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원의 정책제안] 대통령 언급 ‘고교서열화 해소’ 구체적 방안은?
[전경원의 정책제안] 대통령 언급 ‘고교서열화 해소’ 구체적 방안은?
  • 정하늘 기자
  • 승인 2019.09.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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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영재학교-과학고-전국 자사고-광역 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피라미드 최상부 영재학교부터 선발 방식 변경해야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면서 검토를 지시한 내용은 ‘고교서열화 해소’였다. 고교서열화가 갖는 폐해는 더 말하지 않아도 이미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도 숱하게 등장했던 상징물, 그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는 영재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매년 4월 영재학교를 선망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시에서 실패를 맛보면 차선책으로 택하는 학교가 8월에 선발이 시작되는 과학고이다.

이렇게 영재학교와 과학고 선발시험에서 탈락하면 전국단위 자사고와 광역단위 자사고에 지원한다. 그도 아니면 외국어고, 국제고 등에 지원한다. 말하자면, 영재학교-과학고-전국단위 자사고-광역단위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로 공고하게 서열화된 학교를 거치고 난 후에야 일반고로 배정된다.

그러니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분리와 배제의 고교서열화 정책으로 열패감에 젖은 채 생활할 수밖에 없다. 공정한 교육기회와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자리 잡은 영재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1억6000만원에서 2억원에 이르는 사교육비가 필요하다는 통계가 보고됐다. 이 정도면 평범한 가정에서는 훌륭한 영재가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영재학교는 꿈도 꿀 수 없는 사회 구조가 이미 고착화되어버린 셈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분노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교육비 문제는 둘째 치고서라도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이가 온종일 사교육 기관을 전전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은 누구를 위한 욕망이란 말인가.

"영재학교와 과학고 학생선발 방식 재검토해야 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고교서열화 해소라는 정책과제의 무풍지대이자 사각지대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학생선발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영재학교의 학생선발방식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영재교육진흥법’ 시행령 제14조(영재학교의 입학자격 등)이다.

제14조(영재학교의 입학자격 등) ① 영재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는 중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법령에 의하여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로 한다.

② 중학교 및 이에 준하는 각종학교의 장은 당해 학교의 재학생이 영재학교에 지정·배치되는 경우에는 초·중등교육법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상급학교 조기입학을 위한 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제14조 ①항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한 자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로 입학자격을 제한했다. 그런데 ②항에서는 중학교 재학생도 영재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중학교 교장이 부여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었다. 이런 편법 조항으로 말미암아 영재학교 사교육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됐고 영재교육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무회의에서는 시행령 제14조 ②항을 삭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재학교의 입학자격은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고등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하게 된다.

아울러 과학고 입시도 학생선발 시기를 영재학교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가운데 영재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한정하여 수학, 과학, 예술 교과목 등의 담당교사 추천과 학교장 추천을 바탕으로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면 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 6항(외국어고, 국제고)과 제91조의 3항(자사고)의 삭제를 통해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교서열화 해소 없인 공정성 없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과 국정 100대 과제에서 고교서열화 해소를 국민과 약속했다. 이 약속을 정부 집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이행했어야 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조국 장관의 임명을 계기로 공분과 상실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그 정점에 공고하게 서열화된 고교체제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통령의 언급은 이런 불공정한 시스템을 혁신해서 누구라도 능력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교육부는 물론이고 정치권은 국민의 준엄한 질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맹자’라는 책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맹자가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이유는 다양했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임금은 배라면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 엎어버릴 수도 있다”라는 맹자가 가졌던 생각, 말하자면 우리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민본 사상에 근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부정을 경험했다. 입시 비리를 시작으로 그들만의 높디높은 성채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확인했기에 겨우내 촛불을 들었다.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은 통치자는 역사에서 모두 버림받았다. 오직 두려운 것은 민심과 역사이어야 한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 하나고 교사

정하늘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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