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에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을까? ‘좋아서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이끄는 대표이자 '그림책 한 권의 힘'의 저자인 이현아 교사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고민에 그림책으로 답해주고 있다. 그림책을 통해 감정, 관계, 자존감 등 삶의 문제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의 숨을 쉬도록 숨구멍을 틔워준다. <에듀인 뉴스>는 <이현아의 그림책 상담소>를 통해 이현아 교사로부터 아이들과 마음이 통(通)하는 그림책을 추천받고 그림책으로 진행 가능한 수업 팁을 전한다.

[에듀인뉴스] “선생님, 저는 꿈이 없어요.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대답을 못하겠어요.”

장래희망을 적는 3cm 남짓의 빈 칸을 마주할 때, 아이들은 좌절감을 느낀다. 미래에 내가 꿈꾸는 삶을 직업 하나로 단정해서 쓰기엔 애매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다.

‘지금의 나’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데 ‘미래의 나’에 대해 대답해야한다니 막막하기만 하다. 그림책 <시몬의 꿈>의 주인공 시몬처럼 말이다.

그림책 '시몬의 꿈' 표지.(루스 마리나 발타사르 저, 문주선 역, 찰리북, 2020)
그림책 '시몬의 꿈' 표지.(루스 마리나 발타사르 저, 문주선 역, 찰리북, 2020)

“엄마, 오늘 학교에서 어려운 질문을 받았어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요. 근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대답을 못 했어요.”

시몬은 질문에 대해서 엄마와 이야기하다가 잠이 든다. 그러다 꿈속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서 꿈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지네를 만나서 ‘이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지네는 너털웃음을 치면서 이렇게 말해준다.

“나는 이미 지네인걸. 너는 왜 다른 것이 되려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걷다가 다람쥐를 만났는데, 다람쥐는 시몬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원하는 것이면서도 항상 될 수 있는 것”

나는 무엇이 되어야할까? 객관식 문제를 풀 듯 남들이 제시해놓은 수많은 답안 중에 하나를 골라서 내 미래를 채우는 건 안타깝다.

다른 사람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색칠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꿈꾸어야 할까? 꿈속에서 고민을 이어가다가 마침내 답을 찾은 시몬은 아침에 눈을 뜨자 엄마를 꼭 껴안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되고 싶어요!”

오직 나만이 온전히 내가 될 수 있다. 내가 된다는 것은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나다운 성정과 고유한 특성을 지켜나가는 삶을 말한다. 나만이 가진 독창성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시몬은 온전히 시몬이 되고, 이현아는 온전히 이현아가 되면 된다.

온전히 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질문’이 필요하다.

내가 지닌 성정과 고유한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나답게 살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자기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질문을 통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아이들과 노트를 하나씩 만들었다. 노트 표지에는 아이들이 자기 글씨로 이렇게 제목을 썼다.

‘나를 찾아가는 질문 노트’ 이 노트를 통해서 삶을 향하는 다양한 질문을 제시하고, 스스로 대답을 찾아가면서 나의 내면을 깊숙이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나가도록 했다.

이 노트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면 좋을까?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10년 후 2030년 5월 24일, 나는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보낼지 자세히 써 주세요.’

아이들에게 눈 뜨자마자 아침부터 시작해서 다시 잠 들 때까지 하루의 일과를 구체적으로 써보라고 제안했다.

‘어제 제대했다. 군대를 벗어나 드디어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한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로 시작되는 글이 있는가하면,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남자친구와 점심 먹고 커피 마시는 하루를 상세히 써나간 아이도 있다.

아이들은 10년 후에 맞이할 구체적인 하루의 일상을 떠올리면서 흐릿하고 모호하기만 했던 미래를 보다 생생하게 실감해볼 수 있다.

‘나를 하나의 문구로 소개해보세요’라는 질문에 아이들이 쓴 대답을 읽을 때는 가슴 저 아래에서부터 충만함이 차올랐다. 장래희망 칸에 적힌 무미건조한 단어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이가 지닌 마음의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결같은 사람. 지금처럼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이 살고 싶다.”

“겉바속촉.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

“나는 이 우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

‘꿈이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어쩌면 ‘내 꿈을 다 담기에 3cm 남짓의 빈 칸이 너무 좁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3cm 남짓의 빈칸을 채우느라 허겁지겁 직업을 고르는 대신 아이들이 온전한 자기 자신을 적어볼 수 있도록 공간을 넓혀주었으면 한다.

너만이 가진 독창성으로 ‘be original’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면서 살아도 된다고, 나를 찾아가는 질문을 통해서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보자고, 그렇게 속삭이듯 힘 있게 말해주는 한 명의 어른이 되고 싶다.

▶현아샘의 그림책 수업 tip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꿈에 대한 고민에 대해 나만의 대답을 찾아가기 위한 그림책 질문입니다.

1. 주인공 시몬처럼 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하지 못해서 고민했던 적이 있나요? 미래의 나에 대해 생각하면서 막연하고 답답했던 경험이 있다면 나눠봅니다.

2. 온전히 나답게 살기 위해서 내가 지켜나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살면서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나다운 성정과 고유한 특성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
이현아 서울 홍릉초 교사. 11년차 현직 교사로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6년간 ‘교실 속 그림책 창작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독특한 노하우가 담긴 그림책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탄생한 어린이 작가의 창작 그림책이 200여 권에 이른다. 유튜브 ‘현아티비’와 아이스크림 원격교육연수원의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 등 다양한 강연으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미술교과서 및 지도서(천재교육)을 집필했고, 저서로는 ‘그림책 한 권의 힘(카시오페아 출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