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기 교사·오재길 교감·김용 교수, 티스쿨 연수 '학교자치로 열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 오픈
학교민주주의 완성 학교자치 어떻게?...교육정책·교육과정·교육청과 학교자치 역학관계 조명
자치는 스스로..."민주적 학교문화 만드는 데 모든 구성원 노력 필수"

(이미지=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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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자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대표적으로 시도교육감을 주민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직선제가 10년이 넘는 역사를 갖게 됐으며 대학가에도 이사회가 임명하던 총장을 학교 구성원이 선출하는 직선제로의 변화가 나타났다.

기관을 보면 시도교육감들은 교육부의 권한 이양을 요구하고 있고, 반면 학교는 시도교육청의 하달적 지시 형태의 공문에 대한 명시적 거부 반응을 표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장에게 행정 업무를 분할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대변하듯 공모교장들은 행정형 교장을 구성원에게 약속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학교 문화와 교육자치에 관심이 많은 홍인기 교사, 오재길 교감, 김용 교수가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학교자치로 열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학교 자치와 학교 문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민주적 학교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국내외 학교 자치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등에 대한 이들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연수 '학교자치로 열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를 오픈한 (왼쪽부터) 오재길 용인 상현초 교감,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 홍인기 서울 한산초 교사.(이미지=티스쿨)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연수 '학교자치로 열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를 오픈한 (왼쪽부터) 오재길 용인 상현초 교감,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 홍인기 경기 한산초 교사.(이미지=티스쿨)

▲김용 교수님, 오재길 교감선생님, 홍인기 선생님 세 분이 모여 ‘학교자치로 열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를 주제로 연수를 오픈했습니다. 먼저 각자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재길=반갑습니다. 경기도 용인시 소재 상현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평소 아이들과 축구와 배드민턴 등 운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함께 하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홍인기=저는 한산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혁신학교인 상탄초등학교에서 8년 근무했었고 ‘좋은교사운동’이라는 단체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습니다.

김용=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초중등학교 정책과 교육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사 연수에 나선 계기는 무엇입니까. 연수는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어떻게 풀어가고 있습니까.

오재길=평소 학교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때마침 제가 경기도교육연구원에 근무할 때 관련 연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껏 지배적인 학교문화는 부정적이었습니다. 폐쇄문화, 침묵문화 등이 한 예입니다.

그러던 중 교육혁신의 바람이 불고, 교육자치, 학교자치 의제가 활성화되면서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 방안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수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교육정책, 교육과정, 교육기관 등 학교자치와 관련한 영역을 이론과 실천 양쪽으로 다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홍인기=혁신학교에서 평교사가 교장이 되어 기존의 학교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 내용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김용=학교자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몇몇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교자치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교사들에게 학교자치의 역사와 개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미지=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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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왜 이 연수를 들어야 하나요. 연수를 듣는 교사들에게 당부한다면요.

오재길=교육자치, 학교자치는 자칫 교원자치로 흐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교원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학교자치로 열어가는 민주적인 학교는 교원들이 학생과 학부모와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함께 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원들의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학생 존재에 대한 기존의 통념과 배제, 학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은 학교자치공동체로 나아가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연수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연수를 듣는 선생님들은 머리로만 이해하지 마시고, 학교현장에서 작은 실천의 움직임이 있었으면 합니다.

홍인기=학교자치는 결국 교사들이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도전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랐던 분들이라면 이론에서 실전까지 이 연수를 통해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자치분권시대 교육에도 특히 교육청을 중심으로 ‘자치’ 바람이 불었습니다. 교육계에 있어 ‘자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오재길=교육부에 지방교육자치강화추진단이 있습니다. 교육부의 권한을 일단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교육자치는 교육부장관의 권한을 교육감으로 이양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교육자치가 교육감자치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교육자치 흐름은 학교자치까지 가야 합니다. 학교자치 역시 교장자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교사자치도 아니구요.

자치는 특히 학교자치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 더 넓히면 지역주민까지 포함한 학교거버넌스 구축을 통하여 민주적인 학교로 운영되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인기=‘자치’는 결국 스스로 다스리는 것을 방해하는 세력과의 싸움입니다.

오랫동안 시도교육청 자치가 교육감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시군구교육청 자치, 학교자치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김용=위로부터의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단위 구성원 스스로 대화하면서 실천을 도모하는 일을 자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 대표적으로 소개할만한 국내외 교육자치 및 학교자치 모습이 있을까요.

오재길=제가 연구한 바로는 이우중고등학교가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권한과 역할을 분명히 하고 나름의 학교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학생자치는 학생회가 출범하면서 점점 다져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학부모회는 학교주도가 아닌 온전히 학부모가 주도하는 학부모자치의 모습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학부모가 지역사회까지 확장되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눈여겨볼 만한 합니다.

이밖에도 전라북도 봉서중학교의 교육주체 생활협약식 사례도 학교자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홍인기=저는 초등교사라 초등 사례를 소개하면 많은 혁신학교에서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연수에서는 상탄초등학교에서 10년 동안 어떻게 학교자치를 만들어 왔는지 그 사례가 토크쇼 형식으로 잘 소개 되고 있습니다.

김용=해외는 독일이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전쟁 전에는 학교가 국가의 지배 감독 아래 놓여있었지만, 패전 후 ‘관리된 학교’ 비판론이 전개되면서, 교사회와 학생회, 그리고 학부모회 등 학교 구성원들이 각기 자치 조직을 구성하고, 이들 대표들이 학교회의를 구성하여 학교 중대사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자치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이미지=티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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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교육청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자치’라는 개념은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각각의 자치의 모습을 규정할 수 있을까요?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 자치의 모습일까요.

오재길=교육주체와 기관의 입장에 따라 자치의 개념은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교육주체별로 보면 교사자치, 학생자치, 학부모자치가 되겠죠.

기관으로 보면 학교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강조한 학교자치를, 시·도교육청은 중앙정부인 교육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받은 지방교육자치를 강조합니다.

자치는 그 자체로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수단적 의미가 강합니다. 바람직한 자치의 모습은 자치를 통해 ‘학생의 행복과 성장’이 일어날 때 비로소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구성원별, 기관별 자치는 존중하되, 자치의 귀결점은 학생으로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인기=학교자치는 결국 교육과정을 통해 나타납니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합의하여 만든 교육과정을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하며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자치를 이야기하며 재정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교육청의 경우 계속해서 권한의 확대를 요구하지만, 재정은 국가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자치권 형성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김용=교육자치뿐만 아니라 일반자치 역시 8:2 자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만큼의 자치라는 의미입니다. 교육재정 역시 중앙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미국과 같은 국가는 교육재정 면에서 거의 완벽한 수준의 자치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교육은 ‘야만적 불평등’이라는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있습니다. 재정의 완전 지방화는 필연적으로 지역 간 불평등을 초래합니다.

따라서, 교육재정의 경우 국가와 지방 부담 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 김용 교수님께서는 지난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자치 2차 포럼에서 교육감 선거제 이후 시도교육청 주도 정책이 늘어난 것이 바람직한지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시도교육청의 비대해짐을 지적했는데요.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 상세하게 부탁드립니다.

김용=교육감 주민 직선제 시행을 계기로 시도교육청의 정책 주도성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시도교육청 수준의 정책이 확대된 것은 명확합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학교에 부담을 준다면,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사업 역시 학교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청 수준에서 늘어난 일이 어떤 성격의 일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교육부든 시도교육청이든 학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많이 시행하지만, 연구 분석을 통하여 교육 현실을 보고하는 활동은 상당히 미약합니다.

학교 자치를 강화하고자 하면 교육청 수준에서도 학교 대상 직접 사업은 줄이되, 학교 교육 활동에 관한 연구 보고 활동은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환이 계속 지체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 교육에 있어 교육감 직선제가 꼭 ‘자치’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선거로 인한 부정한 모습들(선거자금, 조직화)과 낮은 투표율로 인해 교육감 선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김용=‘자치’가 반드시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서만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교육자치의 효능감이 제고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직선제를 한 동안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지방선거와 동시에 교육감 선거를 실시하게 되면 투표율은 어느 정도 선에서 유지될 것입니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등 문제가 중대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선거 공영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교육감 후보자가 선거 관련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문제 또는 잡음이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선거공영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선거 운동을 관리하여 선거운동에서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또 선거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국가가 부담함으로써, 자금 조달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후보자의 당선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선거공영제에 대한 비판도 존재하지만, 교육감 선거에서는 일정한 장치(득표 비율에 따른 선거 비용 조정 등)를 갖추고 선거공영제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 최근 특히 전문적학습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전문적학습공동체는 무엇입니까. 실제 어떻게 운영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사들은 어떤 동력을 얻고 있습니까.

홍인기=교사들은 혼자 성장하기 보다는 함께 모여서 공부하고 나눔을 통해 더 잘 성장합니다. 학교안 전문적학습공동체는 학교가 새롭게 바뀌는 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교사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힘을 공급합니다. 초등에서는 주로 학년별로 중등에서는 교과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학년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서 교육과정을 짜거나 생활지도 등에 필요한 강사를 초빙하거나 함께 수업을 짜고 자료를 공유하는 활동을 합니다.

중등의 경우에는 교과별로 모여 교육과정이나 평가를 논의하고 서로의 수업을 나누어 성장을 도모합니다.

잘 진행되는 학교의 경우 학년끼리 함께 워크숍을 가기도 하는데 학교에서 재정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동료교사를 강사로 모시기도 하고(무료)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강의를 듣기도 합니다.

▲ 학교자치와 교육자치를 만들어가는 교육 구성원에게 남길 당부의 말씀이 있을까요.

오재길=학교자치와 교육자치를 만들어가는 방안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수시로 되물어보았으면 합니다.

홍인기=주변의 사람들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학교자치 교육자치는 멀리 있는게 아니라 같은 학년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함께 고민하는 일에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즐겁고 재미난 일에서부터 함께 꾸준히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교사들이 서로 협업하지 않으면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습니다.

함께 협업하고 이 협업의 경험이 학교 문화가 되도록 제도화 한다면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김용=코로나19 이후에 학교 간 대응 양상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한 학교들은 자치 역량을 갖춘 학교들이었습니다. 비상시국에 자치 역량의 힘이 빛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치는 힘든 일일 수 있지만, 의미있는 일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서 일을 해간다면, 그 과정에서 모두 성장하고, 학교는 모두에게 빛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오재길=학교자치는 단순하게 보면 단위학교에서 민주적인 학교운영 방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크게 보면 학교가 교육행정기관의 말단기관에서 탈피하여 단위학교 교육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의 체제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의제이기에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끈을 놓지 않고 매진했으면 합니다.

홍인기=우리나라 학교는 구성원들이 순환보직제로 인해 자주 바뀝니다. 학교 자치를 이루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환경입니다.

하지만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모여서 성장을 도모해야 전문직으로서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교자치는 미래사회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사명입니다.

김용=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들의 대응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학교자치 역량이 있는 학교는 위기 상황에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한 반면, 학교 자치 역량이 부족한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을 기다리다가 시간을 보내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의 질도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학교자치의 위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학교에서 학교자치 역량을 신장해 우리 교육 전체의 질이 개선되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