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 연수 ''문해 교육의 기초! 읽기&쓰기 한글교육' 오픈

이명숙 과천초 교사는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연수 '문해 교육의 기초! 읽기&쓰기 한글교육'을 오픈, 교사들에게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기반한 문해 교육 방법을 안내한다.(이미지=티스쿨)
이명숙 과천초 교사는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연수 '문해 교육의 기초! 읽기&쓰기 한글교육'을 오픈, 교사들에게 훈민정음 창제 원리에 기반한 문해 교육 방법을 안내한다.(이미지=티스쿨)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한글 미해득인 채로 교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연수를 준비했습니다. 훈민정음 창제 원리로 쉽고 빠르게 한글 가르치는 법, 한글 깨친 후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기본적인 읽기, 쓰기 지도 방법을 안내합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한글 미해득 초등학생에 대한 위기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도입, 정규교사가 문해력과 수해력 등 기초학력이 부족한 초등 저학년을 따로 가르치는 등 시도교육청마다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문해 교육의 기초! 읽기&쓰기 한글교육’을 주제로 연수를 개설한 교사가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이명숙 과천초등학교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 교사는 교직 경험 30년이 넘은 배테랑 중의 배테랑이다. 올해는 1학년 담임을 맡아 아이들과 살을 맞대고 교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연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다문화, 기초학력 부진, 특수아, 중도입국 학생 등에게 한글을 가르쳐 보고자 애쓰나 노력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훈민정음 제자원리로 한글 미해득 학생들과 가르쳐 본 결과 성과가 좋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명숙 교사의 연수에는 한글 가르치는 법과 한글 깨친 후 문해력 향상시키는 지도방법을 담았다. 특히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누구나 가르칠 수 있게 구성하고 있다.

그는 교육 현장에서 한글 교육이 어려운 이유를 보호자 동의의 어려움과 체계적이지 않은 한글 교수법으로 꼽았다.

“한글 미해득 학생을 지도하고자 남겨서 가르치려고 부모님께 동의 여부를 묻는 전화를 걸면 낙인찍힌다며 열에 아홉은 반대합니다. 결국 학년이 올라가서는 난독증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떤 아이는 아직도 한글 깨쳤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물처럼 공기처럼 우리말로 말하고 사방에 한글 적혀 있으니 시간 지나면 자연스레 익힐 수 있으리라 많이들 생각하는데 읽기와 쓰기는 학습을 해야 합니다.”

이 교사는 결국 교육의 기본은 담임이라며 교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외부 강사에게 맡기는 현행 교육 실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전했다.

“학생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계약된 그 시간 충실히 가르치면 끝이지 보충이나 상담, 시간 외 학생 체크는 기대할 수 없어요. 담임과 강사가 가르치는 게 연계되지 않고 따로 놀아요. 뭐니 뭐니 해도 기본은 담임입니다.”

첨단 시대, 교실에 한글을 모르는 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이명숙 교사에게 기초 문해력의 중요성과 교육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아래는 이명숙 과천초 교사와의 일문일답.

이명숙 과천초 교사.(사진=티스쿨)
이명숙 과천초 교사.(사진=티스쿨)

▲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글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초등 교사입니다. 현재 과천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으며 교단에 발 딛은 지 30년이 더 지났습니다.

▲ 원격교육연수원 티스쿨에 ‘문해 교육의 기초! 읽기&쓰기 한글교육’을 주제로 연수를 오픈했습니다. 교사 연수에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교실에 있는 한글 미해득 학생 지도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사회가 다양해지며 한글 미해득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가르치다 창제원리를 알게 되었고, 교원 연구년에 창제원리를 한글 교육에 접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내친김에 2015년 3월 자음만 훈민정음 창제원리인 <가나다 한글 교본> 한글 교재를 엮었습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다문화, 기초학력 부진, 특수아, 중도입국 학생 등에게 한글 가르쳐 보고자 애쓰나 노력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남은 교직 생활 앞으로 제가 만나게 될 미해득자들을 위해서 였습니다.

1940년 경북 안동에서의 훈민정음 원본이 발견되고 이미 많은 분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놓은 훈민정음 창제원리 자료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었기 때문에 반짝반짝 닦인 그 영롱한 보석을 꿰어 쉬이 책으로 엮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나다 한글교본>은 자음은 훈민정음 제자원리, 모음은 한글 순서로 엮었는데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쳐 본 결과 좀 많이 부족한 아이들은 ㅏ ㅓ / ㅗ ㅜ 구별을 못하였습니다.

모음도 훈민정음 순서(ㅡ ㅣ ㅗ ㅏ ㅜ ㅓ)로 가르쳐 보니 진도를 나가게 되어 부진이 심한 학생들을 위하여 자음, 모음 모두 훈민정음 제자원리로 익히는 <10일 한글 읽기>를 2016년 10월 다시 엮었습니다.

자음, 모음 모두 훈민정음 제자원리로 학교에 있는 한글 미해득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결과 중학년, 고학년이 되도록 한글 미해득이었던 학생이 점심시간 10~20분, 2~4주 정도 학습으로 한글을 읽어 낼 수 있었습니다.

연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근거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원리대로 <10일 한글 읽기>내용으로 다양한 활동을 곁들여 한글을 가르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리도 쉽고 빠른 교수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글 미해득인 채로 교실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제 경험과 연구와 교수법을 나누기 위해 연수를 준비하였습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 연수의 주 내용은 무엇인가요. 연수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것을 소개한다면요.

훈민정음 창제원리로 쉽고 빠르게 한글 가르치는 법, 한글 깨친 후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기본적인 읽기, 쓰기 지도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한글 가르치는 법입니다.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문자이고 훈민정음 해례본 정인지 서문에 '어리석은 자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하였는데, 교실에 있는 한글 미해득 학생을 가르쳤을 때 열흘은커녕 한 달이 지나고 한 학기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한글을 깨치지 못하는 학생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중학년, 고학년 교실에서도 한글을 깨치지 못한 학생을 간혹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체계적인 훈민정음 창제원리로 한글을 익히지 않고 외워서 한글을 익히기 때문입니다.

한글 자음은 상형, 가획, 이체, 모음은 상형, 합성, 합용의 원리로 만들어졌습니다.

연수는 이 창제 원리를 바탕으로 1단계 기본 글자 익히기, 2단계 받침 없는 글자 익히기, 3단계 받침 있는 글자 익히기 순서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누구나 가르칠 수 있도록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두 번째 한글 깨친 후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기본적인 읽기, 쓰기 지도 방법입니다.

기초 국어 교육으로 문장 익히기, 바른 글씨 쓰기입니다.

한글을 깨치는 것은 비교적 쉬운데 한글 깨치기와 혼자서 책 읽기 이 중간 과정은 인내와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독서, 글쓰기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많이 개발되어있지만 한글 막 깨친 학생의 기초 국어 단계에 대한 지도법은 도움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론이 아니라 미해득 학생 한글 가르치고 그 학생을 기초 국어 교육 지도를 하며 실제 교실에서 적용해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학년 교실에서 한글 수업을 해보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미 한글을 깨치고 옵니다.

교육과정은 자음, 모음부터 시작하는데 책까지 읽어내는 이 학생들은 한글 공부 시간이 혹시 지겹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선의 느낌 알며 칠하기, 그림 글자 그리기, 협동화, 우유갑 주사위 놀이, 가획 입체 카드 만들기, 낱말 전하기 놀이, 위치 기억하기, 윷놀이, 받침 회전판 놀이, 낱말 카드놀이, 정 12면체 주사위 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여 교실에서 어울려 한글 공부를 하며 협업, 융합, 소통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실제 한글 모르는 7세아를 스튜디오에 데리고 와 한글을 깨치고 문장 읽는 단계까지 강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는 [10일 한글 프로젝트]는 연수의 백미라 할 수 있습니다.

연수를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한글이 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과학적인 문자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설명할 수 있으며 문자 속에 담긴 소중한 문화적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글을 몰라 불편한 백성을 위해 창제한 한글에 녹아있는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실에 그대로 녹아들어 교실에서 약자인 한글 미해득자가 다 구제되었으면 합니다.

(이미지=티스쿨)
(이미지=티스쿨)

▲ 한글 교육에 대한 연수를 개설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력 저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초등 저학년 문해력 향상을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올해 1학년을 맡았는데 제 반에도 미해득 학생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수업할 때 1주일에 1회 오후에 따로 불러 교실에서 가르치고 어머님께도 같은 교재를 보내 되풀이해서 읽게 부탁드렸는데 4회 만에 국어책 줄줄 다 읽어내었습니다.

현재 제가 1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데 1학년 전체 학력저하가 걱정되어 매일 1쪽 글씨 쓰기, ‘일일 수학’ 활용 연산 문제 매일 1장씩 풀기 과제를 내어 주었습니다.

학교 오는 날 일일이 체크하며 부족한 학생은 보충으로 문제를 더 내어 주고요.

선 긋고 도형 드린 후 글자 쓰기 연습하는 활동.(사진=이명숙 교사)
선 긋고 도형 그린 후 글자 쓰기 연습 활동지.(사진=이명숙 교사)

바른 글씨 쓰기는 선긋기, 자음 모음, 받침 없는 글자, 받침 있는 글자, 문장 따라 쓰기 순서로 진행하였습니다.

쓰기도 마찬가지로 개인차가 심해 글자를 아는 학생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또박또박 바른 글씨 쓰기로 진행하였습니다. 자체 특별 제작한 한 글자 9칸 공책에 견본 글씨를 보고 그대로 따라 쓰는 것입니다.

효과가 아주 뛰어 났습니다. 4월 중순에 온라인 개학하여 8월 초 방학까지 꾸준히 학습한 결과 바른 글씨체,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 문장력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2학기에는 글쓰기 지도를 병행할 예정입니다. 1학년은 그래도 학습 분량이 다른 학년에 비해 적어 과제를 가정에서 충실히 하면 코로나 19로 인한 학력 결손이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교사가 담당해야 할 부분을 저학년은 보호자가 붙어 앉아 봐주셔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죠.

글자 보고 따라 쓰기 연습한 활동지.(사진=이명숙 교사)
교과서 낱말 따라 쓰기 연습 활동지.(사진=이명숙 교사)

배움의 시작은 모방입니다. 문해력 향상을 위한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동화책 보고 따라 쓰기’를 열심히 하면 저학년에 필요한 국어 능력을 다 갖추게 됩니다.

성인도 시인이나 소설가나 작가를 꿈꾸는 사람은 필사하며 문장력을 키웁니다.

노래 부르는 사람은 모창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임화를 합니다. 모창이 기본적으로는 흉내 내기이지만 가수의 발성, 표정, 자세, 손짓을 흉내 내면서 악보로 알 수 없는 노래의 깊은 맛을 알고 노래의 세계를 빠져듭니다.

화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선, 면, 형태, 명암, 구도, 붓 터치를 익힙니다.

교과서 문장 따라쓰기 활동지.(사진=이명숙 교사)
교과서 문장 따라 쓰기 활동지.(사진=이명숙 교사)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따라 하다가 말 배우고, 글 따라 쓰다 글쓰기를 배웁니다.

따라 쓰며 일차적으로는 맞춤법, 띄어쓰기, 문장 부호를 익히고 나아가 글 속의 멋진 표현, 아름다운 문장이 머릿속으로 스며들어 감성이 풍부한, 내면이 풍성한 아이로 자라납니다.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씁니다. 습관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어라 하면 만화책을 고르는 학생이 있습니다. 따라 쓰기를 시키면 학생들이 만화책을 고르지 않습니다. 따라쓸만한 글이 없거든요. 스스로 알아요.

따라 쓰는 것은 새기며 정독하는 독서법입니다. 몰입을 경험합니다. 저학년 문해력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내가 좋아하는 동화책 따라 쓰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 교육현장에서 한글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보호자 동의의 어려움과 체계적이지 않은 한글 교수법입니다.

먼저 보호자의 동의입니다. 제가 세 사례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사례입니다.

교실에서 자체적으로 한글 미해득자를 조사하여 지도하고자 학생보호자께 전화를 겁니다. 남겨서 가르치려고 하는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열에 아홉은 반대합니다. 애들에게 놀림 받는다고, 못하는 애로 낙인찍힌다고, 애 기죽인다고 남겨 공부 시키지 않겠다 합니다.

학생도 방과 후 가야 한다, 학원가야 한다. 일정 다 잡혀 있고 교실에 남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남기지 않고 가르치려면 일과 시간 중에 가르쳐야 합니다. 다른 학생도 돌봐야 하니 잘하는 학생 짝을 지워 교사가 먼저 가르치고 학습을 짝에게 좀 봐 달라고 했는데 다음날 어머님 교실 찾아오셔서, 집에서 직접 가르치겠으니 가르치지 말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한글 미해득의 결과가 어떠한 지 잘 알기 때문에 또래의 도움을 받아 수업 시간, 쉬는 시간 개별로 꿋꿋이 가르쳤습니다.

또 찾아오셨습니다. 한글 학습지 선생님이 집에 방문하니 가르치지 말아 달라 심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워낙 단호하여 그만 두었습니다.

큰 애 가르쳤던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어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큰 애 담임 선생님과 통화 후 암묵적인 허락을 하셔서 후다닥 가르쳐 한글 깨쳤습니다.

한 달 공백이 있었습니다. 가르치는 것도 허락받고 가르쳐야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번째 사례입니다.

2학기에 다른 반 학생을 담임이 보호자 동의 받고 제 반에 보냈습니다. 좀 일찍 등교시켜 달라 하고 아침 시간 가르쳤습니다.

다음날 그 어머님이 제 반에 찾아 오셨습니다. 집에서 가르칠 테니 중단해 달라고 하십니다. 애들 보고 있는데 낙인찍히는 게 싫은 것 같았습니다.

애는 방긋방긋 웃으며 교실 안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한글을 깨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아무리 설명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하는 수 없어 어떻게 가르치라고 안내해 드렸습니다. 담임도 나름 가르쳤지만 한글 미해득인채로 학년 올라갔습니다. 난독증 어쩌고 하는 말이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세 번째 사례입니다.

어느 선생님, 한글 모르니 교실에서 가르치겠다고 전화, 거절, 또 전화, 또 거절, 또 또 전화, 또 또 거절이었습니다.

집에서 가르치겠다는 겁니다. 그 학생 한글 깨쳤다는 말 듣지 못했습니다.

제가 가장 최근에 가르친 학생은 어머님께 전화 드렸더니 바로 상황 인지 하시고 동생 데리고 학교 같이 와 주차장에서 기다리시다 보충 수업 끝나면 애 데리고 가셨습니다.

글 줄줄 읽으며 과정 끝내자 감사하다고 정중하게 전화 주시더군요.

전 이 어머님이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우가 없었거든요.

물처럼 공기처럼 우리말로 말하고 사방에 한글 적혀 있으니 시간 지나면 자연스레 익힐 수 있으리라 많이들 생각하는데 읽기와 쓰기는 학습을 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과학적인 교수법이 필요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만들어내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학생을 가르치며 수정 보완해 나간 교수법을 이 강의에서 다루었습니다.

▲ 전남교육청은 올해부터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운영, 40명의 현직 교사들을 선발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따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낙인효과 등을 우려했지만, 효과가 좋아 학부모의 반응도 좋다고 하는데요.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정책 제언을 한다면요.

정말 환영할 소식입니다. 저도 기초학력향상반 업무를 담당하여 가장 부진한 학생 맡아 교실에서 같이 가르쳐 보았는데 외부 강사는 열심히 하시는데 한계가 있어요.

학생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계약된 그 시간 충실히 가르치면 끝이지 보충이나 상담, 시간 외 학생 체크는 기대할 수 없어요.

담임과 강사가 가르치는 게 연계되지 않고 따로 놀아요.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운영하면 전문교사가 집중하여 가르쳐 학습효과가 기대되고 담임과 협조하며 학습이 연결되어 효과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때 열악한 학교에는 더 많은 전문교사가 투입되면 좋겠습니다. 학부모 동의는 교사가 개별적으로 받기 쉬운 일이 아니니 법제화하면 좋겠습니다. 전문 교사로 운영하려면 예산이 확보 되어야겠네요.

이런 건 어떨까요?

한글 미해득 같은 경우는 대강당, 체육관 같은 대규모 집합 장소에서 한글 캠프를 여는 겁니다. 대형 스크린, 소형 모니터, 스피커 구비만 되어 있으면 됩니다. 물론 코로나19 이후죠.

시 단위 내지 도 단위 각 학교 미해득 학생 교사가 다 데리고 와서 훈련된 강사가 앞에서 먼저 설명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교사가 가르치고, 강사가 설명하고 교사가 가르치며 한글을 깨치는 겁니다.

3일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가수 콘서트처럼 한글 깨치기 콘서트를 하는 거예요.

교사 데리고 기초학력 지도 연수만 할 게 아니라 바로 학생을 가르쳐야 해요. 비대면으로도 가능하겠지만 현장감, 열기, 소통, 참여가 떨어지겠지요.

외국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 지도 사례를 보면 스웨덴은 전담인력 확충(3학년까지는 25명 남짓한 한 학급에 교사를 세 명 배치), 핀란드는 일과 시간 지원(같은 부진 영역의 아이들을 일과시간에 따로 모아서 보충해주고 다시 원래 학급으로 돌아가서 적응할 수 있게 해줌)의 경우를 들 수 있겠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기본은 담임입니다.

제가 그동안 미해득 학생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는데 절반 이상의 학생이 제 반 학생이 아닙니다. 점심시간 짬을 내어 가르쳤지요.

전 짬 나면 혼자 책 읽는 걸 오히려 좋아하지 다른 반 애 데려다 가르치는 사명감에 불타는 교사가 아녜요. 담임이 부탁하여 가르쳤지요. 서로 도우며 해결하는 것이죠.

교사 내적인 힘을 끌어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교사는 맡겨 놓으면 못할 게 없는 우수한 집단입니다.

신명나는 일터가 되어 가르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나면 시키지 않아도 가르치게 됩니다. 그 방법을 연구해야지요.

이명숙 과천초 교사는 모두가 주인인 교실을 꿈꾼다고 한다. 그는 학교는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치 않는 진리인 배려, 보살핌, 인간성 회복 교육을 더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티스쿨)
이명숙 과천초 교사는 모두가 주인인 교실을 꿈꾼다고 한다. 그는 학교는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치 않는 진리인 배려, 보살핌, 인간성 회복 교육을 더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티스쿨)

▲ 이명숙 교사가 그리는 교실,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요. 학교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제가 그리는 교실은 모두가 주인인 교실입니다.

제 교실은 날짜 반장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반장은 반을 대표하고 소소한 구령하기, 발표 시작, 급식 순서 등을 그 날짜 해당 번호 학생이 맡고 먼저 하는 것입니다.

생일날처럼 그 날 주인공이 되는 거지요.

날짜 반장인 날을 기다리며 집에서 구령 연습을 하고, 해당 일에 머리도 한 번 더 빗고 온다고 합니다. 소속감, 주인의식을 지닐 수 있습니다.

발표도 번호 순으로 자동적으로 돌아가도록 합니다. 최소한 한두 마디씩 다 하고 집에 가는 거죠.

발표를 못 하겠다 하면 일어섰다 앉기라도 시킵니다.

교실 문제아 대부분은 학교 와서 말썽 피우고 민폐 끼치고 혼만 나고 갑니다. 친구 괴롭히고 수업 방해 하고 야단맞고 악순환이지요.

교사는 칭찬을 해주고 싶어도 칭찬할 만한 행동이 없습니다. 내성적인 학생은 입에 지퍼를 채우고 말 한마디 안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의무적으로 순서대로 발표를 하게 되면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발표하는 동안 별 것 아니어도 폭풍 칭찬 해주고 격려도 해줍니다. 같은 걸 공유하니 구성원이 점점 하나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실에서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자기들끼리 교실이 잘 굴러갑니다.

대량생산 시대, 2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인재 양성으로 본격적인 집합교육이 시작되어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교육 받은 사람이 매뉴얼대로 산업 현장에 투입 되었는데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학교는 새로운 역할을 감당해야 되겠지요.

폭증하는 지식, 교육 영역의 세분화 전문화, 초연결 사회, 시공간을 초월하는 온라인 등 급변하는 시대에 학교가 지식 교육을 담당하는 기능은 약화되겠지요.

가르치기 보다는 안내하고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 조합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해도 변치 않는 진리인 배려, 보살핌, 인간성 회복 교육을 학교가 더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요.

훈민정음 창제원리에 의한 한글 교육, 이 교수법이 널리 보급되어 첨단의 시대 교실에 한글 모르는 학생이 없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