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저물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다가옵니다. 2015년은 새해부터 인천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부터 한국사 국정화 논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한 해를 마감하며 올해의 10대 교육뉴스를 선정·발표합니다. 또한, 이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2015 본지 선정 교육뉴스] ③내년 전면시행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교사 “!” 준비상태 “?”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으로 중학교 한 학기 동안 교과시험 없이 체험활동을 통해 장래를 스스로 모색하게 한다는 ‘자유학기제’가 내년 3월 전면 실시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 계획’에 따르면, 학생 수요를 반영한 ‘자유학기 활동’을 170시간 이상 편성하도록 했다. 구체적 내용은 진로탐색 활동, 주제선택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이다.

이 기간 중 학생의 희망을 반영한 진로체험 활동을 2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체험활동과 관련해 현재 7만8993개 체험처 및 16만 여개의 프로그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험처 발굴의 어려움과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질 담보가 안 된다는 우려와 함께 교사들의 업무가중, 예산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체험 프로그램 양과 질 도·농 격차 심각

자유학기제는 지난 2013년 9월, 전국에 연구학교 42곳을 지정해 시범 시행에 들어간 뒤 매년 희망학교가 늘었다. 올해는 전국 중학교(3186개교)의 80%인 2551개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들 학교들은 오전 중 일반 교과수업을 마친 뒤 오후에 토론, 애니메이션, 디자인, 요리 등 외부강사를 활용한 각종 선택활동과 진로체험 등을 진행한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 학교는 관련 인프라가 풍부한 도심과 달리 여전히 체험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유학기제를 3년째 시행 중인 충남의 읍 지역 중학교 교사는 “체험처가 우체국, 군청, 농협, 수협 등밖에 없어 법조인, 의사 등 전문직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힘들다”며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 강사도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프로그램 등 기관들의 준비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전북의 한 학부모는 “대부분 견학이나 단순 강의에 그쳤다고 하더라”면서 “잡 월드를 갔을 때도 인원이 넘쳐 원하던 직업체험 대신 다른 것을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 연구기관, 정부청사 등이 모여 있는 대전의 경우, ‘체험을 골라서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 대학에서도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개설했고 항공우주연구원, 국가기록원 등 연구기관에서 참여 요청도 쇄도한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교육의 도농격차를 재확인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지난 2014년 자유학기제를 실시한 151개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진로체험활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한 학기동안 진로체험을 실시한 날짜 수가 5일 이하인 학교가 69개로 45.7%나 됐으며, 진로체험활동을 다녀온 장소가 5개 이하인 학교도 31개교(20.5%)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18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393곳, 충남 178곳, 경남 127곳 순이다. 반면 지방은 충북 33곳, 전북 48곳, 광주 18곳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 교사들 “업무부담 많고 참여형 수업 낯설어”...연수 개선 필요

교사연수도 체계적이지 않다. 현재 교육부는 일선 학교의 자유학기제 담당교사를, 각 지역 시도교육청은 일반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효과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목소리다. 강원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아직 연수를 못 받은 교사들이 자유학기제 담당 교사들에게 어깨 너머로 프로그램 기획 등을 배우고 있는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자유학기제는 교과시간이 변동되고, 진로체험을 해야 하며,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이동해야 해 교무ㆍ진로ㆍ연구ㆍ생활부 등 각 부서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다. 하지만 교사들 간 공감대 형성이나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진로상담 교사에게 관련 업무를 떠넘긴 채 남의 일처럼 여기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채일동 서울 혜원중 진로진학상담교사는 “학교 자체적으로 강연을 진행하거나 직업 축제 등을 열 때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담당 교사가 외부 체험 일터나 프로그램 운영 기관을 섭외하는 동시에 교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학교 자체 프로그램까지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혜원여중은 자유학기제를 운영하지 않지만 3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전학년 대상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채일동 교사는 “교사들도 노력을 하지만 일이 많아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 교사는 “자유학기제에 진로체험 부분이 크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직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가치 등 전반적인 직업관을 갖도록 하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유도는 자유학기제의 성패를 가를 요소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순 인천부평동중 수석교사는 “자유학기제가 지향하는 수업은 크게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융합수업, 주제통합 수업과 학생 참여‧활동형 수업으로 볼 수 있다”면서 “교과 협의회, 교육과정 협의회, 제안 수업, 수업 평가회 등 교사들끼리 함께 해야 하는 협력적 활동이 많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새 제도 시행에 따른 업무부담 때문에 교사들이 참여형 수업에 대한 고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행정 업무도 줄이고, 학급당 학생 수 역시 25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험 없어 불안한 학부모 심리 기댄 학원가 ‘자유학원제’ 마케팅

한편 자유학기제 준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선 최근 집중 선행학습 강좌가 등장하는 등 자유학기제가 ‘자유학원제’로 변질되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업시간이 줄고, 시험이 없어 성적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사교육 시장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선행학습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가 학교에선 해당 학년을 넘어선 교과 내용은 가르칠 수 없다. 학원은 선행학습 금지 대상에선 빠졌지만, 선행학습을 한다고 광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유학기제 시행을 계기로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학원들의 광고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학원 사이트에 '자유학기제'를 설명하는 글을 올려놓고 "자칫하면 학습과 멀어지기 쉬운 시기" "아예 평가가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등의 문구를 넣어 학부모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속 인원이 부족해 '자유학기제 마케팅'을 막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최대한 설명하고 과정을 빈틈없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전면시행 무리 지적, 교육부 “자유학기제 총력 지원” 나서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각 학교와 교육청 등에 재정 지원을 늘리는 등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2013년 48억6000만 원이던 자유학기제 지원예산은 올해 523억1000만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교육부는 또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위해 민간기업, 대학 등의 전문 인력을 섭외해 학교로 찾아가는 ‘진로체험버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또 체험기관 확보를 위해 최근에는 민간기업 및 공기업을 중심으로 업무협약(MOU) 체결에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이런 지원책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대방중 이창희 교사는 “예산지원이 계속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올해는 평균 3000만 원이 지원되고 내년엔 2000만 원 정도 지원한다고 하는데 현장은 언제 예산이 없어질 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예산이 갑자기 끊어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자유학기제 운영은 요원하다는 설명이다.

 

◆ 자유학기제 성공하려면? “교사와 교육과정에 달렸다”

자유학기제가 처음 제기됐을 당시만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연구학교 3년차를 맞은 지금, 외부의 우려에 비해 현장에서 자유학기제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교사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다.

서유정 서울 동작중 교사는 “하나의 교육정책으로 교실 수업이 전반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3년 동안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서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말했다. 서 교사는 “그동안 정량평가만 하다가 정성평가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아이들의 변화가 느껴지니 교사도 즐겁다”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지만 수업과 평가는 이 방향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 교육부 자료>

가톨릭관동대에서 지난 8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운영실태 분석을 통한 현장 착근성 제고 방안’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엄경식 씨는 “연구학교 교사들의 자유학기제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면서 “교사들에 대한 연수, 컨설팅 등 지원을 통해 전면시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6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자유학기제 시행을 내년까지 미루어 온 학교들이 과연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많다. 윤여복 서울 오류중 교장은 “3년간 시범운영한 노하우가 새로 시작하는 학교의 기반이 되고, 지구별 자율장학과  또 컨설팅을 통해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면서 “걱정만 하지 말고 경직된 교육과정의 틀을 깨고 대한민국 교육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역사를 교사 스스로 써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10대 교육뉴스, 어떻게 선정했나

에듀인뉴스는 교육전문가와 현장교원으로 구성된 2015년 10대 교육뉴스 선정 자문단을 구성했다. 자문단에서 제안된 교육분야에 영향력이 있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교육계 인사를 중심으로 설문대상자 100명을 최종 선정했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최종 설문대상자인 교육부, 교육청, 대학, 유치원 및 초·중·고교, 학부모, 학생 등 교육관계자 100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조사대상자에 특화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에듀인뉴스가 10대 교육뉴스 선정 자문단과 함께 선정한 2015년 동안 가장 많이 논란이 되었던 교육문제 20개를 제시하고, 응답자가 무작위로 10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들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교육뉴스 중에는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사건·사고도 있었고, 소모적인 논란만 벌인 경우도 있다. 또한 다른 것에 비해 큰 반향은 없었지만,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정책이 10대 뉴스에 선정된 경우도 있다.

에듀인뉴스는 응답자가 뽑은 10대 교육뉴스를 기준으로 관련성이 깊은 내용을 종합해 올해의 10대 교육뉴스를 최종 선정했다. 에듀인뉴스팀은 주제별로 현안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