 이야기, 아이에게 너무 함부로 대하고 큰소리로 호통치는 방과후 강사 이야기 등등.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방과후 강사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받아들일 수 없을 거고, 이런 공적인 글쓰기에는 부적합한 내용들이다.

그저 일부 방과후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일 뿐,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몇 사례를 전체인 양 이야기하는 건 감정만 상하게 할 뿐, 서로를 위해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번 글에서는 방과후 교실과 초등돌봄 법제화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 다만 소통을 어렵게 하는 언어들에 대해 살펴봤을 뿐이다.

‘정치하는 엄마들’과 ‘민주노총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의 주장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주의 깊게 봐야 할 내용들도 꽤 있다고 생각하고 다음 글에서 살펴볼 생각이다.

다만, 그들의 소통하는 방식과 무례함에 대해서는 꼭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곽노근 경기 파주 적암초등학교 교사. "파주 깊은 산골 적암초에서 근무하고 있고, 초등토론교육연구회, 서울경기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을 좇아 보려고 애쓰고 있으나 잘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삶과 계급과 교육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되,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