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교육부는 영원불멸 원하는 대표적 관료조직
교육정책 기획·조정 아닌 예산전달 기능 집중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교육부 폐지 전제돼야
관료 위한 관료화된 교육부 조직으로 백년대계 교육 불가능

교육부 청사 모습
교육부 청사 모습

'영원불멸(永遠不滅)'을 원하는 관료 조직의 속성

[에듀인뉴스] 관료는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팽창시키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처럼 관료는 법이 정해 놓은 정년을 뛰어넘어 권력과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관료의 이기적 유전자를 조직에 심어 놓으려고 한다. 자신은 그 자리를 물러나더라도 자신이 심어 놓은 유전자가 자신을 대신할 것이라고 믿는 인간의 불완전성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종국에는 관료 조직의 영원불멸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관료 개개인의 속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료 조직 그 자체의 속성을 말하는 것이다. 선한 관료가 제도적인 관료악을 넘어설 수 있을까?

대통령은 선출된 권력이라지만 지속성은 약하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길어야 2년도 채 안 되게 재임하는 각 부처 장관에게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지속가능하게 펼쳐달라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정권 초기 관료들은 말 그대로 납작 엎드린다. 복지부동하면 차가운 여론이 일어나니 혁신이라는 틀을 잡아나간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정권의 중반이 넘어서기를 기다린다. 이에 더하여 만약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면, 관료들은 그들이 획득한 엄청난 정보력과 자신들의 권한을 확대해 온 노회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관료들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다시 정부 관료조직 전체를 장악하게 되고, 역대 정권이 지향하는 이념을 뛰어넘어 자신의 이념, 즉 선출되지 않고 선거로 위임받지 않는 관료주의를 신봉하고, 그들의 영역을 확장하곤 하였다.

이러한 관료 권한 유지 및 관료 권한 확대의 메커니즘을 가장 잘 습득하고 작동시키는 중앙정부 여러 부처 중 하나가 교육부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박인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최교진 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의 모습. 사진=송기창교수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관련 공청회에 참석한 (오른쪽부터)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박인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 최교진 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의 모습. 사진=송기창교수

'정치적 게임의 장'으로 나아가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논의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주목을 끄는 사회적 이슈들이 갑자기 떠오르고, 정치 그 자체가 혼란해 논의가 잠시 수면 아래로 잠기어 있지만 교육에 관한 한 국민 모두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향후 또다시 이슈의 중심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점은 오랫동안 지속해 왔고, 교육정책을 생산하고 교육행정을 관리하는 교육부 조직의 문제도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알다시피, 지난 여러 정부 동안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교육부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설계되어 오기는커녕 오히려 산하 조직은 더더욱 확대되었고, 교육정책을 기획하거나 조정하는 역할보다는 17개 시·도교육청과 대학에 필요한 예산을 전달하는 기능에 더 많이 집중하면서 가장 관료화되었다는 비판을 지금까지 받아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6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개헌을 통해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헌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교육부는 고등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시도교육청과 헌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기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당시 논의는 교육부 존속과 기능의 축소, ‘국가교육위원회’의 헌법 기구화, 시도교육청의 교육자치 기능 및 권한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최근 이슈였던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보면 문재인 정부 인수위 때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의 문제 인식은 온데간데없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치적 게임의 장이 될 여지를 주는 내용에 한정된 듯하다.

특히 행정조직과 기능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눈에 띄는 것은 인수위 때의 논의가 계속된다면, 교육부와 교육부 전임 및 현 관료들이 그에 반하는 논리를 지속해서 적극 제시할 터인데, 현재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드는 논의 과정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관료조직 연구자의 눈에는 문재인정부 후반부로 갈수록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이 교육관료 자신들의 권한과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기적 발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관료 자신들의 조직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그리고 최근 교육부는 보육대란을 거치면서 자신들의 입지를 더 확장하고자 ‘교육부 차관보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는 보육정책과 보육을 진흥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구원이나 진흥원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 이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기존 각 정부부처가 해오던 행태이다. 관료들은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논리로 조직의 확장을 꾀해 왔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육자치 확립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제언

우리는 지난 1995년 민선 자치단체장 출범 이래로 대통령과 과도한 중앙 집권적 권한과 권력의 집중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수평·수직적 권력 분산과 권한 위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주민참여를 통한 지방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지방자치’의 논의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자치단체에 대한 중앙정부 관료들의 간여와 통제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교육자치’도 마찬가지다. 자율·책임·협력의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 지방분권을 획기적으로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교육자치’를 위한 조직과 기능 개편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근본을 바꾸고, 교육부의 기능과 역할을 바꾸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전환의 전제조건이다. ‘교육자치’를 위해 문재인 정부 인수위 때 논의된 것을 다시 확인하되, 교육부 존속을 전제로 하는 기능 및 조직 재설계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현재의 교육부는 폐지 후 해당 기능을 ‘국가교육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한국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지금의 교육부를 존속시키면서 교육위원회를 만들 경우, 옥상옥의 조직이 되거나, 형식적인 위원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육 관료들의 조직 확장 기회를 제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즉 무늬만 ‘국가교육위원회’가 될 뿐 교육부와 교육 관료들의 조직 팽창과 그 권한의 확장 및 조직영역만 확대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부를 폐지한 후에 신설되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설계해야 한다.

신설될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기획과 정책 수립,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교육기능 통합조정과 교육정책의 연속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교육부 기능 중 교육자치 확립을 위한 초·중·고교 교육정책을 시·도교육청에 과감히 이관하고,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기관에도 자율성을 부여해 명실상부하게 대학이 대학답게 거듭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한편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치적 게임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시 헌법기관인 독립된 ‘국가교육위원회’를 두도록 명시해야 하고, 그 기능과 역할은 법률로써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번 양보해서 헌법기관이 아닌 지속력을 가진 행정형 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교육부 업무를 그대로 옮겨 두는 것은 반드시 피하여야 한다.

하나의 시스템이 적절히 생존해 나가기 위해서는 그 내부적 규제 메커니즘이 적어도 시스템이 당면하고 있는 환경의 속성만큼 다양해야만 한다. 필요한 다양성을 내부적 통제 메커니즘 속에 다 포괄하고 있어야 그 시스템은 환경에 의해 제기된 모든 다양성과 도전을 적절히 통제하고 또 그에 대처해 나갈 수가 있다.

반면 주변 환경의 다양성보다 더 빈약한 수준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시스템은 복잡한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키고 오히려 역통제를 당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쇠퇴하고 개별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한국 교육이 바람직한가? 그리고 미래와 미래세대를 위해 한국 교육정책은 지속 가능한가? 등에 대한 질문에 국민들의 답은 회의적일 것이다. 지속해서 변하는 교육환경과 그 환경에 적극적으로 응전하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진행되는 ‘국가교육위위원회’ 거버넌스 논의는 문재인 정부 인수위 때의 논의로 돌아가,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재출발해 한다. 그리고 현재의 교육부는 폐지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과감히 재설계해야 한다.

김대건 강원대 교수
김대건 강원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