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⑬교과서는 왜 초판만 나올까?..."판수 거듭해 수정·보완해 질 높이자"
[창간기획] ⑬교과서는 왜 초판만 나올까?..."판수 거듭해 수정·보완해 질 높이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0.11.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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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후조의 우리 교육 더 낫게 만들기] 4. 교과서 개선②

[에듀인뉴스] 교육은 희망이고 꿈을 키우는 일이다. 그럼에도 언제부터인가 교육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온갖 교육 혁신안이 등장했음에도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원, 교육학자, 기업인, 일반인, 실업자 등 각자 처지에 따라 교육문제를 보는 눈이 다르다. <에듀인뉴스>는 창간 5주년 기획으로 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 교수자와 학습자가 만나 무엇을 주고받는가를 탐구하고, 국가의 거시적 교육 정책과 제도, 학교의 미시적 교실 수업을 아울러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홍후조 교수(교육과정학자)의 입을 빌어 ▲교육 기본제도 ▲교원 양성과 운용 ▲이공계 인력 양성 ▲교과서 문제 ▲진학계 고교 문제 ▲온라인 수업 ▲국민형성교육 등 분야 별로 문제의식(배경), 현황과 문제점, 원인과 이유, 개선 방향(가치 추구), 구체적 방안, 후속지원책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계획이다.

스쿨 아틀라스는 2015년 영국 황립지리학회에서 말들고 필립스가 발행하며 98판이 인쇄됐다.(사진=홍후조 교수)
스쿨 아틀라스는 2015년 영국 황립지리학회에서 만들고 필립스가 발행하며 98판이 인쇄됐다.(사진=홍후조 교수)

[에듀인뉴스] 초중등학교 교과서의 교육 내용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창의적인 인물들이 정립한 보편적 지식을 체계화한 것이다. 흔히 고전을 읽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삶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과서는 고전도 경전도 아니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런 역할을 엄연히 수행하고 있다. 교과서의 지위나 비중이 예전처럼 금과옥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수업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교과서이고, 시험 문제 및 정답의 진위와 정오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과서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에게 최고 품질의 교과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검정과 인정 교과서는 여러 종이더라도 학생들은 결국 학교가 선택한 한 가지로 배우기 때문에 선택한 교과서에 오류가 있으면 그들은 틀린 지식을 배우는 셈이다. 그러므로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최선의, 최상의 것으로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포스트모던 시대, 평생학습 시대의 지식이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라고 하여도, 학습자가 아주 어릴 때에는 정답이 있는 물음과 대답을 주로 배운다. 그러다가 점차 성장하면서 여러 개의 해답이 있는 지식을 배우고, 이후 사회생활 속에서 열린 물음, 열린 대답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즉 정답과 해답을 배우는 학교교육 시기에는 가급적 오류가 없는, 정설화된 지식과 내용을 담은 교과서로 배우는 것이 최선의 교육이다.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지질, 색도, 인쇄, 편집 등 외양에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다만 교과서의 모본이 되는 교육과정기준 문서가 수시로 개정됨에 따라 교과서는 초판, 신판을 면치 못한다. 그만큼 오류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기준 개정 주기는 대체로 5년이고, 이에 따라 출판사에서는 초판 교과서를 펴낸다. 하지만 검인정 심사 기한에 쫓겨 오자, 탈자, 비문, 악문이 적지 않고, 결국 학생들은 불완전한 내용을 담은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보통 초판 교과서의 경우 크고 작은 오류가 200~300군데 정도 된다고 한다.

반면, 외국 교과서를 보면 10판, 20판, 30판으로 꾸준히 개선해온 관록 있는 교과서가 수두룩하다. 매년 한 번씩 수정 개선하여 판수를 거듭하는 영국 필립스사의 중등학교용 지리부도는 100판을 넘어섰다! 이런 교과서는 품질이 좋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교과서는 매년 수정 보완해야 최상의, 최선의 교과서로 등극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0판, 20판 개선된 정평 있는 교과서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특히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처럼 사관(史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교과서는 더욱 그러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시대별, 분야별 전문연구자 40-50명과 함께 발행한 국사교과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사용하지도 못하고 폐기되었다.

필자는 국사교과서를 5-6명의 교사가 알음알음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공인된 기관에서 시대별, 분야별로 사계(斯界)의 권위자를 모아 교과서를 발간하고 꾸준히 2판, 3판... 10판, 20판, 30판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역사교과서가 나올 것이고, 국민들은 같은 시각으로 과거를 공유하고, 현재를 해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괴테 같은 대문호도 평생에 걸쳐 작품을 다듬어 냈다. 교과서도 그래야 한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실에 최선의 교과서가 공급되기 위한 네 가지 제언


최근 교과서 검·인정 심사제가 대폭 개정될 시점에 와 있다. 이전과 같이 엄정한 검·인정 심사를 받는 교과서의 종수는 대폭 줄이고, 출판사나 집필자들이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개선하여 자체 질 관리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검·인정 심사 없이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펴내더라도 교실에는 최선의 교과서가 공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교과서의 모본이 되는 교육과정기준 문서를 개정하더라도 크게 바뀌지 않은 부분은 교과서를 그대로 검인정 심사에 내도 되도록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교육과정기준이 개정되면 모두 새로 고쳐 쓴 교과서를 심사에 내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역량’ 중심으로 개정되었다고 해서, 모든 학년, 모든 교과를 한꺼번에 역량 중심으로 고쳐서 교과서를 펴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수년을 두고 꾸준히 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심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판수를 거듭하여 꾸준히 개선하는 교과서를 더 나은 교과서로 바라보는 열린 시각이 요청된다.

둘째, 교과서 질 관리의 자율성이 커지는 만큼 출판사들이 교과서 개선에 더 큰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저작권을 출판사가 가지게 하여 저자들이 바뀌거나 교육과정기준이 개정되더라도 출판사가 지속적으로 교과서 내용을 책임지고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교육부에서는 교과서 집필자 구성 요건 규정을 비롯한 질 관리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집필자와 출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질 관리해나간다고 하지만, 교과별 전문출판사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교과서의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교과서의 품질은 결국 집필자의 실력과 출판사의 편집 능력이 좌우한다. 특히 초중등학교 교과는 수많은 하위 과목과 단원이 종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교과마다 하위 과목의 전문가들이 집필진에 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과학이라면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환경과학의 전문가들이, 국사교과서라면 시대별, 분야별 전문가들이 집필진에 고루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사교과서처럼 5~6명의 교사만 써도 되도록 방치해서는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없다.

넷째, 교과별 전문출판사를 키워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학생 수는 일본의 절반도 안 되는데, 교과서 출판사 수는 3배나 된다.

소규모학교에서 10여 종의 교과서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면 교사 수가 적은 소규모학교의 경우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열악한 시골학교가 겪을 교육격차로 이어진다.

교과서 선정 단위를 개별 학교가 아니라 지역교육청 단위로 더 광역화하면 질 낮은 교과서를 더 잘 골라낼 수 있고, 난립한 출판사도 정비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가 난립하면 그만큼 교과서의 질 관리는 어려워진다. 국어 교과서는 어느 출판사, 음악 교과서는 어느 출판사 것이 최고라는 명성을 얻도록 할 때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과서를 제공할 수 있다.

지금처럼 수년간 교과서의 오류를 수정하고 개선해서 이제 쓸 만하면 다시 교육과정기준이 개정되어 교과서 판을 새로 짜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교과서를 전면 개편하는 관행을 버리고 판수를 거듭해야 하고, 출판사들이 더 큰 책임을 지고 꾸준히 개선해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교과서 집필자와 출판사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주더라도 교육부는 일정한 질 관리 기준을 견지해야 결국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홍후조(2020), 알기 쉬운 교육과정(2판), 학지사. 제11장 참조.


◆ 글 싣는 순서

Ⅰ. 교육의 기본제도 1. 어긋남으로써 빚어진 문제들/ 2. 학제(학생수용)/ 3. 학교급 나누기/ 4. 교육과정 /5. 출생률 제고와 주택 문제/ 6. 소규모 학교 통폐합 문제

Ⅱ. 교원 양성과 운용 1. 전공 교육과정, 자격과 2중 전공/ 2. 교단교사 직급다층화/ 3. 교감발탁제, 교장 발탁제/ 4. 교육감 직선제, 중단위 교육행정기관

Ⅲ. 이공계 인력 양성 1. 수학, 과학, 기술공학 분야의 특징/ 2. 교원의 문이과 배분, 교대, 사대(사/과)/ 3. 첨단과학기술을 제 때에 가르치는 미래 pilot 학교/ 4. 수포자 구제문제/ 5. 국민기초학력과 충실화/ 6. 절대평가와 IB DP교사들의 시험 출제와 채점 능력

Ⅳ. 교과서 문제 1. 교과서가 필요없는 교과에서 예산 낭비/ 2. 판수를 거듭하는 교과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3. 성교육교재와 발달 추동/ 4. 한국판 탈무드 개발 보급

Ⅴ. 진학계 고교 문제 1. 자사고와 특목고(집값 폭등)/ 2. 평준화와 비평준화/ 3. 국영수 편중과 진로별 교육과정/ 4. 교육기회 제공에서 학교간 역할분담

Ⅵ. 온라인 수업 1. 온-오프간의 분리와 협력(교육과정 조정)/ 2. 온라인 교육전용기기 개발 보급/ 3. 온라인 수업에서 효과 제고(중위층 몰락 대책, 수업시간 조정)

Ⅶ. 국민형성교육 1.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기/ 2. 한국근현대사 재인식/ 3. 국제관계와 국제정세 알기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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